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신 연료 된 뉴스콘텐츠, 합리적 보상체계 마련을[동아시론/최경진]

최경진 가천대 법과대학 교수·한국인공지능법 학회장 2024. 1. 15.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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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AI 학습에 뉴스콘텐츠 사용 논란
애플은 언론사에 콘텐츠 사용료 지급 제안
AI 혁신 가속화할 새로운 상생 방안 시급
최경진 가천대 법과대학 교수·한국인공지능법 학회장
혁신은 필연적으로 기존 질서나 생태계에 충격과 갈등을 불러온다. 가장 최근의 대표 사례로서 택시업계와 극한 대립을 했던 모빌리티 플랫폼이나 레거시 금융을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던 핀테크 혁신도 마찬가지였다. 이해관계자를 전쟁 같은 투쟁의 장이나 타협을 위한 대화의 장으로 이끌었다. 그 결과는 혁신적 발전으로의 평화로운 전환인 때도 있었지만, 때로는 기득권 친화적으로, 때로는 누구도 만족하지 못한 어정쩡한 동행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새로운 혁신으로 급부상한 인공지능(AI)도 이전의 혁신이 걸었던 갈등의 길목에 들어섰다. 인공지능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우리의 미래상이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선진 각국이 인공지능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주도권을 쥐려고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인공지능 혁신은 정치, 사회, 경제, 법률, 문화, 환경 등 전 분야에 걸쳐서 다양한 이슈를 야기하고 있지만, 특히 큰 갈등을 마주하고 있는 영역이 바로 콘텐츠 생태계이다. 인공지능 학습에 뉴스콘텐츠를 이용하려던 네이버 뉴스서비스 제휴 약관을 둘러싼 논란, 국내 AI 웹툰 보이콧, AI에 대응한 할리우드 파업, 뉴욕타임스와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 사이의 저작권 침해 소송, 스크래핑을 통해 이미지 저작권을 침해당했다고 하여 스태빌리티AI를 상대로 예술가 3인이 소송을 제기한 사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공지능 혁신을 가속화하면서도 갈등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인공지능 혁신이 불러온 갈등에 대한 시각이나 대응 방법론에는 이해관계의 정도나 혁신을 마주하는 철학 등에 따라 큰 격차가 존재할 수 있지만, 혁신만이 절대적 선이고 과거의 제도나 생태계 참여자들은 타파해야 할 악의 기득권자로만 치부하는 편향된 시각은 지양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을 향상할 미래의 핵심 기반으로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할 변화라는 점은 틀림없지만, 오랜 세월 혁신을 뒷받침해 온 콘텐츠 보호 체계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거나 인공지능 혁신 생태계로의 전환을 위해 기존 콘텐츠 생산자의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저작권 등 콘텐츠에 관한 권리는 콘텐츠 창작자 보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콘텐츠 생산에 대한 유인을 통한 문화 창달과 관련 산업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해왔다.

인공지능 경쟁력은 데이터의 양과 질에 좌우되며, 양질의 데이터인 콘텐츠의 더 많은 창출과 함께 그에 대한 접근 및 활용을 보장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데이터 학습 과정에서 저작물에 표현된 사상이나 감정을 향유하지 않는 경우에 필요한 한도 내 저작물을 복제·전송할 수 있도록 한 저작권법 개정안과 같은 인공지능 혁신을 위한 데이터 마이닝(TDM) 면책에 대한 요구는 충분히 경청할 만하다. 정부가 지난해 말 적절한 보상 등의 방법으로 적법한 이용권한 확보가 필요하다는 ‘인공지능(AI)-저작권 안내서’를 발표하면서 AI 저작권 논란은 일단락되었지만, AI TDM 면책을 위한 입법론은 여전히 유효하며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화한 만큼 사상이나 감정의 향유 가능성까지도 포괄하여야 한다. 그런데 TDM 면책을 입법한다고 해서 인공지능 혁신으로 인한 갈등이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국지적 쟁점만 논의하다가는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있다.

이제는 인공지능 시대에 맞는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글로벌 스탠더드와 보조를 맞추면서 모든 이해관계자의 진솔한 논의를 통한 바람직한 실천방안을 도출하고 실천해야 할 때다. 애플이 인공지능 학습용 뉴스 콘텐츠 사용료 지급을 제안한 것처럼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상생을 위한 합리적 해결방안을 도출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인공지능 혁신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하지만, 혁신으로 위협받는 창작자의 일자리나 생존의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인공지능이나 콘텐츠는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고 양질의 콘텐츠가 인공지능의 필수적 생산재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기존의 콘텐츠 생태계와 인공지능 혁신이 상생·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인공지능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콘텐츠에 대한 접근·이용은 최대한 자유롭게 허용하되, 인공지능 혁신의 주재료가 될 콘텐츠 창작에 대한 유인은 지속적으로 보장·확대할 수 있는 새로운 합리적 보상체계의 마련을 위한 실천적 논의가 시급하다. 콘텐츠 생태계와의 갈등은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는 수많은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던지는 다양한 난제를 해결하면서 전통적 생태계를 AI 혁신 생태계로 발전적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본격적인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인간이 AI와 공진화할 수 있도록 범국가적 담론의 장이 열리기를 기대한다.

최경진 가천대 법과대학 교수·한국인공지능법 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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