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수정]고금리 고물가 시대… 확산되는 작은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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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안 마시고, 소고기 안 먹고 유럽이 가난해졌다."
지난해 7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기 침체로 유럽 중산층의 생활이 궁핍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내 경제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해 7월 103.2까지 상승한 이후 8월부터 4개월 연속 평균값인 100을 밑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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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기 침체로 유럽 중산층의 생활이 궁핍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프랑스에서는 와인과 푸아그라를, 스페인에서는 올리브오일을, 독일에서는 소고기 대신 값이 싼 닭고기를 먹는 등 사치재부터 일상적인 식료품까지 소비가 줄었다.
WSJ는 유럽연합(EU) 대부분 국가에서 진행 중인 고령화로 전반적인 생산성이 부진한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 경제의 더딘 회복, 인플레이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했다.
유럽 중산층의 일상생활을 바꿔놓은 경기 침체는 어딘가 낯이 익다. 고금리 고물가 시대 한국에서도 식비를 비롯한 생활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다들 고군분투 중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12월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국민 소비지출 계획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과반(52.3%)은 올해 소비 지출을 전년 대비 축소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소비 지출을 줄이는 주요 이유로 고물가 지속(43.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실직, 소득 감소 우려(13.1%), 세금 및 공과금 부담 증가(10.1%)가 뒤를 이었다. 지출을 줄이려는 품목으로는 여행 외식 숙박(20.6%), 문화생활(14.9%), 의류와 신발(13.7%) 순이었다.
물가는 오르는 상황에서 가계 실질 소득은 감소해 소비 여력이 줄어들자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알뜰 소비에 집중하는 불황형 소비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배달 음식이나 외식을 즐겼던 가정에서도 외식 물가가 급등하고 가격 대비 만족도가 떨어지자 집밥을 해서 먹는다는 이들이 늘었다. 유튜브와 인터넷에서는 ‘n만 원 일주일 식단’ 같은 콘텐츠가 많이 올라와 있다. 예산 안에서 식단을 짠 뒤 필요한 것만 주문하고, 재료도 배추나 무 같은 비교적 저렴한 제철 식자재 위주로 사용한다.
젊은 세대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정해진 액수의 현금만을 사용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인다는 ‘현금챌린지’가 MZ들 사이에서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경기 불황과 가치 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저렴한 중고 제품을 구매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재판매하는 의류 중고거래 시장은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중고 의류시장 점유율은 전체 시장의 18.1%로 2027년에는 24.3%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여성의류 구매자의 35%가 최근 1년 이내에 중고 의류 거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국내 경제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해 7월 103.2까지 상승한 이후 8월부터 4개월 연속 평균값인 100을 밑돌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수출 개선세는 나타났지만 민간 소비와 투자, 건설 등 내수 지표는 둔화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가계의 소비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이다.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해 일자리를 늘리고 가계 소득 증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민생 회복과 투자 활성화에 정부가 조금 더 속도를 냈으면 한다.
신수정 산업2부 차장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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