“배당률 높여라” 행동주의 펀드, 올해도 은행 압박

권순완 기자 2024. 1. 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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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환원 약속 이행을” 7대 금융지주사에 주주 서한

3월 시작되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 파트너스 자산 운용(이하 얼라인)이 본격적으로 은행권의 주주 환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행동주의 펀드란 상장 기업에 주주 가치를 높이고 경영을 개선하라고 요구하는 사모 펀드다. 얼라인은 작년 초에도 은행권에 대해 “배당률을 높이라”며 주주 활동에 앞장섰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얼라인은 최근 KB·신한·하나·우리·BNK·JB·DGB금융 등 국내 7대 금융 지주사에 “작년에 약속했던 주주 환원 정책을 충실하게 이행하라”는 내용의 주주 서한을 보냈다. 얼라인은 JB금융의 2대 주주(지분율 14.04%)이면서, 다른 지주사 6곳에 대해서도 각각 1% 내외 지분을 가지고 있다.

앞서 얼라인은 1년 전인 작년 1월 이들 지주사에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 환원 하라’고 공개 요구했다. 이후 주요 지주사들은 작년 주총을 앞두고 저마다 주주 환원책을 발표했고, 그 영향으로 은행주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이 때문에 작년 증권 업계에선 “평소 발언권이 거의 없던 개미 주주들이, 얼라인이라는 ‘확성기’를 이용해 모처럼 제 목소리를 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내 은행들의 주주 환원율(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등 주주 환원액 비율)은 평균 27% 정도로, 주요 해외 은행(59%)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 얼라인의 분석이다.

그래픽=김하경

◇“하나·BNK·DGB, 주주 환원율 30% 달성 불투명”

얼라인은 이번 주주 서한에서 각 은행의 주주 환원 정책을 ‘중간 평가’ 했다. 공시 자료 등에 따르면, 작년 3분기까지 7대 금융지주사의 주주 환원율은 4~30%으로 제각각이다. 다만 3~4월 이뤄지는 작년 연말분 배당까지 집계해야 최종 비율이 나온다. 얼라인이 예상한 주주 환원율은 KB(57.4%), 신한(35.8%), 우리(34.6%) 등의 순으로 높았다. 반면, 하나·BNK·DGB 등은 얼라인의 최소 요구치인 30%를 달성하는 것이 불투명하다고 봤다.

얼라인은 은행별 지적 사항도 내놓았다. 특히 하나금융의 자산 건전성이 우려스럽다고 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공격적인 대출 영업으로 3분기까지 보통주 자본비율(CET1)이 13.16%에서 12.74%로 0.42%포인트 하락했다. CET1은 보통주 자본을 위험 가중 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대출을 늘릴수록 이 비율은 낮아진다. 이 비율은 은행의 손실 흡수력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이 비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돼야 은행이 주주 환원에 신경 쓸 여력이 생긴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그래픽=김하경

우리금융에 대해선 “과도한 인수합병(M&A) 욕심으로 주주 가치가 희석된다”고 경고했다. 작년 우리종금과 우리벤처파트너스를 완전 자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체 주식 수가 4.7%가량 늘었는데, 이는 주당 가치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또 우리금융이 최근 증권·보험사 인수를 노리는 데 대해서도 “저평가된 회사가 고평가 회사를 인수하면 과도한 인수 금액으로 주주 이익에 반한다”는 입장이다.

그래픽=김하경

◇‘상생 금융’ 압박으로 내려간 은행주, 살아날까

올해 은행주 주가 전망은 어떨까. 작년 은행주들은 주총 시즌을 앞두고 주주 환원책이 발표되자 주가가 급등했지만, 당국의 ‘상생 금융’ 압박이 거세지고 홍콩 H지수 주가 연계 증권(ELS) 대규모 손실이 임박해오는 등 악재로 하락한 뒤 지지부진했다. 국내 은행주들을 모아놓은 지수인 ‘KRX 은행’은 15일 669.85로 마감, 작년 1월에 기록한 연중 고점(737.07)보다 9% 빠진 상태다. 다만 최근 연말 배당 기대감 때문에 주가가 소폭 상승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금융 투자 업계 관계자는 “은행권 실적이 작년 대비 올해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최근 주가 하락으로 ‘저가 매수’라는 매력까지 높아지고 있다”며 “조만간 은행주 투자 심리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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