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광고 强國의 비밀은…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3인조가 흰옷 차림 경비원을 다짜고짜 폭행한다. 경비원은 몸속 장기로 가는 길목을 지키는 ‘백혈구’, 3인조는 ‘감기 바이러스’다. 백혈구를 물리친 3인조는 의기양양하게 “이제 폐로 가겠다” 선언한다. 그 순간 특수요원처럼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타깝(Takabb)’이라며 나타나 바이러스 3인조에게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낸다. ‘이별 메시지’ ‘해고 통보’ ‘비트코인 40% 폭락’…. 절망스러운 문자에 바이러스들은 좌절해 힘을 잃고, 폐는 감기의 위기에서 벗어난다.
코미디 프로 장면이 아니다. 태국 국민 감기약 ‘타깝’이 감기를 낫게 만드는 과정을 의인화로 표현한 광고 장면이다. 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대표 분야는 ‘광고’다. 국제광고제 ‘칸 라이언스(Cannes Lions)’에서 타깝 광고를 포함해 2022년·2023년 연속 4편의 본상 수상작을 배출했다. 유튜브에서도 “태국 광고는 미쳤다” “병맛 수준을 넘어선 크리에이티브” 등 찬사를 보낸다.
광고 선진국 태국의 창의성은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첫 번째 원천은 ‘자율성’이다. 한국은 광고주가 광고 전략뿐 아니라 제작 과정에도 관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태국의 광고주는 거의 개입하지 않고 전적으로 광고 회사에 맡긴다. 정부도 광고 규제를 최소화하고,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
두 번째 원천은 ‘포용성’이다. 얼마 전 속옷 브랜드 ‘와코루 무드(Wacoal Mood)’ 태국 지사는 여장 남자가 여성성을 강조한 광고를 선보였다. 태국은 광고업계에 종사하는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의 비율도 타 국가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처럼 다양한 세계관을 받아들인 것이 태국 광고 창의성의 비결이라 주장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자유로운 의사 소통이 억압되고, 차이를 적의(敵意)로 받아들이는 세상에서 창의성이 발현될 수는 없다. 창의성은 없던 것을 새롭게 생각하는 것만이 아니다. 기존 것을 다르게 바라보고, 그 다름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구성원들에게 자유로운 생각의 운동장을 제공하고, 다름을 존중하는 것이 창의성의 요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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