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극초음속 고체연료 미사일 성공”…한미일 방어체계 위협

권혁철 기자 2024. 1. 1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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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고체연료를 사용한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4일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과 관련해 “극초음속 기동형 조종 전투부를 장착한 중장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15일 밝혔다. 고체연료를 사용해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국의 3축 체계와 미국·일본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부담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미사일총국은 이번 시험이 강력한 무기체계들을 개발하기 위한 총국과 산하 국방과학연구소들의 정기적인 활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의 정세와는 전혀 무관하게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사일의 고도·비행거리 등 시험발사의 세부사항은 전하지 않았다. 중거리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3천~5500㎞로, 평양을 기준으로 하면 미군기지가 있는 일본 오키나와, B-52 등 미군 전략자산이 배치된 괌 등이 타격권에 들어간다.

북한은 2021년 9월 한차례, 2022년 1월 두차례 등 세차례에 걸쳐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는데, 당시엔 액체연료가 사용됐다. 주입시간이 긴 액체연료와 달리 이번에 사용한 고체연료는 사전 탐지할 시간이 짧아, 한·미·일의 대응에 한계가 있다. 시험발사가 ‘정세와 무관한 일상적인 무기 개발 실험’의 일환이라는 북한의 주장에도, 국방부가 이날 “우리 군은 북한의 다양한 미사일 위협 억제·대응을 위해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 실행력을 제고하고, 한국형 3축 체계 등 자체적인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이 직접적인 도발을 할 경우에는 ‘즉·강·끝’ 원칙에 따라 압도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 때문이다.

이 무기에서 극초음속은 큰 의미가 없다. 음속보다 5배 빠른 마하 5(시속 6120㎞) 이상을 극초음속이라고 한다. 기존 일반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속도가 대부분 마하 5를 넘는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발사 후 상승하는 부스트 단계 이후 탄두가 분리돼 공기 저항이 있는 대기권을 비행하기 때문에 속도만 따지면 일반 탄도미사일보다 느리다.

다만, ‘변칙 기동’하는 탓에 일각에선 이 미사일이 한반도의 안보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이 이날 한 “기동형 조종 전투부를 장착”했다는 말은 이 미사일이 변칙 기동 기능을 갖췄다는 뜻이다. 일반 탄도미사일은 포물선 궤적을 그리기 때문에 초기 방향, 속도 등을 파악하면 탄착점을 예상할 수 있지만, 변칙 기동 기능을 넣은 탄도미사일은 종말 단계에서 낮은 고도로 좌우상하 기동을 하기 때문에 탄착점을 예상하기 어렵다. 가령, 극초음속 미사일의 비행거리가 1천㎞라면 발사 후 600㎞까지는 상승하고, 이 지점까지는 일반 탄도미사일 궤적과 같아 한국에선 기존 레이더로 궤적을 탐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한반도를 벗어나 비행거리 600㎞ 이상이 되면 50㎞ 안팎 낮은 고도로 상하좌우 기동을 해서 미국이나 일본이 탐지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지난 14일 한국이 북한 미사일 비행거리를 1천㎞로 밝혔는데 일본 방위성이 최소 500㎞라고 평가한 것은 이런 이유로 보인다.

이는, 한국과 미국·일본의 탐지·대응력에 차이가 생긴다는 말이기도 하다. 신승기 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을 탐지하고 요격하는 데 기존 대공무기로는 힘든 점이 발생하지만, 한국 처지에선 탐지·요격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어서, 이 미사일을 전쟁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보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14일 밤 정 박 미국 대북특별 부대표, 나마즈 히로유키 일본 북핵수석대표와 3자 유선협의를 하고, 북한의 중거리급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는 한편, 3국 간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3국 대표는 북한이 연초 서해 포병 사격에 이어, 올 들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첫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한반도와 역내 평화, 안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을 규탄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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