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 재위’ 덴마크 여왕 퇴위… 프레데릭 10세 대관식 없이 즉위
유럽의 마지막 여(女)군주였던 덴마크의 마르그레테 2세(83) 여왕이 14일 왕위에서 물러나고, 그의 맏아들 프레데릭(55) 왕세자가 새 국왕 ‘프레데릭 10세’로 즉위했다. 지난달 31일 신년사 도중 “젊은 왕이 덴마크의 미래를 이끌 때다”라며 퇴위를 전격 발표한 지 2주 만이다. 이날은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의 즉위 52주년 기념일이기도 했다. 그는 2022년 9월 영국 엘리자베스 2세(만 70년 재위) 여왕의 서거 이후 현존 군주 중 가장 오래 재위(在位)한 인물로 남아있었다.
덴마크의 양위(讓位) 의식은 영국과 달리 매우 간소하게 치러졌다. 이날 오후 코펜하겐의 크리스티안보르궁(宮)에서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와 국무위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르그레테 2세 여왕이 자신의 퇴위 문서에, 뒤이어 프레데릭 왕세자가 자신의 즉위 문서에 서명하는 것이 전부였다. 여왕은 서명 후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를 왕세자에게 내줬고, 그가 서명하기 직전 “국왕 만세”를 나직하게 읊고는 여러 감회에 젖은 표정으로 방을 나왔다.
궁에서 나온 여왕은 왕세자가 타고 온 왕실 차량 ‘크로네 1호’를 타고 떠났다. 10만여 명의 덴마크 시민이 그를 배웅했다. 덴마크 매체들은 “마르그레테 2세는 1380년 이후 약 600년 만의 여왕이자, 1146년 에릭 3세 이후 900여 년 만에 스스로 퇴위한 국왕”이라며 “특유의 온화하고 지적인 모습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고 평했다.
프레데릭 10세는 이날 별도 대관식 없이 곧바로 왕좌에 올랐다. 프레데릭센 총리가 프레데릭 10세와 함께 크리스티안보르궁 발코니에 등장, 그를 ‘덴마크와 그린란드, 페로제도의 새 국왕’으로 선포하고, 총 9번 ‘만세’를 외쳤다. 프레데릭 10세는 “나는 통합의 군주가 되고 싶다”며 “덴마크 국민의 단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프레데릭 10세는 메리(51) 왕비와 사이에 2남 2녀를 두고 있다. 메리 왕비는 호주의 평범한 가정 출신이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요트 경기에 출전한 프레데릭 10세를 경기장 인근의 한 선술집에서 만나 4년간의 열애 끝에 덴마크의 왕비가 됐다. 덴마크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소탈하면서도 기품 있는 모습을 보여 덴마크인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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