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아이오와 경선, 2위 헤일리 맹추격에도…트럼프 압도적 우위
“미국의 수치…네버 트럼프”
일대일 구도 기대하며 목청
트럼프 지지자들 1000여명
혹한 뚫고 운집 “대승 확신”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의 수치다. 그의 언행과 인격은 미국을 세계의 비웃음거리로 만들었다.”
14일 오후 6시(현지시간) 아이오와주 댈러스카운티 아델. 공화당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하루 앞두고 열린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의 타운홀 행사에서 만난 린든 웰스(72)가 이렇게 말했다. 스스로를 ‘온건한 공화당원’이라고 소개한 웰스는 “헤일리가 트럼프를 대신해 공화당 대선 주자로 나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헤일리 전 대사의 마지막 유세장에는 웰스와 생각이 비슷한 참석자들이 모여들었다. 남편과 함께 코커스 조직원으로 활동하는 60대 셰릴은 “트럼프의 정책을 좋아했지만 그의 화법과 태도를 더는 견딜 수가 없다. 트럼프·바이든이 재대결하더라도 트럼프에게 표를 주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도 “트럼프는 보복과 권위주의를 옹호한다. 트럼프 때문에 공화당원인데도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민주당에 투표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절대 투표할 수 없다는 ‘네버 트럼퍼’는 무당파 유권자들과 더불어 헤일리 전 대사의 주요 지지층이다.
일찌감치 트럼프 독주 체제로 굳어진 공화당 경선에서 헤일리 전 대사가 최근 맹추격에 나설 수 있게 된 데는 ‘반트럼프’ 정서가 일부 작용했다. 2008·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버락 오바마)에게 승리를 안겨줬지만 2016·2020년 대선에선 트럼프를 선택한 아이오와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엿보였다.
여성 지지모임인 ‘위민 포 니키’의 아이오와주 지부 활동가인 제시는 “내일 코커스 이후 공화당 경선은 트럼프 대 헤일리의 ‘일대일’ 구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오와 주의원 오스틴 해리스(29)도 “헤일리는 미국에 대해 긍정적인 비전을 갖고 있다. 아이오와에서도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현지에서 전날 여론조사에서 2위를 기록한 헤일리 전 대사의 상승세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경선 기간 내내 유지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도적 우위는 굳건했다.
특히 트럼프 지지자들의 ‘충성도’가 두드러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커스 전 마지막 유세에 나선 인디애놀라 심슨 대학 앞에는 아침부터 지지자들이 길게 줄을 섰다. 청중 1000여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설하는 중간중간 수시로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언제나 트럼프를 지지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트럼프는 바이든을 꺾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령인 블레인 멜빌은 “트럼프는 성취한 것이 많다. 반면 바이든은 국경 관리에 완전히 실패했고, 모든 물가가 폭등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코커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유 있게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유세를 지켜본 뒤 떠나던 트럼프 최측근 짐 조던 하원 법사위원장은 50% 이상 득표가 가능하겠느냐는 질문에 “대승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숙소인 디모인 시내 호텔에서 만난 브레나 버드 아이오와주 법무장관은 기자에게 “예감이 좋다. 역대 최고 기록인 12%포인트 차로만 이겨도 트럼프에겐 큰 승리”라고 말했다.
이날 둘러본 아이오와 주도 디모인과 외곽 일대 역시 북극 한파로 체감온도가 영하 40도까지 내려간 데다 폭설 여파로 도로 곳곳이 눈에 뒤덮여 있었다. 혹한 속에 치러지는 이번 코커스의 투표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후보들도 투표율 끌어올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설에서 “이번 코커스는 거짓말쟁이, 사기꾼, 깡패, 변태, 괴물들을 상대로 여러분이 승리할 수 있는 기회”라는 원색적인 언어까지 동원하며 코커스 참여를 당부했다. 전날 여론조사에서 3위로 주저앉은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아이오와를 누비며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
기자가 찾은 어반데일의 트럼프 선대본부 내 자원봉사자 10여명도 마지막까지 주민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선거운동 형태인 ‘폰뱅킹’에 한창이었다. 다만 트럼프 측 코커스 캡틴 주디는 “아이오와인들은 겨울에 매우 잘 훈련돼 있다. 날씨가 코커스 참여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헤일리 측 코커스 캡틴인 조는 “내일 마을 사람들을 내 차로 코커스 장소인 초등학교까지 안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이오와주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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