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이책만은꼭] 선거의 해, 공화(共和)를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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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선거의 해다.
지난 주말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미국, 인도 등 전 세계 곳곳에서 70회 이상 선거가 치러진다.
공적 영역이 증발하는 세상에서 공화주의는 이기에 중독된 대중(mass)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바라보며 자기 역할을 고민하는 공중(public)의 부활을 꾀한다.
다가오는 선거가 공화를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힘찬 걸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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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립·갈등으로 치닫는 정치세태에 경종
그러나 민주 정치는 선거를 통해 작동하지만, 선거가 반드시 민주주의를 가져오는 건 아니다. 선거 제도, 선거구 조작 등으로 기울어진 경기장을 만들거나, 딥페이크 같은 인공지능 기술과 소셜미디어를 악용한 허위 정보 유포 등으로 선거 결과가 자주 왜곡되기 때문이다. 영국 정치학자 닉 치즈먼은 이를 ‘위조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특정 정치인을 우상화하는 팬덤 정치의 폐해도 크다. 공동체 전체를 생각지 않고, 우리 편은 무조건 옳다는 식의 ‘우쭈쭈 민주주의’는 사회 분열과 갈등, 폭력과 테러 등을 부르기 쉽다. 우리 편이 무조건 옳은데, 다른 편이 이길 수 있는 선거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팬덤 정치는 결국 정치 내전의 일상화, 위조 민주주의의 토양으로 타락한다.
선거를 공동체 전체가 함께 공공선을 이룩하는 한 과정으로 인식할 때, 민주주의는 성숙한다. 이 때문에 요즘 세계적으로 공화(共和)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는 중이다. 시민들 사이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공통 이익을 추구하고 공존의 토대를 마련해야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김경희의 ‘공화주의’(책세상 펴냄)에 따르면, 공화주의는 세 가지 기본 구성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신분, 지위, 재산 등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예속되지 않은 평등한 시민이 정치의 주인으로 있어야 하고, 공공선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 사람을 지배해야 하며, 공적 영역에서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는 시민 덕성이 있어야 한다. 법치 사회에서 사람들이 자유를 누리면서 시민 덕성을 실천할 때, 공화주의는 구현된다.
법의 지배는 예외의 배제로써 실현된다. 대통령이든 재벌이든, 누구나 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공화주의의 뿌리가 군주제에 대한 저항에 있었음을 생각하면 이는 당연하다. 어느 사회든, 최고 권력자가 법의 지배를 받을 때 공화는 완성된다. 물론, 그 법은 특정 개인이나 세력의 탐욕보다 공동체 전체의 복리를 목표로 제정된 것이어야 한다.
공화는 자유의 폐해를 억제하는 데도 필요하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은 원자화되고 고립된 채 무연고적 존재로 전락 중이다. 개인 자유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사적 이익 추구를 너무 당연시한 까닭이다. 공적 영역이 증발하는 세상에서 공화주의는 이기에 중독된 대중(mass)이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바라보며 자기 역할을 고민하는 공중(public)의 부활을 꾀한다. 사회적 의무와 연대를 생각하면서 정치에 참여하는 공중의 존재는 자유주의가 공동체를 훼손하지 않게 만드는 사회적 토대가 된다.
한 사회의 공론장이 무너지고 공공선이 쇠퇴할 때, 공화에 대한 갈증이 분출한다. 사람들은 대립과 갈등의 정치에 지쳐 있고, 공적 정의가 권력과 돈에 잡아먹힌 세상에 분노하는 중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사적 이익을 억제하고 제도적으로 공공선이 구현되는 공화의 세상을 사람들은 꿈꾼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다가오는 선거가 공화를 생각하는 민주주의의 힘찬 걸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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