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칼럼] 자립준비청년들과 함께 가는 사회 돼야
학비 이유 대학 공부 포기 없어야
국가가 부모역할 해 홀로서기 돕길
윤도현 비대위원 ‘정책 제안’ 관심
김종빈 제34대 검찰총장. 그의 중학교 생활기록부 보호자란에는 아버지가 아니라 보육원 원장의 이름이 올라 있다. 중학교 시절 보육원에서 생활했기 때문이다. 끼니를 걱정할 만큼 곤궁했던 그의 부모가 똑똑한 막내아들을 중학교라도 보내려고 보육원에 맡겼다고 한다. 품에서 떠나보내는 부모, 가야 하는 자식 모두 속이 무너졌을 것이다.
정글 같은 사회에 떠밀려 나와 주거와 생계를 홀로 감당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자립준비청년의 50%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조사결과는 우리 사회의 성찰을 요구한다. 자립준비청년이 “살아온 삶이 너무 가혹했다”며 삶을 포기하는 일이 멈추지 않는 한 진정한 선진국, 복지국가는 요원하다.
자립준비청년의 사회 진출은 부모 있는 청년과 출발선이 다르다. 국가는 부모 역할을 대신 해줄 책무가 있다. 그들이 어려울 때 버틸 힘을 얻을 수 있는 울타리와 품을 국가가 만들어 줄 때 그나마 격차가 줄어들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자립 지원이 계속 두터워지는 점이다. 자립수당이 올해부터 월 50만원으로 10만원 인상된다. 일대일 상담서비스 전담인력도 230명으로 50명 확충된다. 자립지원청년이 대학 기회균형선발 대상에 포함된 것도 반길 일이다.
하나 자립정착금이 지자체별로 차이가 크고 액수도 턱없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올해 서울시는 2000만원, 경기도, 대전시, 제주도는 1500만원, 13개 시·도는 1000만원을 지급한다. 1000만원으로 자립정착이 가당키나 한가. 정부는 국고를 투입해서라도 액수를 늘리고 동일하게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옳다. 이를 외면하는 건 자립준비청년들에게 돈을 많이 주는 곳으로 이사가라고 부추기는 것과 다름없다.
자립준비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주거 문제라고 한다. LH는 연간 공공임대주택 2000호 우선 공급을 추진 중이다. 자립준비청년이 원하는 곳, 최소한 반지하가 아닌 집에서 살 수 있도록 주택공급의 질을 더 높여야 마땅하다.
많은 자립준비청년이 대학 진학 포기, 자퇴로 일용직·비정규직·저임금 일자리로 진입하는 게 현실이다. 2021년 대학진학률은 55.8%로 일반 청년 73.7%에 비해 크게 낮다. 교육 격차가 일자리의 격차를 만든 것이다. 국비 지원을 늘려 이들이 학비, 생활비가 없어 공부를 못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나아가 김 전 총장 같은 전문직이 나올 수 있도록 로스쿨 입학 기회를 확대하고 학비 외에 생활비를 장학금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자립준비청년들의 불안감은 상상 이상이다. 정서적 안식처가 긴요하다. 이들을 격려하고 조언을 해주는 ‘사회적 부모’(멘토)가 있다면 고립감은 줄어들 것으로 본다.
윤도현 자립준비청년 지원(SOL) 대표의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 합류는 국가와 사회의 관심을 높일 좋은 기회다. 그는 “자립준비청년의 진로설계 및 대학재학 중 안정적인 생계지원, 심리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종합적인 지원이 검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되는 이런 제안을 많이 해주기 바란다.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
자립준비청년들은 사회의 편견에 큰 상처를 받는다. ‘고밍아웃’(고아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이유다. 그들이 “나는 보육원 출신입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국민들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할 때다.
김환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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