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개미, 웃을까 울까…코스피 삭풍에도 “상승장 가즈아~!”

김태성 기자(kts@mk.co.kr), 김정석 기자(jsk@mk.co.kr) 2024. 1. 15.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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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지수 추종 ETF에 뭉칫돈
KODEX Top5에 7868억 순유입
삼전·하이닉스 줍줍 ‘빚투’도 급증
[사진 출처=매경DB]
삼성전자 등 주요 상장사의 잇따른 어닝쇼크와 미국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후퇴하는 등의 악재로 올해 들어 코스피가 5% 넘게 하락했지만, 투자자들은 코스피 상승을 기대하며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 뭉칫돈을 넣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인들을 중심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의 저가 매수를 노리는 수요가 크게 늘면서 빚을 내서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빠르게 늘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와 ETF체크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2일까지 가장 자금유입이 많았던 상위 10개 ETF 가운데 절반인 5개가 코스피 상승에 베팅하는 종목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가장 많은 자금이 순유입된 ETF는 KODEX Top5플러스TR로 7868억원이 몰렸다. 코스피와 코스닥 모든 종목 중 시가총액 상위 5개 종목과 시가총액이 크면서 배당수익률이 높은 5개 종목에 투자하는 종목으로, 올해 첫주(2~5일)만 해도 파킹형 ETF에 밀려 자금유입 순위 2위였지만 이후 투자가 집중되며 1위로 올라섰다.

이날 기준 구성종목을 보면 SK하이닉스(24.10%), 삼성전자(23.60%), 네이버(10.35%), 포스코홀딩스(8.60%), 현대차(8.53%) 비중이 75%가 넘는다. 사실상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10위 중 주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코스피200 지수의 변동률을 2배로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에는 2775억원이 유입돼 같은 기간 자금유입이 많았던 ETF 가운데 4위를 차지했다.

코스피200을 기본지수로 삼는 KODEX 200이 2067억원으로 5위를 기록했다. 두 종목의 삼성전자 편입 비중은 각각 21.4%, 30.79%에 달한다.

이밖에 SK하이닉스, 삼성전자, 한미반도체, 리노공업 등 국내 반도체와 관련 소재 제조기업 주식을 골고루 담은 TIGER Fn반도체TOP10에도 1002억원이 유입됐다.

반대로 코스피가 하락할때 수익이 나는 KODEX 인버스 유입액은 같은 기간 444억원으로 저조했다.

코스피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는 개인들이 주도하고 있다. 올 들어 지난 12일까지 개인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는 KODEX 레버리지였다. 이 기간 기관의 최다 매수 ETF가 같은 종목인 것을 감안하면 기관이 내다 판 코스피 레버리지 ETF를 개인이 사들인 셈이다. 개인들은 같은 기간 KODEX 200도 455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들이 주로 선택한 ETF들의 수익률은 올해 들어 부진하다.

순유입금액 규모가 가장 큰 KODEX Top5플러스TR의 경우 연초대비 12일 기준 수익률이 -6.07%에 그쳤고, KODEX 200도 -5.81%를 기록했다. 코스피 변동률을 2배로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는 -11.31%에 달하는 등 해당 ETF들의 수익률은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률 -5.42%를 하회했다.

초단기 금리·채권형 상품의 수익률이 이 기간 0.13~0.25%대로 소폭이나마 플러스를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지난 12일까지 8거래일 연속 코스피가 하락할 정도로 계속된 약세장에도 불구하고 코스피가 올라야 수익이 나는 종목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인을 중심으로 강하게 이어지는 것은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를 필두로 코스피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삼성전자가 발표한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85%나 줄어든 6조5400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향후 D램 판매가격 인상에 따른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만큼 주요 증권사(미래에셋증권 10만5000원)와 해외 투자은행(HSBC 11만원)까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0만원 넘게 제시하며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 들어 계속된 단기 가격 조정 덕에 코스피의 멀티플이 낮아진 점은 국내 증시에 다시 주목해야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2일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를 기록했는데 과거 10년 평균보다 낮아 가격 부담이 발생하기 어렵다”며 “가격 측면에서 밸류 부담이 적고 이익 모멘텀이 양호한 한국 증시는 미국 금리 흔들림만 잦아진다면 다시금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2520선까지 레벨다운된 코스피의 추가 하락폭은 제한적”이라며 “당분간 2500선을 중심으로 등락을 반복하거나 기술적 반등시도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주요 증권사에서는 단기 낙폭이 컸지만 향후 상승세가 예상돼 지금 같은 가격 조정 시 매수를 통해 비중을 확대할 만한 종목으로 공통적으로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종주를 꼽았다.

이에 맞춰 개인투자자들은 지금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표주이자 동시에 시총 상위 대형주에 대한 적극적인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일 9조200억원 규모였던 코스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일 잠깐 줄었다 이후 상승세를 지속, 12일에는 9조6293억원으로 늘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이란 개인이 신용거래로 주식에 투자한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코스피 하락에 맞춰 개미들은 시총 1, 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빚투에 집중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3일 2610억2091만원에서 7거래일째 연달아 증가해 12일에는 49.27% 늘어난 3896억2383만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이 기간 잔고가 500억원 가까이 증가해 2141억318만원까지 커졌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2525.99로 전거래일 대비 0.94포인트(0.04%) 오르며 8거래일 연속 하락을 끝내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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