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태 칼럼] 마약범죄에 엄정하고 지속적인 대응 필요
마약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돼 경찰 당국의 수사를 받아오던 유명 연예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적인 대화 내용과 신변사항까지 공개되는 등 감내하기 어려운 지경에 처하게 됐던 것 같다. ‘재판의 공개 원칙’과는 달리 수사 과정은 ‘비밀주의’가 원칙이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공적 인물로 간주되다 보니 조사 내용, 일정, 투약 여부에 대한 신체검사 결과 등 일거수일투족이 생중계처럼 노출됐다. 수사기관이 비밀 수사를 진행하려고 해도 부득이하게 관련 내용이 공개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피의자의 인권 보호, 수사당국의 비밀 유지 그리고 언론의 경쟁적인 보도 태도가 논란이다.
국내의 마약 오·남용 문제는 1988년 개최된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매년 1만여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형사사법당국과 유관기관의 예방 및 단속 노력으로 ‘마약청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최근 5년간 마약범죄는 2021년 일시적 감소를 제외하고 2018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인터넷 해외직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 거래, 내·외국인 출입자 증가, 해외 유학 및 여행자 증가, 의료기관 종사자의 도덕적 해이, 한국의 경제력 향상 등 마약 투약·소비가 늘어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
흔히 마약범죄는 많은 금전으로 지속적인 구매·투약을 하며 벌어지는 선진국형 범죄라고 일컬어진다. 그런데 오히려 대부분의 마약 생산 및 공급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열악하다. 즉, 가난한 나라(동남아, 남미, 중동의 일부 국가)의 허술한 형사사법적 통제와 경제적 상황이 맞물려 있다. 잘사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간 바람직스럽지 못한 공생 관계다. 마약 거래 및 유통이 다른 (범죄) 유형에 비해 많은 금전적 이익을 취득할 수 있는 범죄라는 것도 한몫한다.
최근 펜타닐(마약성진통제), 펜터민(식욕억제제), 케타민(전신마취제) 등 오·남용 시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 투약 사례가 청소년 사이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처음부터 마약이라는 것을 알고 투약하는 사례는 드물다. 흔히 ‘살 빼는, 잠 안 오게 하는,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술 깨는, 기분이 좋아지게 하는, 성관계에 도움이 되는’ 등의 용도로 포장돼 학원가, 유흥가 그리고 가정으로 부지불식간에 다가온다. 호기심 어린 한 번의 투약행위가 종국에는 상습 투약 사범으로 전락하게 만든다. 이미 한두 차례 투약 사범으로 형사 입건된 경우라면 ‘범죄자’로 비난 받기보다는 ‘치료받아야 할’ 환자로 여겨야 할 상황이다.
이제 한국에서 마약범죄(약물 오·남용)는 범정부적으로 대처해야 할 정책 이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마약 청소년 유포 충격적이며...국가를 좀먹는 마약범죄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필자는 최근 캐나다 밴쿠버시 이스트사이드를 지나면서 마약에 취해 삶을 포기한 채 일그러진 얼굴과 흐느적거리는 신체 동작의 수많은 노숙인을 목격한 바 있다. 아직 한국은 건강한 편이다.
예방·홍보 및 단속·수사·처벌·재활에 이르기까지 시민단체, 형사사법기관 및 유관기관과의 협업이 필요하다. (단순) 투약사범 단속 및 검거 실적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보다 근원적이고 효과적인 방책으로 해외로부터 유입되는 마약류 공급·유통 및 국내에서의 판매 루트에 대한 수사기관의 강력한 단속과 법원의 엄정한 처벌에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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