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토속적인 스릴러 ‘선산’… ‘연니버스’ 무한 확장

이복진 2024. 1. 15.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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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선산’ 연상호 감독
괴담처럼 소비되는 ‘선산’
꽤 재미있는 소재라 생각
김현주와는 세번째 호흡
‘가족의 존재’에 대한 질문
‘트윈픽스’ 레퍼런스 삼아
선산의 기묘한 분위기 연출
K오컬트 매력 ‘원색·리듬’
2024년 2개 작품 더 공개할 것

“‘돼지의 왕’(2011)을 할 때였던 것 같아요. 한국적이면서 다른 색을 낼 수 있는 스릴러를 하고 싶었죠. 하나는 시골 마을에 있는 사이비였고, 또 하나가 선산(조상묘가 있는 산)이었습니다. 선산이 괴담처럼 소비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선산으로 인해) 친척 사이 싸움이 났다는 등. 선산이라는 게 꽤 재미있는 소재라고 생각했죠.”

오는 19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선산’의 기획과 각본을 담당한 연상호 감독이 15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선산’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오는 19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선산’의 기획과 각본을 담당한 연상호 감독은 “괴담처럼 소비되는 선산이라는 게 꽤 재미있는 소재라고 생각했다”며 “등장인물들이 가족과 엮이면서 정상적인 판단과 다르게 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부산행’, ‘서울역’, ‘반도’ 등 좀비물을 비롯해 ‘괴이’, ‘방법’ 등 한국판 오컬트를 선보였던 연 감독은 ‘선산’을 통해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를 또 한 번 넓혔다.

‘선산’은 존재조차 잊고 지내던 작은아버지의 죽음 후 남겨진 선산을 상속받게 되며 불길한 일들을 연달아 겪는 윤서하(김현주)에게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시리즈로, 6부작으로 제작됐다. ‘지옥’, ‘정이’에 이어 연상호 감독과 세 번째 호흡을 맞추는 배우 김현주를 포함해 박희순, 박병은, 류경수 등이 출연한다.

시리즈는 선산과 무당, 귀신 등 지극히 토속적 소재를 통해 시청자를 극한의 공포로 이끌지만 정작 연 감독은 “가족의 이야기”라고 했다.

“등장인물들이 가족과 엮이면서 정상적인 판단과 다르게 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윤서하부터 박상민(최성준 형사의 후배), 후반부에 나오는 건물주까지 이성적으론 이해하기 힘들지만 납득이 되는 방향으로 갑니다. 그런 부분이 예상치 못한 전개나 시리즈를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결말에 대해선 “결과적으로 시리즈가 주고자 하는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것에 대한 명확한 질문을 담고 있다”며 “김현주가 내뱉는 ‘가족이다’라는 대사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들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이다’라는 대사에 대해 김현주와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눈 부분”이라며 “긍정도 부정도 아닌 느낌,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긍정 또는 부정으로 다르게 느껴지도록 모호하게 연기하길 주문했다”고 덧붙였다.

연 감독은 데이비드 린치의 미스터리 호러 드라마 ‘트윈 픽스’(1995)를 레퍼런스로 삼으며 ‘선산’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한 소녀의 피살 사건을 수사하는 FBI 특수요원의 이야기로, 수사물로 시작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추악한 이면이 밝혀지면서 미스터리 스릴러에 치정, 오컬트 등이 복합적으로 섞였다. 특히 몽환적인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
“‘트윈 픽스’라는 작품을 좋아하는데 캐나다와 국경이 맞닿아 있는 미국 마을을 배경으로 미국 사회를 이야기합니다. 수사물이지만 초현실적인 이미지가 있어서 색다른 느낌을 받았죠. ‘선산’에서도 그런 느낌을 내 보자고 생각했어요.”

시리즈 처음 윤서하의 작은아버지가 길을 가다가 죽는 장면이 ‘트윈 픽스’에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장면이다. 연 감독은 “평화로운 마을 모습과 대비되는 기묘한 음악, 그러면서 멀리 보이는 선산 등 대본을 쓸 때 민홍남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연 감독은 ‘지옥’, ‘괴이’, ‘방법’ 등을 내놓으면서 한국적 오컬트를 대표하고 있다. 한국적 오컬트의 매력에 대해서는 “화려함과 리듬”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전통 무속은 화려하고 리듬감, 음악, 춤 등이 종합적으로 돼 있는 일종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같은 느낌이 있어요. 한국에서는 의상, 음악, 퍼포먼스도 화려하고 그런 화려함이 한국 무속이라는 색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열정적인 이미지가 존재하죠. 반면 일본은 가만히 염불을 외우는 등 정적입니다. 그런 부분을 서구권에서 굉장히 특이하게 봅니다.”

연 감독은 현재 넷플릭스를 통해 2개의 작품을 연내에 더 공개할 예정이다. ‘기생수: 더 그레이’와 ‘지옥 시즌2’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3월, ‘지옥 시즌2’는 올해 하반기로 계획하고 있다.

“‘기생수: 더 그레이’가 일본 만화 ‘기생수’를 원작으로 하지만, 기생수라는 설정만 가지고 완전히 새로 쓴 이야기입니다. 기생수 포자가 한국에 떨어졌다는 것에서 출발한 이야기로, 원작이 가지고 있던 주제 의식을 충실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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