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일손 느는데…푸대접하는 정부
한국어 교육 등 정착 도움 사라져…민간 봉사활동에 의지
‘공공 중심 지원’ 대안, 턱없이 모자란 규모 ‘실효성’ 의문
매년 외국인노동자 수는 늘고 있지만 정부의 노동자지원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올해부터 고용노동부가 전국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의 예산 지원을 중단하면서 노동자들의 발길은 끊기고 센터 직원들은 실직했다.
노동부가 대안으로 추진하는 ‘외국인노동자 지역정착 지원사업’은 한시적인 데다 지원 규모가 턱없이 모자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창원 마산합포구 청사 앞 ‘창원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입구에는 폐쇄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1층 센터 입구에는 신문과 각종 고지서가 쌓여 있다. 외국인노동자들은 이곳에서 한국어 교육, 생활·법률·직업 관련 정보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받아왔다. 창원 센터는 2008년부터 15년간 외국인노동자의 지역정착을 도왔다.
베트남에서 온 노동자 수안딩(35)은 “한국 정부에서 제공하는 구직 정보와 통역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7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어 교육 등으로 도움이 많이 됐는데 외국인노동자 지원센터가 문을 닫았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경남에는 창원·김해·양산 등 3곳에 거점센터가 있었다. 전국에는 이를 포함한 거점 9곳과 소지역 35곳 등 총 44곳의 지원센터가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비영리단체·법인이 운영하는 전국 센터에 71억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지원 효율성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올해부터 예산 지원을 중단했다. 지난해 11월 통보를 받은 거점 9개 센터(전국 127명 근무)는 지난 1일부터 폐쇄됐다. 나머지 전국 소지역 센터는 외국인노동자 지원 업무를 중단하면서 존폐위기에 놓였다.
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은 노동자들의 지역정착을 돕는 여러 대안을 찾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외국인노동자 고용허가·연장·구직과 관련한 법적 지원은 하고 있지만, 한국어교육 등 한국 정착을 돕는 업무는 하지 않는다.
외국인노동자들은 알음알음 알게 된 지역 이주민센터 등에서 한국 적응 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자 조선소 외국인노동자가 늘고 있는 경남 거제에서는 한 비영리단체가 나서서 베트남인을 상대로 한국어 교육을 시작했다.
거제외국인노동자비전센터는 지난 5일부터 한 선박구성부품 제조업체의 요청으로 베트남 노동자 12명을 대상으로 1주일에 두 차례 한국어 출장 강의를 하고 있다.
고용허가제 비전문 취업비자(E-9)를 받아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노동자 수는 올해 16만5000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2022년 6만9000명, 2023년 12만명보다 많다.
외국인노동자 지원사업 대안으로 노동부는 올해 18억원을 들여 9개 시도를 대상으로 매칭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부 누리집에 지난 9일 공고한 ‘외국인근로자 지역정착 지원사업’은 1년 단위 약정, 최대 3년간 한시적 사업이다. 2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이 사업에 드는 총 사업비 36억원(국비·시도비 50%씩) 중 절반은 참여를 원하는 9개 광역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노동부가 투입할 예산 18억원은 지난해 전국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에 지원한 예산 71억원의 25% 수준이다.
진종상 전 창원외국인지원센터장은 “노동부 소속 인력으로는 외국인노동자 지원 관련 업무를 맡기 어려울 것”이라며 “최장 20년간 운영된 외국인지원센터들이 정상화돼야 한다”고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민간 중심에서 공공 중심의 체류지원 개편을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산업인력관리공단을 통해 한국어 교육 등의 지원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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