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살 찌푸리게 한 中 주심 일관성 없는 판정…우려했던 ‘카드 남발’, 희생양 된 태극전사들
[골닷컴] 강동훈 기자 =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평균 3.71장의 옐로카드를 꺼내든 마닝(중국) 주심이 이번엔 태극전사들에게 카드를 남발했다. 도리어 바레인의 반칙에는 관대한 판정을 내리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태극전사들은 마닝 주심의 일관성 없는 판정에 희생양이 됐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5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바레인과의 2023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3-1로 승리했다.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의 선제골 이후 동점을 허용했지만,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멀티골로 승부를 뒤집었다.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만족스럽진 못했다. 수비적으로 내려선 바레인을 공략하는 데 고전했던 점과, 바레인의 종종 위협적인 역습에 흔들리더니 실점을 허용하는 등 불안함도 여러 차례 노출했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전력상 월등히 우위에 있는 것을 고려하면 개운치 않은 승리였다.
클린스만호는 이날 주전 선수들이 잇달아 경고를 받은 것 역시 아쉬웠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와 박용우(알아인), 이기제(수원삼성), 조규성(미트윌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이 연속으로 옐로카드를 받았다. 이들은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한 이래 꾸준하게 베스트11에 포함됐던 만큼 앞으로 치를 경기에서 경고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대회에선 8강 이후에야 경고가 소멸된다.
다만 이날 경고를 두고 논란도 존재했다. 전반 10분 박용우가 알리 마단(아지만 클럽)과 볼 경합 과정에서 스터드로 상체를 가격한 데에 이어, 무릎으로 턱을 가격한 행위는 위험한 반칙으로 간주되는 만큼 옐로카드 판정이 맞았다. 또 전반 13분 하프라인 부근에서 김민재가 모하메드 마르훈(쿠웨이트SC)을 뒤에서 쫓아가다가 밀친 부분 역시 유망한 공격 상황이었던 터라 옐로카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반 28분 이기제가 수비 진영에서 마단이 역습을 나갈 때 팔로 저지한 행위는 주심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수는 있지만, 통상적으로 구두주의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 위험 지역이 아니었던 데다, 직접적으로 득점에 가깝게 연결되는 상황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관장한 마닝 주심은 곧바로 옐로카드를 꺼냈다. 후반 16분 조규성이 받은 카드 역시도 비슷했다.
마닝 주심은 도리어 바레인 선수들의 반칙엔 관대했다. 대표적인 장면은 전반 31분에 나왔다. 황인범이 패스를 받는 과정에서 마단이 뒤에서 깊은 백태클을 범했다. 느린 장면으로 다시 봐도 위험한 장면이었다. 마단은 축구화 스터드를 들고 그대로 황인범의 다리 쪽을 노리면서 백태클을 했다. 하지만 마닝 주심은 경고 없이 넘어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후반 1분 사예드 바케르(리파SC)가 뒤쪽에서 다리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허벅지 부위를 강하게 가격하는 거친 반칙 장면에서도 마닝 주심은 옐로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손흥민은 이에 인상을 찌푸리면서 강하게 불만을 표출했고, 바로 앞에서 지켜본 클린스만 감독 역시 분노를 참지 못하며 항의했다. 그러나 마닝 주심은 꼼짝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이강인과 이재성(마인츠) 등 태극전사들이 반칙을 당할 때 마닝 주심은 관대한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2010년부터 중국 슈퍼리그(CSL) 심판을 맡고 있는 마닝 주심은 2011년부터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심판을 맡기 시작했다. 지난해 CSL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친선대회 등 모든 대회 통틀어 28경기를 관장하는 동안 무려 104장의 옐로카드를 꺼냈다. 이 과정에서 경고 누적으로 퇴장시킨 건 4회다. 또 레드카드는 9장이나 꺼냈다.
당초 클린스만호는 바레인전을 앞두고 마닝 주심이 배정되면서 혹여나 불리한 판정이나, 납득할 수 없는 판정 등에 피해를 볼 수 있을 거란 우려가 제기됐다. 그리고 그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이날 김민재와 박용우, 이기제, 조규성, 손흥민이 나란히 경고를 받은 만큼 클린스만호는 경고 관리를 잘 해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 8강까지 옐로카드를 받지 않아야 다음 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피할 수 있다.
한편 이날 승리를 거둔 클린스만호는 E조 1위(1승·승점 3)로 올라섰고, 16강 진출에 청신호를 켰다. 대한민국은 역대 이 대회 조별리그 1차전 무패(6승6무)를 이어갔고, 통산 바레인과 상대 전적에선 12승 4무 1패가 되면서 격차를 더 벌렸다.
클린스만호는 닷새 휴식을 취한 후 오는 20일 알 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요르단과 대회 조별리그 E조 2차전을 치른다. 만약 승리를 거두면 토너먼트에 진출하게 된다. 이 대회는 24개국이 4개국씩 6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벌이는데, 조 1위와 2위가 16강 토너먼트에 직행하고 각 조 3위 가운데 상위 성적 4개국이 추가로 합류한다.
사진 =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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