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예멘 본토 타격, 긴장감만 고조시켰나

① 후티 반군의 홍해 선박 공격력 건재…존재감 각인도
② 이란과 헤즈볼라 강력 반발…중동 확전 긴장감 키워

단검 든 후티 반군 지지자 예멘 후티 반군 지지자가 14일(현지시간) 최근 미국 주도의 후티 근거지에 대한 공격에 항의해 수도 사나에서 열린 집회 도중 전통 단검인 잠비야를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군이 예멘 후티 반군 본거지를 공습하며 확전 우려가 고조된 가운데 미국 내에서 예멘 본토 타격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긴장감만 고조시켰다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홍해를 담당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14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날 오후 4시45분쯤 후티 반군이 홍해 남부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미 구축함 라분호를 향해 순항미사일 한 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이 미사일을 예멘 서부 호데이다 해안에서 미 전투기가 격추했다고 설명했다. 인명·재산 피해는 없었다.

앞서 후티 반군은 지난 11일과 13일에 이어 이날도 미군이 호데이다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오늘은 미국 또는 연합군의 공격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다만 가디언은 “양측 모두 추가 공격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홍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은 지난 11일 영국과 함께 예멘에 있는 후티 반군 물류 창고와 방공 시스템, 무기 저장소 등에 대규모 폭격을 가했다. 13일에도 레이더 시설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미군의 예멘 본토 타격은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홍해에서 항해의 자유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라며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

문제는 미군의 예멘 본토 공격이 정말 효과가 있었는지다.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익명의 미 당국자 2명의 말을 인용해 “미국의 공습 이후에도 후티 반군의 공격 능력은 대부분 남아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국자들은 미군의 두 차례 본토 공격으로 목표물의 약 90%가 파괴되거나 손상됐지만,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에 미사일을 퍼부을 수 있는 능력의 75%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군이 예멘 본토에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후티 반군의 무인기와 미사일 공격 능력을 훼손하려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밝힌 것과 차이가 있다. NYT는 “예멘에서 후티 반군 표적을 찾는 일이 어렵다는 점이 입증됐다”며 “미군이 후티 반군 표적을 파악하고 타격 목록을 작성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후티 반군의 무인기 발사대 이동 속도가 매우 빨라 정확히 타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후티 반군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후티 반군이 미국의 공격을 유도하면서 오합지졸 이미지에서 탈피해 예멘의 합법적인 통치자로 변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예멘 전문가 파레아 알무슬리미 연구원은 가디언에 “이스라엘과 서방에 대한 후티 반군의 오랜 적대감을 고려할 때 더 강력한 공격이 준비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군의 예멘 본토 공격으로는 후티 반군의 홍해 도발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미국과 영국의 예멘 공격을 잇달아 비판했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은 14일 “예멘 국민에 대한 공격은 미국의 호전적이고 반인권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말했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도 이날 “미국의 홍해 공격은 항행의 자유를 해치고 바다를 전쟁터로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스랄라는 “미국의 공격으로 바다가 미사일, 드론, 전함이 동원된 전쟁의 무대로 변하면서 이 문제와 관련 없는 선박들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이는 그 자체로 바보 같은 행위”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은 홍해 상황과 이라크, 레바논에서 벌어지는 일들 모두가 가자지구 전쟁의 중단에 달려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우성·선명수 기자 applepi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