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CES 2024'로 확인한 미래 '퀀텀 점프'…AI 서비스업 중심 '대전환' 시작됐다
삼성·LG·현대차·SK 등 주요 대기업 AI 전환 '한목소리'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제조업을 넘어 혁신을 촉진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 경제를 분석한 뒤 내놓은 제언이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5.5%에 달하는 국가다.
과거부터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은 생산성이 낮은 제조업을 아시아 지역으로 이동시켜 왔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또다시 중국으로 생산 거점이 옮겨 갔고, 최근에는 다시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은 제조업의 낮은 생산성을 장시간 노동과 기술 혁신으로 버텼다. 한국 근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1904시간으로, 제조업 중심 선진국인 독일(1295시간)과 일본(1626시간)보다 훨씬 길다.
또 이차전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혁신적인 제품을 꾸준히 생산해 수출을 늘려왔다.
이렇다 보니 제조업 중심 경제 구조에서 생산성이 높은 서비스업 체제로의 전환이 뒤늦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22년 기준 한국의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성 격차 지수는 49.8로 OECD 평균(80.2)을 크게 하회했다. 생산성 격차 지수는 100에 가까울수록 격차가 적고, 멀어질수록 격차가 크다.
문제는 제조업 중심의 우리나라 경제 구조가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는 데 있다. 높은 노동 강도와 낮은 생산성으로 고임금 서비스직이 아닌 이상 취업을 포기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사회 진출이 늦어지면서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되고, 이는 생산가능 인구 감소를 불러왔다. 더불어 고임금 체제가 자리 잡으면서 제조 생산성은 더욱 떨어질 위기에 처했다.
실제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발표한 '생산가능인구 감소 대응을 위한 기업의 생산성 제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지적재산기구(WIPO)가 평가하는 글로벌 혁신 지수에서 우리나라의 생산성 증가율은 지난 2013년 2.4%에서 2022년 -0.2%로 감소했다.
이번 '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24(CES 2024)'에서는 우리나라의 서비스업 중심의 전환이 아직 늦지 않았다는 희망을 품게 만들었다.
반도체와 가전, 스마트폰을 주력 상품으로 삼던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을 전면에 내세웠다. 매일 사용하는 핵심 기능들에 '생성형 AI'를 적용해 기존과 다른 서비스 경험을 제공한다는 사업 방향을 제시했다.
전시 부스에서도 더 멋진 가전제품, 더 성능이 우수한 스마트폰에 집중하지 않고 AI를 활용한 스마트홈을 어떻게 구현하는가, AI를 활용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가에 집중했다.
LG전자 역시 AI 서비스 'LG 씽큐'를 전면에 내세우고 기존 B2C(기업-소비자) 서비스를 비롯해 B2B(기업-기업) 거래를 늘리겠다는 전략을 공개했다. 고객의 모든 공간에서 다양한 경험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내용의 연장선이다.
전시 부스에서도 제품을 부각시키지 않고, 집 안 곳곳에 설치된 센서와 사물인터넷(IoT) 기기 연결로 고객이 조작 없이 최적의 상태로 각종 기기가 작동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현대자동차는 완성차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차 없는 자동차 기업 부스'로 구성해, 신차를 단 한 대도 전시하지 않았다. 크게 수소 에너지와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 대전환을 이뤄야 한다는 테마로, 앞으로 제공될 미래 서비스에 대한 영상과 시연으로 전시 부스를 꾸몄다.
HD현대 역시 무인 건설 부문에서 AI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생산성 혁신 방안을 집중 소개했다. 약 3000km 떨어진 곳에서 '휠로더'를 원격조종하거나, 무인 굴착기를 통해 사람 없이도 스스로 안전하게 작업하는 모델도 제시했다. 현재 주력 사업인 조선업과 관련한 선박 모형 등의 내용은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었다.
SK그룹은 7개 계열사 통합 전시관을 운영하며 수소연료전지 기차, 도심항공교통(UAM), 탄소감축과 AI 솔루션 등을 소개했다. 통신 안테나와 6G 이동통신 장비는 찾아볼 수 없고, 마치 미래 사회를 체험할 수 있는 '테마파크' 형식으로 구성됐다.
이 모든 국내 기업들의 전시가 제조업을 넘어서서 서비스업으로의 도약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존 제조업에서의 기술 혁신과 더불어 이 모든 미래 전략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체질을 개선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처절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만큼 희망도 아직 남아 있다는 인상도 받았다.
고 박완서 작가는 에세이를 통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과 관련해 "소를 잃더라도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더군다나 우리는 소가 아니라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서비스업으로의 경제 체제 전환이 다소 늦었더라도, 이미 망했다며 넋 놓고 포기할 순 없다. 다시 소를 기르고, 미래 후대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고민하고, 생존을 위한 혁신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한국 국가대표 기업들을 응원해 본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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