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다쳐도 “잘 몰라서”…산재 신청·처리 망설이는 청년 여성들

박채연 기자 2024. 1. 15.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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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 이용 200명 중 3명
대부분은 개인보험·자비로
계약직 등 노동환경 ‘열악’
“회사서 처리해줄 리 없어”

스타일리스트 A씨(30)는 수십 벌의 의상을 옮기고 지방 촬영으로 장시간 이동하는 등 “몸이 안 아프면 이상”할 정도로 일했다. 결국 디스크가 심해졌지만 산재보험 처리는 못했다. A씨는 “(스타일리스트 등) 프리랜서에게 4대 보험이 적용된 지 얼마 안 됐다. 보통 4대 보험도 없고 세금도 안 떼고 일했다”며 “회사에서 산재 처리를 해줄 리도 없고 우리도 지식이 없어 회사에 말 못하고, 결국 퇴사하게 된다”고 했다.

청년 여성 노동자들이 일 때문에 아프고 다쳐도 산재보험 신청·처리를 하기 어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건강보험이나 개인보험, 자비로 병원비를 충당하거나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받지 못하기도 했다.

15일 아름다운재단과 노동건강연대가 발간한 ‘2023 청년 여성 산재회복 지원사업 보고서’를 보면, 지원사업을 신청한 만 19~33세 청년 여성 노동자 200명 가운데 산재보험으로 치료비를 해결한 이들은 3명(1.5%, 중복응답)에 불과했다. 산재 신청을 해본 경우도 6명(3%)에 그쳤다. 4분의 1을 넘는 78명(26.4%)이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나 요양을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아름다운재단과 노동건강연대는 2022년부터 일하다 건강이 상한 청년 여성들에게 치료·재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청년 여성 노동자들이 산재 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는 ‘(내 질병·부상을) 산재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 잘 몰라서’가 40.3%(중복응답)로 가장 많았다. ‘산재보험이 무엇인지 잘 몰라서’ ‘해고·불이익이 우려돼서’가 각각 19.8%, 16.3%로 뒤를 이었다.

산재 신청을 하지 못한 구체적인 이유를 보면 ‘열악한 노동환경’이 드러난다. 산재 신청을 하지 못했다는 이들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해서 (산재 처리가) 안 될 것 같아서’ ‘계약직이라 해당 안 될 것 같아서’ 신청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지원사업을 신청한 청년 여성 노동자들의 절반 이상(107명·53.5%)이 월 200만원 미만을 받으며 일했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도 62명(31%)으로 많았다.

노동건강연대는 “(응답자들은) 정규직이 아니거나, 프리랜서로 일하기 때문에 산재보상을 신청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기본적인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일터에서 직업병과 업무상 사고에 대한 보상을 주장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고 했다.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일을 그만두기도 했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60명 중 23명(38.3%)은 건강 문제를 겪은 뒤 무직이 됐다. 11명(18.3%)은 기존에 하던 업무를 더 할 수 없어 직종 변경을 시도하거나 고민하고 있었다. 노동건강연대는 “통증이 처음 발생했을 때 병원에 방문해 치료받고 휴식을 취하면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문제가 참고 일하는 사이 점점 커지게 된다”며 “병이 심각해지거나 통증을 견디지 못하는 상태가 돼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그만두기도 한다”고 했다.

전수경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청년 여성 노동자들이) 정보력 때문에 산재 신청을 못한 게 아니다”라며 “시간을 내서 서류를 제출하고 사업주의 저항을 물리쳐야 하는데, 이런 상황과 다 싸워가면서 현행 제도 내에서 산재를 인정받기가 너무 힘든 일인 것”이라고 말했다.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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