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사고하라 다산 정약용 선생처럼

경기일보 2024. 1. 1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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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상 다산문화예술진흥원장

인류 역사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 것을 든다면 말과 문자, 책과 그림 정도일 것 같다. 새들도 노래하고 춤을 춘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들의 삶도 한편의 드라마다. 그러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들고, 그런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사람만이 누리는 최고의 가치가 아닐까. 한 편의 시를 읽으며 깊은 생각에, 한 권의 소설을 통해 끝없는 상상 속으로 빠져든다. 한 컷의 그림이나 영화를 보며 놀라운 영감을 받는다. 이처럼 문화 예술은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뒤흔드는 마력이 있다.

인생은 뇌와 혀와 손의 유쾌한 삼중주다. 세상은 생각하는 자와 말하는 자, 쓰는 자, 읽는 자로 나뉜다. 사람의 생각은 말과 글로 정리돼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고로 말이나 글은 곧 그 사람이다. 말하는 것이나 쓴 글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짐작할 수 있다. 말과 글에는 그 사람의 관점, 성품, 지적능력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말이나 글로 다 전하지 못하는 마음, 진정성을 담고 표현하는 것만큼 신뢰를 주는 건 없다. 삶을 가꾸는 글쓰기를 원한다면 어떻게, 누구를 모델로 삼을 것인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작품을 나누고 삶을 경험하고’라는 4고(사고·思考)의 과정이 필수적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저술’이라는 대단한 업적을 남긴 다산 정약용 선생처럼 끊임없이 새로움을 탐하며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좋다.

말하기나 글쓰기엔 천재가 따로 없다. 지루하고 힘들어도 지난한 과정을 차근차근 익혀야 한다. 처음부터 제대로 기본기를 다져야 한다. 매일 일어난 일을 사진 찍어 페이스 북이나 밴드, 카페 등의 기록으로 남겨라. 글이나 책을 읽으면 느낀 점부터 써라. 쓰기 위해서라도 읽어라. 읽었으면 써라. 읽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저희가 평안을 누릴 것이요,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사람에겐 에로스가 필요하지만 에로스는 결국 로고스를 열망하게 한다. 아마 태초에 말씀이 있었기 때문일까.

건강한 사회와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는 소중한 자산으로 종교와 문화 예술의 영역을 들 수 있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 문화 예술은 그 어떤 고정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인간의 심리와 삶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므로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문화 예술에 심취하는 이유는 우리 스스로가 안고 있는 삶의 갈등과 고뇌를 작품 속에서 작가를 통해, 또는 주인공을 통해 해소하거나 그 어떤 동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마치 다산 선생의 유배생활과 그 일대기가 파란만장했던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는 먹고사는 것보다 문화 창작의 욕구가 더 높을 수 있다. 작가들의 삶은 힘들었지만 그 아픔과 핸디캡을 결국 작품으로 풀어낸다. 문제를 극복하고 예술로 힘을 얻는다. 일종의 종교와 같은 것이다.

인간의 삶을 각본 없는 드라마에 비유한다면 문화 예술은 그 각본 없는 드라마를 그야말로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해 우리와 다음 세대에 되돌려 주는 작업이다. 그런 점에서 문화 예술은 ‘오늘을 사는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라 정의할 수 있다. 학문적 스펙트럼이 넓은 다산 선생의 수많은 저서에는 작가의 뜨거운 혼과 깊은 성찰이 담겨 있다. 이 시대에 다산 선생처럼 사고하고 따라하기는 최고의 자기 브랜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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