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외투에 녹음기 넣은 주호민 사건, 위법성은… 대법 ‘증거 능력 부정’ 판례에 촉각 [사건수첩]
檢, “중증자폐 특성상 녹음 외 방법 없어”…징역 10개월 구형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A씨의 재판에서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몰래 녹음한 파일의 위법성 여부가 다시 쟁점이 됐다. 변호인 측은 최근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라고 주장한 반면, 검찰은 “중증자폐의 특성상 녹음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며 해당 교사에게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이 사건과 ‘주호민 아들 사건’의 공통점은 피해 학생의 어머니가 아이에게 녹음기를 들려 학교에 보내 수업 내용을 녹음했고, 이 녹음 파일이 증거로 제출됐다는 점이다. B씨 사건 1·2심 법원은 녹음 파일의 증거 능력을 인정해 B씨에게 유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수업 시간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에 해당한다며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증거 능력이 부정된다고 판시했다.
이날 곽 판사는 “최근 대법원에서 녹음 파일에 대한 증거 능력에 관한 판결이 선고됐다.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과 변호인 측에 추가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검찰 측은 최후 의견을 통해 “최근 선고된 대법원 사건과 본 사건 간에는 차이가 있다”며 “피해 아동이 중증 자폐성 장애아동이라 피해 사실을 부모에게 전달할 수 없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극히 미약하다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 특성상 녹음 외에 피해 아동이 자신의 법익을 방어할 수단을 강구하는 게 어렵다. 장애아동 교육의 공공성에 비추어 피고인의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발언이라고 볼지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피고인 측 전현민 변호사도 “피고인의 발언으로 정신적 피해가 생겼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으며 피고인의 심한 발언이 상당 기간 지속했는지에 대해서도 입증이 없다”고 덧붙였다.
A씨는 최후진술에서 “애정으로 가르친 장애 학생의 학대 피고인이 된 사실이 너무 슬프고 힘들다. 부디 저와 피해 아동이 그동안 신뢰를 쌓고 노력한 과정을 고려해 저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했다.
반면 피해 아동 측 변호인은 “이번 재판 과정에서 피해 아동을 비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점, 언론에 사건 관련 서류가 공개돼 2차 피해가 발생한 점 매우 유감”이라며 “피해 아동에게 ‘고약하다’, ‘싫다’ 등 감정적 단어를 사용한 것에 대한 사과나 양해, 유감을 표하지 않은 채 온전한 무죄만 주장한 것은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A씨는 2022년 9월 경기 용인시의 한 초등학교 맞춤 학습반 교실에서 주씨의 아들(9)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하는 등 피해 아동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의 선고재판은 다음 달 1일 오전 10시40분 진행된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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