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클래식感]푸치니 100주기, 그의 놓칠 수 없는 보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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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큰 별인 자코모 푸치니(1858∼1924)가 세상을 떠나고 100년이 되는 해다.
이탈리아의 토레 델 라고 푸치니 페스티벌을 비롯한 세계의 오페라 축제와 극장들이 기념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은 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신년음악회 이틀째 순서를 푸치니 아리아 하이라이트 무대로 꾸몄고 12월엔 2021년 공연했던 '서부의 아가씨'를 다시 무대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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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오페라단이 9월 세계적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가 출연하는 ‘토스카’를 무대에 올리며 11월엔 ‘라보엠’을 공연한다. 솔오페라단이 ‘투란도트’와 다른 한 편을 준비 중이고 대구오페라하우스도 12월에 ‘라보엠’을 공연한다. 국립오페라단은 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신년음악회 이틀째 순서를 푸치니 아리아 하이라이트 무대로 꾸몄고 12월엔 2021년 공연했던 ‘서부의 아가씨’를 다시 무대에 올린다.
아쉬움도 있다. ‘라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투란도트’ 등 푸치니의 4대 흥행작은 이미 세계 오페라극장을 먹여 살리는 대표 레퍼토리다. 이 네 작품만으로 세계 오페라 공연 횟수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푸치니는 이 밖에도 오페라 여덟 작품을 더 작곡했는데 ‘잔니 스키키’ ‘마농 레스코’ 정도를 제외하면 무대 위에서 만나기 힘들다. 푸치니의 음악이 문제가 아니라 대본에 극적 박력이나 개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전막 공연이 아니더라도 갈라 콘서트 등을 통해 무대에서 자주 만나고 싶은 푸치니 오페라의 ‘눈대목(하이라이트)’들을 소개한다. 음원 검색을 위해 원어인 이탈리아어 제목도 함께 적었다.
푸치니 26세 때의 오페라 데뷔작인 ‘빌리’(1884년)에서는 주역 세 사람의 3중창과 합창이 어우러지는 ‘하나님의 천사여(Angiol di dio)’를 들어볼 만하다. 남주인공이 친척의 유산을 받기 위해 떠날 준비를 하자 연인과 마을 사람들이 그를 배웅하는 장면이다. 주인공의 여행은 비극으로 끝나지만 유려한 선율과 찬란한 관현악은 젊은 작곡가의 희망찬 출발을 알리는 듯하다.
두 번째 오페라 ‘에드가르’(1889년)에선 세상을 떠난 연인을 추모하는 여주인공의 아리아 ‘안녕, 나의 사랑이여’가 전곡의 정점을 이룬다. 6일 국립오페라단 신년음악회에서도 소프라노 한지혜가 노래했다. 이 노래는 바로 앞에 나오는 추모의 합창 ‘영원한 안식을(Requiem aeternam)’에 이어 들을 때 분위기가 더욱 살아난다. 푸치니는 흔히 ‘눈물 짜내는 작곡가’로 인식되지만, 이 합창에서는 그의 깊은 영성(靈性)이 느껴진다.
1917년 초연된 ‘제비(론디네)’는 빈 오페레타 스타일을 모방해 쓴 작품이다. 1막의 소프라노 아리아 ‘도레타의 꿈’ 한 곡만 자주 연주되지만 2막 파티 장면의 ‘그대의 신선한 미소를 마셔요(Bevo al tuo fresco sorriso)’를 빼놓을 수 없다. 테너 솔로로 시작해 소프라노와 합창이 가세하는 장면인데, 노을 너머 별이 총총히 뜨는 듯한 세기말 특유의 탐미적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이 오페라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2019년 국내 초연했다. 잘 공연되지 않는 푸치니 작품 중에서도 ‘빌리’와 이 작품은 꼭 한번 서울에서 만나보고 싶다.
푸치니 마지막 오페라 ‘투란도트’ 직전의 ‘3부작(Il trittico·1918년)’은 단막 오페라 세 작품을 하룻밤에 공연할 수 있도록 구성한 작품이다. 2015년 솔오페라단이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해 이듬해 예술의전당 예술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마지막 막인 ‘잔니 스키키’의 소프라노 아리아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O mio babbino caro)’에만 관심이 쏠리기 일쑤다.
3부작의 첫 막이자 첫 번째 작품인 ‘외투’에서는 2중창 ‘나의 꿈은 달라요(E' ben altro il mio sogno)’를 꼭 들어보기 권하고 싶다. 지루한 일상에 지친 여주인공이 젊은 정부(情夫)와 비밀스러운 눈빛을 교환하며 부르는 욕망의 노래다. 푸치니 일생의 주제였던 ‘수상한 노스탤지어(strana nostalgia)’가 가사에 그대로 들어간다. 아마도 푸치니가 대본작가에게 요구해 넣었을 것이다. 3부작 두 번째 작품인 ‘수녀 안젤리카’에서 현생의 고뇌와 천상의 평화가 절묘한 낙차의 대비를 이루는 마지막 부분 ‘아, 나는 저주받았다(Ah, son dannata)’도 좀처럼 잊기 힘든 장면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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