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박원순·노무현…"공인에 도덕기준 유난히 높은 韓"

김성준 2024. 1. 15.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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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유력 신문이 배우 고(故) 이선균의 자살 사건을 조명하면서 공인에게 유난히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한국 사회를 짚었다.

이 신문은 2020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보다 11년 앞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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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 발표에서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랑스의 유력 신문이 배우 고(故) 이선균의 자살 사건을 조명하면서 공인에게 유난히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한국 사회를 짚었다. 이 신문은 2020년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보다 11년 앞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전했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은 14일(현지시간) 영화 '기생충'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이선균의 마약 투약 혐의, 그가 억울함을 호소했고 마약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음에도 경찰 조사 때마다 언론의 집중적인 취재 대상이 된 점 등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한국 사회와 유명인의 관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이선균이 사망하기 직전 경찰 조사가 19시간 동안 진행된 점도 조명하면서 그의 죽음 이후 한국 영화계가 경찰과 언론의 압박을 규탄하는 움직임도 함께 전달했다. 이 신문은 "그의 죽음을 계기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 등 영화계 주요 인사들이 고인의 이름으로 예술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며 "이 죽음은 많은 이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고 밝혔다. 리베라시옹은 한국 사회에서 이런 일이 오랫동안 누적돼 왔다고 분석했다.

성균관대에서 프랑스 영화사 등을 가르치는 앙투안 코폴라 교수는 리베라시옹에 "프랑스인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한국에서) 공인은 오래전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책무를 갖고 있다"면서 "공적인 것은 모두 사회 도그마(독단적 신념·교리·학설 등)에 부합해야 한다는, 일종의 청교도주의가 있다"고 밝혔다. 리베라시옹은 코폴라 교수의 설명을 봤을 때 마약 복용 혐의와 유흥주점 출입으로 조사받은 이선균이 겪은 불명예가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도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짚었다.

리베라시옹은 이선균을 비롯해 많은 영화인의 경력이 도덕성의 제단에서 산산조각이 났다면서 대표적인 예로 배우 김민희를 들었다. 김민희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가 유부남인 홍상수 감독과의 불륜이 터지면서 수백만 달러의 손해를 입었고 이후론 홍 감독 영화에서만 연기하고 있다고 전했다.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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