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승련]15% 투표율로도 美 대선판 흔드는 아이오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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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 때 빼놓지 않고 요청하는 게 미국산 콩과 옥수수 수입 확대다.
간장 두부 식용유를 만드는 데 필요해 중국은 이들 작물의 최대 수입국이다.
수출 증대를 꾀한 것이겠지만, 두 작물이 대통령 선거에 영향력이 큰 '정치 곡물(穀物)'인 것이 진짜 이유일 수도 있겠다.
대선에서 이기려면 아이오와주의 대표 농산물인 콩과 옥수수의 판로 확대에 기여하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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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서부 대평원 지역의 아이오와 그리고 지역 농산물이 정치적으로 대접받는 이유가 있다. 4년마다 돌아오는 대선의 해 1월 가장 먼저 코커스(caucus·당원 대회)를 여는데, 그 경선 결과가 앞으로 펼쳐질 주별 경선에 심리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오와에서 우리 시간으로 오늘 오전 10시 공화당 코커스가 열리고, 오후쯤 결과가 나온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경선은 1∼6월 50개 주마다 1등 후보를 뽑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2가지 방식이 있다.
▷우리처럼 하루 날을 잡아 방문 투표 또는 우편 사전투표를 하는 프라이머리(primary) 방식이 일반적이다. 코커스 방식은 예외적이다. 아이오와처럼 1500곳 투표소 현장을 직접 찾아 오후 7시부터 연설 듣고 토론한 뒤 투표하니 꽤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그렇다 보니 투표율에도 차이가 있다. 아이오와 코커스는 투표율이 15% 선에 그치는 반면 프라이머리는 2배인 30%를 넘어선다.
▷역설적이게도 낮은 투표율이 아이오와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공화당 후보라면 이론상 등록 유권자의 7∼8%만 내 편으로 만들어 투표시키면 50% 득표율로 1위가 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인구 300만 정도인 아이오와를 대선 주자들이 더 자주 찾는다. 맥줏집, 교회와 극장 앞, 학교 운동장에서 뉴스에서 보던 후보들과 선 채로 대화하는 경험이 많은 것이 아이오와 정치의 자부심이다.
▷올해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는 80년 만의 폭설과 영하 20도 맹추위로 낮은 투표율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 오죽했으면 1위인 트럼프조차 “죽도록 아프더라도 투표하고 죽으라”고 독려할까. 후보 캠프마다 한국에선 불법인 투표장까지 교통편 제공을 위한 당번을 정해 놓았고, 2위 경쟁을 하는 후보 캠프들은 역시 한국에선 불법인 가가호호 노크 유세를 혹한에도 중단하지 않았다.
▷달라진 게 있다면 50년 동안 4년마다 같은 날 열던 민주당의 코커스는 올해부터 3월로 미뤄졌다. 흑인 지지세가 주춤한 것을 감안해 흑인 유권자가 많은 2월 초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을 올해의 첫 경선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현직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있어 민주당 후보 경선은 크게 의미가 없어졌지만, 낮아진 흑인 지지율을 올리려고 머리를 짜낸 것이다. 이래저래 첫 경선장에 전략적 의미를 부여하는 건 대선 후보들에겐 인지상정이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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