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거제 장목예술중, ‘폐교 시대’ 메시지는
수요자 중심 다양성 교육…K팝 고교 등 파급력 주목
올해 초등학교 신입생이 사상 처음으로 30만 명대가 될 전망이다. 희망 찬 내일을 꿈꾸는 새해 어울리지 않는 암울한 미래를 보여주는 소식이다. 이는 2024학년도 신입생들이 태어난 2017년 이미 예견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로 다가온 것뿐이다. 당시 출생아 수는 35만7000여 명으로, 2016년(40만6000여 명)보다 5만 명 가까이 급감했다. 건강상 이유 등으로 통상 취학 대상 아동의 90% 안팎이 실제 입학한다. 결국 2022년 초등학교 입학생 40만 명대가 무너진 지 2년 만에 30만 명대로 주저앉았다. 또 2년 뒤에는 20만 명대로 내려간다.
부산만 해도 올해 공립초등학교 23곳이 신입생을 10명도 못 받는다. 지난해 14곳보다 9곳 더 늘었다. 공립초등학교 입학 대상자(2만1901명·2017년 출생 아동과 전년도 미취학아동)가 지난해(2만4393명)보다 10%가량 감소했기 때문이다. 강서구 배영초등학교 입학 대상자는 한 명으로 ‘나 홀로 입학식’을 할 판이다. 지난해 28명이 들어왔던 북구 금창초등학교는 6명에 불과하다. 전국적으로 신입생이 단 한 명도 없어 입학식도 치르지 못할 초등학교가 지난해보다 36곳 늘어난 181곳(전체 6318곳 중 2.86%)에 달한다.
당연히 교문을 닫는 학교가 급증세다. 올해는 전국에서 초중고 33곳이 폐교한다. 지난해 18곳과 비교해 1.8배 증가했다. 그동안 비수도권 농·어촌에서 폐교가 속출했지만, 사람이 몰리는 수도권에서도 8곳(서울 3곳, 경기도 5곳)이나 사라진다. 저출생 여파로 학령인구(6~17세) 연쇄 감소가 현실화한 탓이다. 초등학교가 먼저 교문을 닫고, 이후 중학교와 고등학교로 연결되는 폐교 도미노가 불가피하다.
2020년에는 출생아가 전년 대비 3만여 명 줄어든 20만 명대(27만2000여 명)로 떨어지는 등 미래 학교 갈 아이들은 매년 감소세다. 학교는 계속 사라지고, 당장 이를 막을 묘책도 없다. 새로운 길 모색이 시급하다.
한때 폐교 위기에 몰렸던 경남 거제시 장목예술중학교에 다시 학생이 몰리는 데 눈길을 던질 만하다. 1953년 9월 장목중학교로 개교한 이 학교도 여느 농·어촌 지역처럼 인근 초등학생 급감으로 교문을 닫을 처지였다. 실용음악(K-팝) 중심의 장목예술중학교로 변신하면서 학생 수급이 어려운 지리적·환경적 난관을 극복했다.
장목예술중학교에는 장목초등학교 졸업생만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러다 경남도교육청이 2021년 광역학구제(통학 구역 조정을 통해 주소 이전 없이 인접 중학구 등으로 입학이 가능한 제도) 대상 학교로 지정해주면서 거제시 전역에서 신입생을 받을 수 있었다. 2021년 8명이었던 입학생이 2022년 28명으로 늘어 14년 만에 한 학년 2학급 편성이 가능했다. 2022년 10월에는 K-팝 특성화중학교로 지정됐다. 그 결과 지난해 신입생 정원 30명(국가유공자 1명 포함해 전체 입학생은 31명)을 다 채웠다. 올해는 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30명이 입학한다. 입학 대상지역이 경남 전역으로 확대된 덕분이다.
대학교수 생활을 접고 2021년 3월 학교를 맡은 박상욱 교장은 “사람이 스스로 찾는 맛집처럼 매력적인 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공급자보다 수요자가 원하는 교육현장을 꾸리겠다는 것이다. 그 실행 목표를 실천하며 실용음악의 미래 경쟁력과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한다. 박 교장은 교사 위주 수업 방식을 버리고 어린 학생들이 K-팝 문화와 자연스럽게 접하는 등 교육 다양성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정규 수업(3년간 3366시간) 중 20%를 ‘실용현장 교과’로 배정하고, 음악교사 3명과 보컬 댄스 등 방과후 특화교사 8명을 배치했다.
장목예술중학교는 2025학년도 신입생을 받으면 완전한 ‘K-팝 중학교’로 거듭난다. 내년에는 60명 수용 규모의 기숙사를 개관하는 등 교육환경도 향상된다. 이 학교 출신들이 앞으로 어떤 능력을 발휘하고 대한민국의 큰 재목으로 자랄지 지켜볼 일이다. 때맞춰 부산 강서구 가락중학교를 활용한 ‘부산 국제 K-팝 고등학교’(가칭) 설립이 2028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추진된다. K-팝 인재 양성을 위한 실용예술 전문학교로,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한다. 교문을 닫는 학교가 늘어나는 가운데 공교육 형태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학교가 교문을 닫고 사라지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초중고는 물론 대학도 예외 없다.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걸쳐 엄청난 파장을 미칠 교육계 구조 변혁이 가파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를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제는 현장교육 주체가 선제적으로 타개 방향을 찾아 실행할 때다. 사라질 운명에서 다시 살아난 ‘시골학교’가 던진 메시지가 예사롭지 않아 보인 이유다. 학생이 몰리게 한 신선한 시도가 미래지향적인 파급효과를 낸다면 긍정적이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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