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왼발이 춤추자... 바레인 골망이 출렁였다

이영빈 기자 2024. 1. 15.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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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한국과 바레인의 경기. 대표팀 이강인이 찬 공이 바레인 골망을 가르고 있다./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한국과 바레인의 경기. 이강인이 드리블하고 있다./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한국과 바레인의 경기. 대표팀 이강인이 바레인 수비 사이로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한국과 바레인의 경기. 대표팀 이강인이 중거리 슛으로 팀의 두번재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앉지 못했다. 계속 서서 경기를 지켜봤다. 표정도 긴장이 가득했다. 평소 온화한 표정으로 벤치에 앉아있던 평가전 때와는 달랐다. 그 현장은 15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본선 조별리그 1차전. 클린스만은 지난해 2월 부임 이후 “아시안컵 우승이 1차 목표”라고 여러 번 말해왔다. 클린스만호가 출범한 뒤 아시안컵 우승은 지상 과제였다. 그 첫 테이프를 끊는 자리. 1차전 상대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86위 바레인이었다. 23위인 한국엔 무난한 경기가 예상됐지만 공은 둥글고 승부는 알 수 없는 법.

바레인은 경기 초반부터 시종일관 거센 몸싸움을 내세웠다. 한국도 밀리지 않고 맞섰다. 전반에만 양 팀에서 경고 5장(한국이 3장)이 나올 정도로 거친 분위기가 이어졌다. FIFA 랭킹이 무색할 정도로 중반까지는 경기력도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1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대한민국과 바레인의 경기. 클린스만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도하(카타르)=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01.15/

선제 타격은 한국 몫. 전반 38분 황인범(28·즈베즈다)이 골대 오른쪽에 있다 흘러나온 공을 왼발로 감아 차 선제골을 넣었다. 바레인도 만만치 않았다. 후반 6분 문전 앞 혼선 중에서 압둘라 알하샤시(32·알 알리)가 발 앞에 떨어진 공을 손쉽게 차 넣었다. 1-1. 자칫 흐름이 넘어가려는 순간, 한국에는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이 있었다. 이강인은 동점골을 허용한 지 5분 정도 지난 후반 11분 골대 정면 페널티 아크 한걸음 뒤에서 공을 잡은 다음, 벼락처럼 왼발로 감아 차 골문 왼쪽 구석으로 꽂아 넣었다,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미치지 못할 정도로 절묘했다. 이강인은 속이 시원하다는 듯 포효했다.

15일 (현지 시각)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E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바레인의 경기 전반 황인범이 선제골을 넣고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뉴시스

이강인 진가는 여기서 바래지 않았다. 후반 24분 페널티박스 우측 안쪽에서 공을 잡은 이강인이 오른발로 슛을 할 것처럼 속이면서 바레인 수비수들을 제쳐냈고, 그다음 유유히 왼발로 골대 오른쪽 구석에 공을 차 넣었다. 그제야 만족한다는듯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이강인은 이날 2골을 포함해 민첩하고 유려한 드리블로 바레인 수비진을 내내 뒤흔들었다. 한국이 3대1로 이기면서 조별 리그 첫 승을 신고했다. 1960년 이후 64년 만에 겨냥하는 아시안컵 정상을 향한 첫걸음을 비교적 순조롭게 내디뎠다.

1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대한민국과 바레인의 경기. 이강인이 추가골을 넣고 있다. /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이강인 활약은 이미 예고된 바나 다름없다. 그는 지난해 10월 튀니지와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골과 함께 멀티골을 넣은 뒤 이날 2골까지 최근 대표팀 6경기에서 6골을 넣었다. 이강인과 더불어 주장 손흥민(32·토트넘)도 이날 종횡무진했다. 중원에서 맞춤형 패스를 자주 찔러 넣었고, 최전방으로 침투해 상대 수비를 괴롭혔다. 이강인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잡았으나 공이 빗맞으면서 오른쪽으로 살짝 빗나가 아쉬움을 남겼다.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 역시 드리블을 시도하는 상대 공격수 공을 자주 뺏어냈다. 특유의 날카로운 전진 패스도 선보였다.

15일 (현지시각)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E조 조별리그 1차전 대한민국과 바레인의 경기 시작 후반, 손흥민이 슛에 실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뉴시스

한국은 이날 경기를 포함해 아시안컵 본선 첫 경기에서 6승6무를 거뒀지만, 2골 차 이상으로 이긴 건 두 번째다. 크메르공화국에 4대1로 이겼던 1972년 태국 대회 이후 52년 만이다. 2015년 대회에선 오만에 1대0, 2019년 대회에선 필리핀에 1대0으로 한 수 아래 상대에게도 아슬아슬하게 이긴 바 있다.

시원한 승리에 숨겨진 불안 요소도 있다. 거칠었던 경기 탓에 한국 선발진 5명이 경고를 받았다. 대회 규정상 4강전부터 경고가 없어지기 때문에 8강전을 포함한 남은 5경기를 치를 때 경고 부담을 안게 됐다. 한 번 더 경고를 받으면 그다음 경기를 뛰지 못한다. 김민재, 손흥민, 조규성(26·미트윌란), 이기제(33·수원), 박용우(31·알 아인)가 경고를 받았다. 역습에 번번이 뚫려 슈팅까지 허용했던 수비도 불안했다. 수비 위주로 일관하던 바레인이 약속했던 순간 갑자기 공격을 전개하자 한국 수비는 당황했다. 빠른 속도로 제자리에 돌아오긴 했지만, 당황한 탓에 상대 공격수 1명에게 2~3명이 달라 붙었고, 공을 건네받은 다른 공격수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았다. 전반 33분 그렇게 기회를 잡은 바레인 알리 마단(29·아지만)이 슛을 놓치지 않았다면 선제 골을 허용할 수도 있었다.

한국은 20일 요르단과 조별리그 2차전을 가진다. 요르단 FIFA 랭킹 역시 87위로 한국보다 아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바레인이 86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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