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야구 천재 오타니의 ‘전력 질주’

최수현 기자 2024. 1. 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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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해 보이는 그도 실패 겪어
할 수 있는 일에 온힘 쏟으며 돌파
“뭐든 불가능 단정 짓지 말자”
이도류도 시련 속에서 탄생했다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달 14일(현지 시각)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AP 뉴시스

천재, 괴물, 유니콘, 만화 주인공, 눈을 믿지 못할 만큼의 재능, 다른 세상에서 온 피조물….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에게 붙은 현란한 수식어는 끝도 없다. 잘 치고 잘 던지는 데다 잘 달리는 그는 서른 살에 이미 눈부신 업적을 쌓았다. 메이저리그 최초 한 시즌 10승 40홈런 기록에 만장일치 MVP, 일본 WBC 우승, 세계 스포츠 사상 최대 규모 계약까지. 훤칠한 외모에 성실한 인성마저 갖춰 현실에 도저히 존재하기 힘든 완벽한 인물이란 평가도 받는다.

강속구 투수이면서 동시에 홈런 타자인 그에게선 좀처럼 부족한 점을 찾기 어렵다. 그러니 아마도 ‘꽃길’만 걸어왔을 거라고 짐작하기 쉽다. 진짜 그럴까? 사실 그에게도 감당하기 어려웠던 시기가 지금껏 여러 번 있었다. 한동안은 깊은 바닥을 헤매기도 했다.

일본 수퍼스타로 엄청난 기대를 받으며 201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으나 투수와 타자를 겸업한 초반 활약은 길지 않았다. 팔꿈치와 무릎 수술이 이어지면서 2년 넘게 기대에 못 미쳤다. 그에 대한 책을 쓴 미국 기자가 “솔직히 말하면 지켜보는 것조차 힘든 장면이었다”고 회상하는 등판도 있었다. 투수로서는 감이 떨어진 듯했고, 타격에서도 한때 벤치 신세였다.

투타 겸업 도전을 선언하며 일본에서 프로 데뷔했을 때부터 그는 우려와 의심, 비관론과 맞닥뜨렸다. 많은 전문가들이 “하나에 전념하는 편이 낫다”며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조금만 삐끗해도 “역시 무리”라는 회의론이 쏟아졌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두고 시범 경기에서 부진했을 땐 미국 언론에서 “고교 수준” “트리플A 리그도 안 되는 수준”이란 혹평도 나왔다.

오타니가 그 모든 장애물을 돌파한 방식은 한결같은 ‘전력 질주’였다. 애초에 이도류 자체가 시련 속에서 탄생했다. 고2 때 부상으로 한동안 투구를 할 수 없게 되자, 좌절하는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타격 연습에 힘을 쏟은 것이다. 고교 시절 감독은 “만약 투수로 순조롭게 성장했다면 타자 오타니는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돌아본다.

미국 무대에서 침체에 빠졌을 때도 그는 조용하지만 치열한 시간을 보냈다. 과학적 분석으로 동작을 가다듬었고, 데이터를 활용해 피로도를 측정하는 방법을 찾았다. 식습관과 운동은 물론 휴식과 수면 관리에도 철저하게 매달렸다. 마침내 2021년 잠재력이 폭발하며 진짜 실력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나는 의구심을 품은 수많은 사람들을 늘 상대해왔다. 그 압박감이 나를 삼키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어린 시절 오타니는 실업 리그에서 뛰었던 아버지에게 야구를 배웠다. 당시 아버지가 강조한 원칙 중 하나는 ‘항상 전력 질주할 것’. 이것이 온몸을 던져가며 몰입하는 플레이로 오늘까지 이어졌다. 스포츠 심리학자 고다마 미쓰오는 오타니가 완벽주의자가 아닌 최선주의자라고 분석한다. 완벽주의자는 결과에 집착해 스트레스를 받고 흥미를 잃는 반면, 최선주의자는 실수와 실패를 받아들여 일희일비하지 않고 회복이 빠르다는 것이다.

고교 시절 오타니는 투구 시속 160㎞를 목표로 삼으면서 “처음엔 무리인 줄 알았지만 하다 보니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뭐든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고 단정 짓지 말자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가 불가능에 가깝게 여겨지던 도전을 계속해 나가면서 그를 지켜보던 이들도 새로운 고민을 해보게 됐고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 전례 없는 여정에 동참하게 됐다. 실패와 시련이 그를 더 강하게 다듬었고, 그의 서사를 더없이 완벽하게 만들었다. 꺾이지 않고 끊임없이 발돋움하며 전력으로 달리는 집념이 오타니의 진짜 탁월한 재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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