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에너지 발전을 위한 한 해가 되기를
새해를 맞은 서점에는 분야별로 한 해의 트렌드를 살펴보는 책들이 추천도서 목록에 올라와 있다. 필자도 한 권의 책을 골라 읽다 ‘가변성’이란 단어에 눈길이 갔다. ‘가변성’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일정한 조건에서 변할 수 있는 성질이라 나온다. 현재 우리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이런 시대에 살아 남기 위해서는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 예시가 ‘리퀴드폴리탄’이다. 2024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선정된 이 단어는 액체를 의미하는 ‘리퀴드’와 도시라는 의미의 ‘폴리탄’이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구조의 변화와 교통 기술의 발달로 도시 패러다임의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변화한 인구체계를 받아들이고 발전된 교통과 기술을 응용해 정체성을 갖추어야 인구의 연결성과 유동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사회가 왔다. 도시도 사람도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며 발전하는 가변적인 모습이 2024 우리에게 필요한 요소이지 않을까 한다.
유연하게 변화를 받아들이는 성질은 사실 가장 쉬우면서도 어렵다. 모든 것은 기존 것을 추구하고 편안해하기 때문이다. 가장 유연하면서도 전통적인 동물이 하나 있다고 생각한다. 완보동물을 들어보았는가. 물곰으로도 불리는 이 동물은 약 5억 3000만 년 전 캄브리아기에 등장했다. 끓는 물은 물론 151℃ 이상의 온도에서도 살아남으며 영하 272℃의 온도에도 끄떡없다. 기압의 6000배를 견디기도 하며 공기가 전혀 없는 진공 상태의 우주에서도, 그리고 방사능에 노출되어서도 살아남는 생존력을 보여준다. 흔히 지구 최강의 생명체를 바퀴벌레라 하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물곰의 생명력은 탈수가사라는 생존 기술에서 나온다. 탈수가사란 물이 공급되지 않는 상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로 물곰이 탈수가사의 상태로 들어가게 되면 자신이 사용하던 에너지 소모량을 0.01%까지 낮출 수 있다. 극한의 환경에서 머리와 다리를 몸 안에 넣고 가사 상태에 돌입했다가 자신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오면 다시 활동하는 것이다. 변화한 환경을 빠르게 감지하고 자신에게 적합한 환경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물곰의 모습이야말로 참으로 유연하면서도 전통적이지 아니 한가.
에너지 체계에서 가변성이란 단어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에너지 가변성이라 하면 시대가 변화하면 가치도 변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석유는 산업화 이전까지 활발하게 사용된 에너지 자원이 아니었다. 하지만 오늘날 기술이 발전하며 교통 산업 등 사용되지 않는 분야가 없을 만큼 그 가치가 변한 것이다. 2년 가까이 이어지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도 에너지의 가변적 특성을 볼 수 있다. 러시아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석유 및 가스 공급국 중 하나이며 우크라이나는 주요 에너지 파이프라인 경로를 갖고 있다. 세계 에너지 시장의 중요한 축인 만큼 전쟁의 여파는 국제 유가 불안정으로 이어져 또 한 번 에너지의 중요성이 거론된다. 과거에도 화석연료와 전쟁의 상관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 1990년 걸프전쟁, 수단 내전이 그 예다. 세계 평화와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화석 연료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에너지 편재성을 해결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태양광과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가 집중 조명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간헐성과 낮은 에너지 밀도라는 한계가 있다. 에너지 매개체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 또한 화석연료를 대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 새로운 대안으로 수소에너지가 이야기 되고 있는 시점이고 많은 연구와 발전을 위한 토대가 필요하다.
2024 트렌드는 빠른 변화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과학 기술에 맞추어 유연한 발전을 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에너지 체계에서도 화석연료만을 고집하기보다 새로운 환경에 맞추어진 친환경 에너지로의 변화를 위한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모든 것이 완벽한 육각형 에너지가 어디 있으랴. 하지만 그런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의 임무인 것을….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