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F는 친환경 파트너… 누구나 자연 보전 동참할 수 있게 도울 것”

김예윤 기자 2024. 1. 1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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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기금 한국 본부 ‘최장수 멤버’ 박민혜 사무총장 인터뷰
한국 본부 10주년 맞아 파격 인사…‘WWF 출신’ 신임 사무총장 선임
‘지구 보전’ 목적의 국제 환경단체
대기업 등 시장 움직임 유도하고, 소비자 인식 바꿀 프로젝트 운영
4일 서울 종로구 세계자연기금(WWF) 한국 본부 사무실에서 만난 박민혜 신임 사무총장. 박 사무총장은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은 한국 본부는 기금 규모와 프로그램 운영에서 아시아권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라며 “국제 환경회의 등에서 한국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평범한 사람도 환경 보전에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게 해주는 조직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판다 로고로 유명한 세계자연기금(WWF)은 대표적 국제 환경단체 중 하나다. 1961년 판다 등 멸종위기 동물과 자연 보전에 관심을 가진 스위스 생태 전문가들의 소모임에서 출발해 현재 생물다양성 보전, 에너지와 기후변화 등 환경 이슈 전반을 다루고 있다.

WWF 한국 본부는 2014년 3월 설립돼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WWF가 활동하는 5대륙 100개국 중 마지막인 100번째 사무소였다고 한다. 이달 4기 사무총장으로 선임된 박민혜 신임 사무총장(45)은 한국 본부 설립 직후인 2015년 합류한 ‘최장수 멤버’다. 그를 서울 종로구 WWF 한국 본부 사무실에서 만났다.

―WWF 한국 본부 첫 내부 승진 사무총장이다.

“해외 다른 사무소들엔 내부 승진이 꽤 있었다는데 한국 본부에선 파격적인 일이었다. 그동안 외부에서 연륜을 쌓은 분이 사무총장에 선임되면 ‘어디 출신’이라고 소개했는데 저는 ‘WWF 출신’인 셈이다. WWF가 대규모 비정부기구(NGO)인 만큼 분야도 다양해 조직 특성이나 문화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 맡는 게 좋겠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다. 최장기 근속자로 내부에서 여러 직무를 경험한 걸 좋게 본 것 같다.”

―원래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았나.

“사실 처음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건 아니다. 귀여운 동물을 좋아하는 정도였다. 미국 유학 시절 은행에서 카드를 발급받을 때 카드에 동물 사진을 넣을 수 있는 옵션이 있었다. 흥미롭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은행과 WWF의 협업 프로젝트였다. 이 작은 일이 WWF와의 첫 만남이었다. 이후 대학원에서 NGO 관련 수업을 들으며 흥미를 느꼈는데 당시 WWF 사례로 소개됐다.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마침 WWF 한국사무소가 개설돼 입사하게 됐다. 예전부터 신념을 가졌던 환경론자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대다수 평범한 사람의 마음을 잘 알고, 움직이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뭔가.

“입사 초기 WWF를 한국에 알리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맡았고 이후 기업과 협력하는 파트너십&프로그램, 후원금 모금 등을 담당했다. 시민과 기업의 마음을 움직이는 업무들이다. 입사 초기 많은 기업은 환경단체들이 자신들에게 적대적이라고 생각했다. 기업들은 환경단체와 협업할 경우에도 ‘환경단체와 협업한다’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고 할 정도로 반감이 심했다. 그래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나 소비자들에게 긍정적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는 방법 등을 함께 고민하고 해법을 찾는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정말 많이 바뀌었다. 최근에는 이마트와 함께 제품 포장재 저감 프로젝트, 친환경 제품 유통을 진행하는 등의 성과가 나오고 있다.”

―활동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면 말해 달라.

“조직 내부에선 우리가 지구 보전이란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달려가고 있다는 소속감을 강조하고 있다. 정책, 홍보, 모금 등 부서마다 기능적 차이가 존재해 우선 순위나 이해도가 달라질 수는 있는데, 그동안 한목소리를 내는 데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상황에선 자신이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만족감이나 보람이 떨어지기 쉽다. 판다의 얼굴과 손, 심장이 모여 판다를 완성한다는 점을 내부적으로 강조하고 싶다.”

―신임 사무총장으로서 강조하고 싶은 게 뭔가.

“지난 9년간 활동하며 개별 시민을 바꾸는 캠페인만으로는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걸 알게 됐다. 본질적으로는 공급망 시장이 변화할 때 훨씬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수만 명이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않는 소비자로 바뀌는 것보다 스타벅스 같은 대기업이 빨대 공급을 하지 않는 게 훨씬 효율적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앞으로 기업들이 환경과 관련해서 혁신적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쓰고 싶다. 물론 기업을 움직이기 위한 소비자들의 인식 제고도 필요하다.”

―올해는 WWF 한국 본부 설립 10주년이다. 목표가 있다면 알려 달라.

“한국 본부는 WWF 해외 사무소 중 100번째로 설립됐다. 빨리 설립된 편은 아니지만 WWF 내부에서 ‘한국 사무소는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기대가 많았다. 그리고 실제로 한국 본부는 기금 규모와 프로그램 운영에서 이미 아시아권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다. 한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 만큼 더 큰 역할을 기대하고 싶다. 한국 정부가 글로벌 NGO와 일한 역사가 그렇게 긴 편은 아닌 만큼 국제 환경 회의 등에서 한국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올해 10주년 프로젝트의 테마는 ‘사랑하라, 그러지 않으면 잃는다(love it or lose it)’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을 지키지 않으면 잃어버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다양한 분야에서 전하고 싶다. 또 우선 3월 진행되는 기후인식 제고를 위한 지구촌 전등 끄기 캠페인 ‘어스 아워(Earth Hour)’를 무사히 치르려 한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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