뻗대는 이스라엘에…미 “지금이 저강도 전투 전환 적기” 재차 압박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14일(현지시간) 100일째를 맞은 가운데 미국 백악관이 가자지구 군사 작전을 저강도로 전환할 것을 이스라엘에 재차 압박했다.
미국은 최근 이스라엘 정부가 군사 작전과 전후 구상 등에서 미국의 요구를 번번이 무시한 데 대해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고 미 언론이 보도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CBS 방송에 출연해 “우리는 이스라엘과 군사 작전을 저강도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해왔다”면서 “지금이 그 전환을 위한 적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우리는 모든 군사 작전이 더 낮은 강도로 진행돼야 하며, 더 정확한 비율로 표적을 겨냥하고 공습에 덜 의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하마스를 공격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하마스는 여전히 실재하는 위협이며,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공격할 수 있는 권리와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온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무시하고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미 정부 관계자는 “상황이 엉망이고 우리는 꼼짝도 못하는 상태”라며 “대통령의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 반 홀렌 상원의원(민주)도 “모든 시점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을 모욕했다”면서 “그들(바이든 정부)은 네타냐후 측에 계속 요청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뺨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네타냐후 총리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몫으로 거둔 세금을 PA에 지급하지 않고,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막고 있는 것 등에 따른 것이라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여기에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의 전후 구상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고 있으며, 가자지구에서 ‘PA 역할론’을 주문하는 미국의 구상 역시 거부하는 것도 미국 정부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부 간 입장차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후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개전 초기 양국 정상은 두 달간 매일 통화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가자지구 저강도 전투 전환이 지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군사 작전 규모를 상당한 수준으로 축소하지 않을 경우, 바이든 정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악시오스는 전망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 발발 100일째를 맞은 이날 성명을 내고 “모든 인질들이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카타르, 이집트, 이스라엘과 긴밀히 연락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미국인들을 집으로 데려오기 위한 노력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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