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반도체 세액공제’ 연장…정부, 민생 앞세워 또 감세
“대기업 퍼주기 거짓 선동” 일축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올해 만료되는 반도체 투자세액공제를 두고 “대기업 퍼주기라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효력 연장 방침을 밝혔다.
최근 기업 일반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방침과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을 내놓은 데 이어 연일 감세 기조에 방점을 찍고 있다. 야당은 “총선용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며 돌아다닐 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경기 수원 성균관대학교 반도체관에서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을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법 효력을 연장해 앞으로 (반도체 분야) 투자세액공제를 계속해나갈 방침”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민생토론회는 지난 4일 올해 경제정책방향, 10일 부동산 정책을 주제로 열린 데 이어 세 번째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 ‘대기업 퍼주기’라고, 국민을 위한 복지 비용은 어떻게 쓸 거냐, 큰 기업 도와주고 어려운 사람 힘들게 하는 거 아니냐 (하는 것은) 거짓 선동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반도체 투자세액공제 연장 방침을 강조했다.
그는 “기획재정부도 사업을 하는 곳으로 세액공제해줘서 세수 감수되는 것을 그냥 볼 국가기관이 아니다”라며 “더 많은 세금과 재정수입이 이뤄질 것을 보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정부의 ‘감세’ ‘규제완화’ 정책이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건전재정 기조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앞서 올해 처음으로 기업의 일반 분야 연구·개발(R&D) 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를 한시적으로 10%포인트씩 확대하기로 했다. 1·10 부동산 대책에선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와 재건축 요건 완화를 골자로 삼았다. 지난 2일에는 현직 대통령 처음으로 주식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유예가 아닌 ‘폐지’ 추진 계획을 밝혔다.
금투세 폐지와 반도체 투자세액공제 등 정부가 밝힌 감세 정책 대부분은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
부동산 이어 일자리·원전…윤 대통령, 총선용 ‘신호’ 줄줄이
“탈원전 땐 첨단산업 포기해야” 원전 중시 기조 재강조
R&D 예산 삭감 논란엔 “내년 대폭 증액 약속드린다”
야당 “선심성 공약 남발할 때 아냐…물가 안정 대책을”
법 개정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부가 기업과 다주택자 등을 향해 ‘감세 추진 신호’를 거듭 발신하면서 총선용 정책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기업·부동산 규제완화 방침을 부각해 야권과 차별화하려는 뜻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경기도 남부를 관통하는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라며 앞으로 622조원이 투자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20년에 걸쳐서 양질의 일자리가 최소 300만개는 새로 생길 것”이라며 “당장 올해부터 향후 5년 동안 158조원이 투자되고, 직간접 일자리 95만개가 새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지난해 3월 발표한 ‘국가첨단산업 육성전략’을 구체화한 것으로 해당 규모의 민간기업 투자 유치가 골자다.
윤 대통령은 이어 “탈원전을 하면 반도체뿐 아니라 첨단산업은 포기해야 한다”면서 원전 중시 기조를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인 하나를 까는 데 원전 1기가 필요하다. 인구 140만명의 대전이나 광주보다 더 전기를 많이 쓴다”며 첨단산업을 위한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원전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올해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파장이 인 R&D 예산 축소 논란은 거듭 진화했다. 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금년 예산에 R&D 예산을 좀 줄여서 불안해하는 분이 많은데 걱정 마시라”며 “내년 예산에는 R&D 예산을 대폭 증액해 민생을 살찌우는 첨단산업이 구축되도록 대통령으로서 약속드리겠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중앙부처와 대통령실 관계자를 포함해 반도체 전공 학생과 교수, 이우경 ASML 코리아 사장 등 반도체 관련 기업 대표, 경기 용인시 주민 등 국민 50여명이 참석했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윤 대통령은 토론회에 참석한 산업통상자원부 반도체과 사무관이 “불이 꺼지지 않는 정부가 돼 기업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하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최민석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민생도, 토론도 없는 참칭 민생토론회에서 총선용 포퓰리즘 공약을 남발하며 돌아다닐 때가 아니다”라며 “하루속히 쑥대밭이 된 밥상 물가를 안정시킬 특단의 대책을 내놓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유정인·유설희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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