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라면 1004개·사랑의 저금통…매서운 추위도 잊게한 ‘온정’
어릴 적 밥 한끼 못 먹었던 기억에…
전 재산 내놓은 79세 변문희 할머니
연초 서울 지역 곳곳에서 함께 사는 이웃들을 위해 크고 작은 도움의 손길이 모였다. 동네 취약계층의 한 끼를 위해 전 재산을 기부하고, 어린이들이 한두 개씩 모은 라면 1000여개가 무료급식소에 전달됐다.
15일 마포구에 따르면 성산1동 주민 변문희씨(79)가 지난 12일 마포구청을 찾아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과 금융자산 등 전 재산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사후 지역 취약계층 지원에 쓰겠다고 기탁했다. 충북 진천에서 태어난 그는 가족 부양을 위해 17세에 서울로 올라와 억척스럽게 일했다고 한다. 성산1동으로 이사온 지 20년째, 검소하고 부지런한 생활을 하기로 유명하다. 변씨는 “어릴 때 밥 한 끼 제대로 못 먹어서 쓰러지기 일쑤였고, 여자라서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며 “형편 때문에 못 배우고 힘들게 사는 이웃, 학생을 돕고 싶다”고 전했다. 서울에서 홀로 살아온 그는 지난해부터 마포구가 만 75세 이상 주민들에게 주 6일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는 ‘효도밥상’으로 이웃들과 식사를 하게 되면서 기부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이 같은 유증에 대한 공증을 마친 변씨는 12일 마포복지재단의 후원증서를 전달받았다.
라면 한 개 두 개, 1년 동안 차곡차곡
‘1004개’ 보낸 독산본동어린이집 아이들
지난 10일 금천구청에는 라면 1004개가 도착했다. 독산3동에 위치한 독산본동어린이집에 다니는 어린이 83명과 교직원 20명이 지난해 말부터 한 개, 두 개씩 모으기 시작해 마련한 것이다. 기탁한 라면은 독산3동 저소득 취약계층 가정과 지역 내 무료급식소 2곳에 배달됐다. 독산본동어린이집에서는 2022년과 2023년에도 어린이들이 성금을 모아 기부한 바 있다. 윤현경 독산본동어린이집 원장은 “아이들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나눔의 의미를 알고 배우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고사리손으로 채운 ‘사랑의 저금통’
성금 낸 성북구청 직장어린이집 아이들
성북구청 직장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도 지난 12일 삼선동주민센터를 찾아 지난해 함께 저금통에 모은 용돈과 선생님들이 보탠 돈으로 성금 41만8610원을 전달했다. 이 어린이집에서는 매년 초 사랑의 저금통을 나눠주며 용돈을 모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성북구 관계자는 “학부모들도 아이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배울 수 있어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양순 성북구 삼선동장은 “주민센터를 찾은 아이들이 작은 손으로 성금을 전달하는 모습을 보니 행복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며 “아이들이 전한 따듯한 온기를 주민분들에게 더 많이 나눌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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