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2024년 증시, 결국 국제유가에 달렸다

정철진 경제 컬럼니스트·진 투자컨설팅 대표 2024. 1. 16. 03: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철진 경제 컬럼니스트·진 투자컨설팅 대표

친환경과 신재생에너지를 그렇게 부르짖던 바이든 행정부였지만 ‘대선’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알게 모르게 ‘셰일오일’ 생산을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 11월 대통령 선거까지 경기를 무너뜨리지 않으려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가 더 이상 금리를 올리면 안 되고(또는 인하해야 하고), 그러려면 물가가 잡혀야 하는데, 결국 물가의 핵심인 기름값이 안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미국 내 하루 원유생산량은 1326만 배럴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존 예상치인 1251만 배럴 대비 75만 배럴을 더 생산하고 있는데, 이런 추세라면 연간 일평균 1500만 배럴 생산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태생 그 자체가 친환경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셰일오일 개발을 막아왔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더 이상 불가항력인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든 올 대선까지는 국제유가를 배럴당 83~85달러 밑으로 눌러놓아야만 한다.

시장은 온통 올해 언제 연준이 첫 번째 금리인하를 할지, 금리인하를 시작하면 과연 몇 번이나 할지에 모든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연준은 늘 같은 이야기만 되풀이할 뿐이다. “모든 것이 데이터에 달렸다”고. 즉, 물가상승률이 추세적으로 떨어지는지, 그리고 고용시장이 좀 나빠지는지에 따라 금리인하를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데이터의 결과를 앞서 통찰할 수 있는 가격지표가 있는데 바로 국제유가다. 이렇게 생각해 보자. 지난 2022년 여름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9%까지 치솟았는데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달러에 달했다. 그랬던 유가가 한때 배럴당 60달러 후반까지 떨어졌고, 이렇게 되니 단박에 물가상승률도 떨어졌다. 기름값이 물가에 주는 영향은 협의의 의미로 봐도 20%가 넘고, 광의의 의미로 보면 절반 이상이 된다. 따라서 지금 바이든 행정부는 어떻게든 기름값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다, 후티 반군은 홍해에서 선박들을 위협하는 데다, 산유국들은 ‘석유의 종말’을 앞두고 감산을 지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선택한 해법은 공급 증가이다. 한켠에선 IRA 법안으로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가정에 세액공제를 제공하지만, 다른 한켠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원유생산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이 막후에서 조정했다고 확언할 순 없지만 OPEC+의 균열 조짐도 보인다. 지난해 12월 앙골라는 OPEC+ 탈퇴를 발표했으며 이어 나이지리아, 이라크 등도 원유생산을 크게 늘리고 있다. 이런 식으로 올가을까지만 국제유가를 찍어 누르면 지표로 나오는 인플레이션은 안정되는 것처럼 보일 것이고, 이걸 보고 연준은 보험성 금리인하를 실시한다면 올해 상반기만큼은 경기는 꽤 좋아지는 것처럼 꾸며낼(?) 수 있다.

그렇다면 그간 산유국들의 감산을 주도해 온 사우디아라비아는 어떤 입장일까. 놀랍게도 사우디는 느닷없는 ‘가격 인하’로 급선회했다. 꽤나 느닷없는 대응이었고 시장에선 “미국이 원유생산을 늘리니까 사우디도 별수 없구만”이라며 비야냥거린다. 물론 실제 그럴 수 있다. 감산을 통해 유가를 급등시켜 보겠다는 계획이 무산됐으니 산유국의 좌장답게 당분간 가격을 낮춰 시장 점유율을 늘리면서 원유 패권의 헤게모니를 꽉 잡겠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하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우린 이미 지난 2014년 사우디의 원유생산 과잉으로 인한 국제유가 폭락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때 최대 피해자는 미국의 셰일 업체와 그곳에 투자했던 금융자본들이었다. 즉, 이번 사우디의 깜짝 가격인하는 미국 석유업계에 대한 일종의 ‘선전포고’일 수도 있다.


어떤 해석이든 간에 적어도 올 8~9월까지는 국제유가가 안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장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돼 국제유가가 폭등할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 대선의 힘은 그 이상으로 막강하다. 그렇다면 지표로 나오는 인플레이션도 안정될 것이고 기준금리든, 시장금리든 금리는 빠르게 떨어지고 달러 약세도 이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맞다. 올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에는 ‘뜬금없는’ 상승 랠리가 이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