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송영길, 기업인 ‘민원해결사’ 역할…수억 정치자금 수수”

임정환 기자 2024. 1. 15.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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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마치고 대기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검찰은 송영길(61·구속기소)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구속 기소하면서 그가 기업인들의 ‘민원 해결사’ 역할을 하며 수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검찰은 이 같은 자금 수수 활동에는 외곽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연구소(먹사연)’가 동원됐다고 봤다.

15일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실이 공개한 송 전 대표의 49쪽 분량 공소장에는 검찰이 재구성한, 송 전 대표에게 전달된 기업인들의 각종 청탁과 그 대가로 거액이 오간 정황이 적시됐다.

우선 검찰은 송 전 대표가 국토교통부 전관 출신 김모(62) 전 민주당 국토교통수석전문위원을 통해 박용하(75) 전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의 ‘소각장 증설’ 관련 민원 해결을 도와주고, 외곽조직인 ‘먹사연’을 거쳐 4000만 원을 수수했다고 적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폐기물 처리업체 A사가 인허가 문제로 어려움을 겪자 평소 후원해오던 송 전 대표에게 인허가 청탁을 위해 접근했다. A 사는 2019년부터 여수국가산업단지 내에서 소각장 증설 사업을 추진했으나 추진 약 2년 만인 2021년 8월께 국토부와 전라남도로부터 사업 계획을 반환당했다.

사업 계획이 틀어지면서 주가 하락과 경영권 위기라는 악재를 맞게 된 박 전 회장은 2021년 6월 26일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송 전 대표를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송 전 대표는 국토부 국장 출신이자 고등학교 동창인 김 전문위원을 박 전 회장에게 소개하기로 하고, 2021년 7월 17∼18일 ‘전남 강진 수해 지역 및 고흥 나로우주센터 방문 일정’에 김 전문위원을 대동해 박 전 회장을 만나도록 했다.

이후 김 전문위원은 2021년 7월 23일부터 같은 해 9월 6일까지 약 1달간 A사의 소각장 개발계획을 담당하는 국토부 담당자들에게 총 12차례 전화를 걸었다.

김 전문위원이 A사 사업계획 검토 상황을 점검하며 인허가 문제를 신속히 해결해달라는 취지로 ‘잘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아울러 김 전문위원이 박 전 회장과도 만나 국토부 측에서 파악한 인허가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이후 A사 실무 담당자에게도 연락해 대응 방향을 조언했다고도 적었다.

이러한 송 전 대표 등의 도움에 박 전 회장은 ‘감사의 표시’로 7월 28일 2000만 원, 같은 해 8월 18일 2000만 원 등 총 4000만원의 뇌물을 후원금 명목으로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처럼 기업의 민원 해결 등을 명목으로 송 전 대표가 다수의 기업인에게서 수억원에 달하는 정치자금을 ‘수금’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수금 활동에는 먹사연 소장 이모 씨와 상임이사 박모 씨가 동원됐다.

검찰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2020년 2월, 별다른 인연이 없던 인천의 한 재활요양병원 원장 김모 씨와 갑작스레 저녁 식사를 제안했다. 그는 이 자리에 박 씨를 대동했고, 박 씨는 "먹사연은 송 전 대표를 지지하고 후원하는 단체"라며 후원을 요청했다.

이에 원장 김 씨는 2020년 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매달 200만∼1000만 원씩 총 1억300만 원의 정치자금을 먹사연에 후원함과 동시에 송 전 대표 지역구인 계양구에 ‘종합병원 신설을 추진 중’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이후 송 전 대표는 2020년 3월 총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계양구에 종합병원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고, 의원 당선 직후 김 씨가 운영하는 병원에 방문하는 등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외에도 송 전 대표는 박용하 전 회장으로부터 총 3억500만 원을 비롯해 경남 지역 건설업체 대표로부터 총 1억 원, 인천의 화장품 부자재 제조업체 대표에게서 1억 원, 충남의 한 골프장 대표에게서 3000만 원을 받는 등 총 7명의 사업가로부터 7억63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먹사연을 통해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유력 정치인이 공익법인을 사적인 정치 외곽조직으로 변질시켜 기업인들로부터 정치자금과 뇌물을 수수하는 창구로 활용했다"며 지난 4일 송 전 대표를 구속기소 했다.

임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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