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외투에 녹음기 넣은 주호민 사건, 위법성은… 대법 ‘증거 능력 부정’ 판례에 촉각 [사건수첩]

오상도 2024. 1. 15.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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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대법원 판례 인용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
檢, “중증자폐 특성상 녹음 외 방법 없어”…징역 10개월 구형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의 재판에서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몰래 녹음한 파일의 위법성 여부가 다시 쟁점이 됐다. 변호인 측은 최근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라고 주장한 반면, 검찰은 “중증자폐의 특성상 녹음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며 해당 교사에게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15일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 심리로 열린 특수교사 A씨의 아동학대 혐의 사건 6차 공판에서는 최근 대법원에서 판결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측의 상반된 주장이 오갔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오경미)는 지난 11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초등학교 교사 B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B씨는 2018년 3월부터 5월까지 자신이 담임을 맡은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다”고 말하는 등 16차례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과 ‘주호민 아들 사건’의 공통점은 피해 학생의 어머니가 아이에게 녹음기를 들려 학교에 보내 수업 내용을 녹음했고, 이 녹음 파일이 증거로 제출됐다는 점이다. B씨 사건 1·2심 법원은 녹음 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해 B씨에게 유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수업 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한다며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 능력이 부정된다고 판시했다.

이날 곽 판사는 “최근 대법원에서 녹음 파일에 대한 증거 능력에 관한 판결이 선고됐다.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과 변호인 측에 추가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 측은 최후 의견을 통해 “최근 선고된 대법원 사건과 본 사건 간에는 차이가 있다”며 “피해 아동이 중증 자폐성 장애아동이라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전달할 수 없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극히 미약하다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 특성상 녹음 외에 피해 아동이 자신의 법익을 방어할 수단을 강구하는 게 어렵다. 장애아동 교육의 공공성에 비추어 피고인의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발언이라고 볼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0월 및 이수 명령, 취업제한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연합뉴스
반면 변호인 측은 최후변론에서 “공소사실을 뒷받침할 유죄의 증거가 없으며, 설령 일부 증거가 인정되더라도 정서적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피고인 측 김기윤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녹음 파일은 물론 이를 기초로 한 녹취록, 사례 개요서 등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측 전현민 변호사도 “피고인의 발언으로 정신적 피해가 생겼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으며 피고인의 심한 발언이 상당 기간 지속했는지에 대해서도 입증이 없다”고 덧붙였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애정으로 가르친 장애 학생의 학대 피고인이 된 사실이 너무 슬프고 힘들다. 부디 저와 피해 아동이 그동안 신뢰를 쌓고 노력한 과정을 고려해 저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했다.

반면 피해 아동 측 변호인은 “이번 재판 과정에서 피해 아동을 비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점, 언론에 사건 관련 서류가 공개돼 2차 피해가 발생한 점 매우 유감”이라며 “피해 아동에게 ‘고약하다’, ‘싫다’ 등 감정적 단어를 사용한 것에 대한 사과나 양해, 유감을 표하지 않은 채 온전한 무죄만 주장한 것은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A씨는 2022년 9월 경기 용인시의 한 초등학교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주씨의 아들(9)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하는 등 피해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의 선고재판은 다음 달 1일 오전 10시40분 진행된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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