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공연 시장 1조2696억원… 영화 처음 넘었다
지난해 공연 시장 규모가 영화 시장 규모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 외화·한국 영화 합산 극장 박스오피스 총매출액은 1조2614억원. 역대 최고였던 2019년 1조9140억원의 약 66% 선까지 회복됐다. 반면 본지가 문체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예경) 공연예술통합전산망 등을 활용해 추계(1월 5일 현재)를 낸 결과, 작년 공연 총매출액은 1조2696억원을 기록했다. 80억원 정도의 근소한 차이로 공연이 영화 시장 규모를 추월한 것이다<그래픽>. 잠정 집계이긴 하나, 공연이 전체 시장 규모에서 영화를 추월했거나 최소한 동등한 수준으로 올라섰다는 것은 코로나 시기를 겪으며 우리 사회 문화 소비 패턴에 생겨난 변화를 반영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콘서트·뮤지컬이 이끈 ‘공연 빅뱅’
공연 시장의 유례없는 ‘빅뱅(Big Bang)’을 이끈 것은 대중음악 콘서트와 뮤지컬이었다. 뮤지컬 시장의 큰 폭 성장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뮤지컬은 2022년 티켓 매출 4253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작년 상반기 매출이 직전 해 상반기 대비 42% 늘어나며 역대급 성장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잠정 집계된 작년 뮤지컬 총매출액은 약 4590억원으로 사상 최고, 공연 시장 내 비율은 36.2%에 달했다. 조성진, 임윤찬 등 수퍼스타의 등장 등으로 크게 성장한 클래식 음악 시장이 매출 795억원(6.3%), 연극 매출은 647억원(5.1%)을 기록했다. 내한과 국내 가수 공연을 모두 더한 대중음악 분야 매출은 5765억원으로 전체 공연 매출에서 가장 큰 45.4%를 차지했다. 대형 내한 공연이 이어지고 K팝 아이돌 공연이 활성화된 것도 큰 몫을 했다. 예경은 이달 24일까지 작년 매출 데이터를 최종 취합해 내달 초 공식 통계를 발표할 예정이며, 최종 숫자는 변동될 수 있다.
◇공연은 대체 불가한 ‘경험재’
공연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놓고, 코로나 이후 ‘보복 소비’로 공연 관객이 대거 유입된 것을 꼽는 시각이 많다. 표 값이 치솟는 현상을 가리키는 ‘티켓플레이션(티켓+인플레이션)’도 매출 증가에 한몫했다. 클래식의 경우 티켓 최고 가격이 베를린 필 55만원 등 50만원 안팎에서 형성됐고, 파리오페라발레의 ‘지젤’이 34만원을 찍었다. 뮤지컬 티켓 가격의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5만원 선’도 붕괴돼, ‘오페라의 유령’ 19만원, ‘레미제라블’ 18만원, ‘레베카’ 등은 17만원까지 올랐다.
영화표 가격 인상이 극장 매출 감소의 주요인으로 꼽히는 것과 달리, 공연은 티켓 값이 올라도 시장이 계속 커진다는 것도 흥미롭다. 극장 영화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라는 강력한 대체재가 생긴 데다, 극장에서 내려간 뒤 IPTV 등을 통해 볼 수 있게 되는 ‘홀드백’ 기간이 급격히 짧아져 꼭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가 갈수록 희미해지는 것도 한 이유로 꼽힌다. 반면 공연은 라이브 ‘현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감동이 관객을 계속 극장으로 끌어들인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최근 올해 공연 일정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공연의 이런 특성을 가리켜 “경험재”라고 규정했다.
◇헤드윅·알라딘… 대작 뮤지컬 풍년
올해도 대작 뮤지컬들이 줄을 서 있다. 작년의 폭발적 성장과 티켓플레이션 반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사상 처음 뮤지컬 시장이 5000억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는 기대도 크다.
5년 만에 내한한 ‘스쿨 오브 락’ 월드투어는 지난 12일 개막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어 공연도 이달 24일 6년 만에 돌아오고, ‘마리 앙투아네트’ 10주년 기념 공연도 2월 개막한다. 3월에는 ‘헤드윅’ ‘맨 오브 라만차’, 한국 초연 ‘디어 에반 핸슨’이, 5월에는 뮤지컬 ‘영웅’ 15주년 기념 공연이 막을 올린다. 6월에는 ‘시카고’와 ‘프랑켄슈타인’, 7월에는 창작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와 ‘하데스타운’이 기다린다. 11월에는 디즈니 뮤지컬 ‘알라딘’이 한국 라이선스 초연을 시작한다. ‘지킬 앤 하이드’ 20주년 기념 공연도 11월에 돌아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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