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사면’ 250만명 신용점수 39점 상승… 저금리 대출 갈아탄다

강우석 기자 2024. 1. 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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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명절을 앞두고 정부가 올해 5월 말까지 2000만 원 이하의 연체된 빚을 모두 갚은 대출자들의 연체 기록을 삭제해주는 '신용사면'을 단행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연체자들 사이에서 '경기 어렵고 금리 높으면 예전처럼 신용사면을 해주겠지'란 믿음이 확산될 수 있다"며 "이런 기류로 인해 대출자 사이에서 '연체해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가 심화된다면 금융 시장의 질서를 저해하는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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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신용회복지원 협약’ 체결
소상공인 15만명 카드 발급 가능… 25만명 은행권 신규대출 점수 충족
전문가 “도덕적 해이 심화 우려… 신용평가 신뢰마저 떨어뜨릴 것”

설 명절을 앞두고 정부가 올해 5월 말까지 2000만 원 이하의 연체된 빚을 모두 갚은 대출자들의 연체 기록을 삭제해주는 ‘신용사면’을 단행한다. 이에 따라 약 250만 명의 취약계층이 종전 대비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 소외층의 재기를 돕는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성실 상환 대출자를 역차별하는 ‘총선용 포퓰리즘’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권마다 반복되는 신용사면으로 일부 대출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 250만 대출자, 저금리 갈아타기 기대

금융위원회는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전 금융권 협회, 상호금융중앙회, 한국신용정보원 등이 모여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 지원을 위한 금융권 공동협약’을 체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김주현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고금리·고물가 등의 상황이 예외적으로 지속되고 있다”며 “불가피하게 연체돼 금융 거래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에게 재기의 기회를 드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신용감면을 받는 대상은 2000만 원 이하의 소액을 연체한 개인 및 개인사업자 중 2021년 9월 1일부터 이달 말까지 발생한 연체를 올해 5월 말까지 전액 상환하는 대출자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기간(2021년 9월 1일∼2024년 1월 31일) 동안 연체 발생자는 296만 명으로, 이 중 2000만 원 이하의 소액 연체자 비율은 98%(290만 명) 정도다. 대부분의 소액 연체 대출자들이 신용사면의 기회를 받게 된다는 얘기다. 특히 이 중 250만 명의 평균 신용점수는 종전 대비 39점 높은 701점(NICE평가정보 기준)으로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전요섭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이 경우 신용점수가 상승하는 만큼 대환대출 등을 통해 저금리 대출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신용사면이 실시되면 15만 명은 카드 발급이 가능한 최저 신용점수를 충족하고, 약 25만 명은 은행권 신규 대출자 평균 신용점수(863점)를 넘게 된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조치로 취약계층의 대출 접근성이 향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외환위기 이후 정권 초마다 신용사면 남발

정부 차원에서 취약계층의 신용사면에 나서는 건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서 1999년 김대중 정부, 2013년 박근혜 정부,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 서민들의 연체 이력을 삭제해준 바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 집권 초기마다 반복되는 신용회복 지원책이 일부 대출자의 도덕적 해이를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연체자들 사이에서 ‘경기 어렵고 금리 높으면 예전처럼 신용사면을 해주겠지’란 믿음이 확산될 수 있다”며 “이런 기류로 인해 대출자 사이에서 ‘연체해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가 심화된다면 금융 시장의 질서를 저해하는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이번 신용사면이 포퓰리즘과 다름없다며 기존 신용평가 시스템의 신뢰성을 떨어드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300만 명에 가까운 소액 연체자들의 표심을 노린 정책”이라며 “가뜩이나 신용점수가 상향 평준화돼 변별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번 정책으로 인해 신용평가사 대신 자체 신용평가 모델의 가중치를 높이는 은행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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