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관석, 송영길에 돈봉투 10개 보여주고 ‘잘 전달하겠다’”

유종헌 기자 2024. 1. 1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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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장에 “宋, 후원자 요구를 공약으로
원전업체서 후원 받을땐 ‘탈원전 반대’”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보좌관이었던 박용수(구속 기소)씨에게서 돈봉투 조성 내역을 수시로 보고받았다는 내용을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것으로 15일 나타났다. 또 검찰은 공소장에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외곽 후원 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에 대한 후원을 요청하면서 해당 후원자의 요구 사항을 총선 공약에 반영하기도 했다고 적었다.

법무부가 이날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에 제출한 송 전 대표의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보좌관 출신인 박용수씨에게서 ‘부외자금’ 조성 내역을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공소장에 “송 전 대표는 이미 수차례에 걸쳐 공직선거 및 당대표 경선을 치러본 경험이 있었기에 부외자금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자신이 직접 챙기기 어려운 ‘캠프 부외자금’ 관련 사항은 자신의 최측근이자 선임 보좌관으로서 경선 캠프 실무를 총괄하던 박씨가 관리하도록 권한을 부여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달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윤관석, 송영길 앞에 돈 봉투 늘어놓고 “잘 전달하겠다”

검찰은 민주당 출신 이성만 무소속 의원과 송 전 대표의 ‘스폰서’로 불린 사업가 김모씨가 송 전 대표 캠프에 각각 1000만원과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내용도 송 전 대표가 모두 보고받았다고 판단했다. 또 송 전 대표 캠프 관계자들이 윤관석(구속 기소) 무소속 의원에게 300만원씩 든 ‘현역 국회의원 살포용’ 돈봉투 20개를 두 차례에 걸쳐 전달한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송 전 대표가 박씨를 통해 현금 제공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고 해당 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승인했다”고 송 전 대표의 공소장에 적시했다.

윤 의원이 2021년 4월 28일 1차로 돈 봉투 10개를 살포한 직후 추가 돈 봉투 10개를 전달받아 송 전 대표에게 보여준 정황도 공소장에 담겼다. 검찰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경선 캠프 사무실에서 윤 의원에게 돈 봉투 10개를 전달했고, 윤 의원은 해당 사무실에서 송 전 대표를 만나 종이 봉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의원들에게 잘 전달하겠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나눴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또 송 전 대표가 2021년 이정근 전 부총장으로부터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등과 함께 캠프 조직본부 활동가들 운영비 마련 방안을 논의하였고, 강 전 위원이 비용 마련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고도, 음성적인 자금 마련 및 사용 계획을 제지하거나 만류하지 않고 ‘돈이 많이 필요하냐’는 취지로 물어보는 등 조직본부 차원의 부외 선거자금 마련·사용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민주당 지역본부장들에게도 돈 봉투가 전달된 사실을 강래구(구속 기소)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으로부터 보고받자 이에 대해 “잘했다”고 칭찬하면서, 돈봉투 전달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도 공소장에 적었다.

◇먹사연 후원자 요구 사항 공약에 반영…宋 측근, 원전업체 대표엔 “탈원전 반대”

이날 국회에 제출된 송 전 대표의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통일부 소관 ‘공익법인’으로 허가 등록된 먹사연이 어떻게 송 전 대표의 정치 활동을 지원했는지 등 경위와 과정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먹사연은 법인 자금으로 송 전 대표 이름, 자필 메시지 등이 각인된 텀블러 1000개를 만들어 송 전 대표의 지지자들에게 전달하거나, 여론 조사 분석 비용 및 컨설팅 비용으로 9240만원을 대납하기도 했다고 한다. 또 먹사연은 송 전 대표 지지 의원 모임의 다과 비용을 대납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법적으로 규정된 국회의원 후원회의 후원 한도를 피하기 위해 먹사연을 이른바 ‘대납 창구’로 활용했다고 봤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후원자들에게 ‘먹사연에 후원하면 기부한도인 연간 500만원 제한이나 법인 또는 단체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규제를 회피해 송 전 대표를 지원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적극 안내했다”고 공소장에서 밝혔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공소장에서 “송 전 대표가 후원 내역을 별도로 보고받고 후원자들에게 개별적으로 감사 인사를 표시하기도 했다”고도 했다. 송 전 대표는 먹사연을 통해 불법 정치자금 7억63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송 전 대표는 국회의원 출마 당시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구 소재 재활병원 원장 A씨에게 1억300만원의 불법 후원금을 받는 과정에서 A씨의 요구 사항을 자신의 공약으로 반영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A씨가 (송 전 대표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송 전 대표에게 ‘인천 계양구에 종합병원을 신설하는 계획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면서 “이후 (먹사연 직원) 박모씨가 A씨를 만나 먹사연에 기부해줄 것을 우회적으로 요청하고, 월 1000만원이 있어야 운영이 된다고 했다”고 했다.

이에 A씨가 6개월간 매달 1000만원을, 그 이후에도 매달 200만~300만원을 먹사연에 송금했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다. 이어 송 전 대표는 지난 2020년 21대 총선에 출마해 “인천 계양구에 종합병원을 유치하겠다”는 내용을 공약에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에 당선된 직후에는 A씨가 근무 중인 병원에 시찰 방문을 하고, 그날 저녁 A씨와의 만찬 자리도 가진 것으로도 조사됐다.

또한 송 전 대표가 원자력발전 설비 제조업체 대표 B씨로부터 후원을 받을 때, 송 전 대표의 전남 지역 특별 보좌관을 통해 B씨에게 ‘송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었다. 원전 업체 대표의 후원을 받기 위해 당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반기를 드는 모양새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 특별보좌관은 B씨에게 “송 전 대표를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면서 먹사연 기부를 권유했으며, 이후 B씨는 총 7500만원을 먹사연에 후원했다고 한다.

송 전 대표는 박용하 전 여수상의 회장으로부터 여수국가산업단지 소각시설 신설 및 증설 허가와 관련한 청탁을 받은 뒤 박 전 회장에게 국토교통부 국장 출신 인물을 소개했고, 이 인물이 국토부 담당자들에게 12차례 전화를 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박 전 회장은 먹사연에 총 3억5000만원을 후원했는데, 검찰은 이중 4000만원은 여수국가산단 소각시설 신설 허가와 관련한 청탁으로 보고 뇌물 혐의도 적용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박 전 회장의 청탁을 접수한 박모 보좌관이 우선 박 전 회장 측에 국토부 담당자들의 연락처를 전달했고 이후 송 전 대표가 국토교통부 국장 출신인 민주당 정책연구위원 C씨를 박 전 회장에게 소개해줬다고 한다. 검찰은 “C씨가 실제로 2021년 7~9월 소각처리시설 관련 개발계획변경 허가 신청에 대한 국토부 담당자들에게 12차례 전화해 진행 상황을 확인하면서 ‘잘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고 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021년 5월 2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의원실과 먹사연 포함된 텔레그램방서 SNS 게시글도 논의”

검찰은 통일부 소관 공익법인으로 허가 등록된 먹사연을 사실상 ‘사적 외곽 조직’으로 변질시킨 사람은 송 전 대표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송 전 대표가 2019년 11월쯤 ‘외곽 조직’으로서 먹사연의 역할 수행이 미흡하다고 판단했다”며 “먹사연의 인적 구성을 변동시켜 개편 작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이모씨를 소장으로 영입하면서 자신의 정치 활동 지원 및 보좌 업무를 수행하는 외곽조직으로 기능하도록 역할을 부여했다”고 적었다. 먹사연 소장으로 영입된 이씨가 먹사연 운영 계획을 정리해 송 전 대표에게 보고했는데, 여기엔 이른바 ‘친문 네트워크’가 있는 전문가를 상근 인력으로 고용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검찰은 먹사연이 2020년 1월부터 고유 목적 사업인 ‘통일 방안 연구 등 활동’은 전혀 하지 않은 채, 대신 송 전 대표의 정치 활동에 도움 될 수 있는 인물들을 영입해 송 전 대표의 정치 활동을 사실상 보좌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해 2~4월에는 먹사연 소장 이씨가 직접 정계 인사들을 만나 송 전 대표 지지를 요청한 뒤, 그 결과를 송 전 대표에게 보고했으며, 같은 해 6월부터는 먹사연이 송 전 대표의 SNS 활동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대외용 메시지를 전달해 의원실 보좌관에게 전달했다고 조사됐다.

그해 8월에는 의원실 보좌진과 먹사연 등이 1박 2일로 합동 워크숍을 가졌으며, 이후엔 아예 의원실 관계자들과 먹사연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텔레그램’ 메신저 대화방을 만들어 송 전 대표의 일정, 보도자료, SNS 게시 자료 등을 서로 공유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편, 송 전 대표는 구속 기소된 이후부터 “위법한 검찰권 행사”라며 “정치적 보복이자 별건 수사”라는 입장이다. 앞서 송 전 대표는 “(검찰이 주장하는 불법 정치자금은) 제가 받은 게 아니고 먹사연 공식 후원계좌로 들어온 금액이고 공식적으로 투명하게 보고된 사안”이라고도 했다. 작년 12월에는 “(먹사연의 운영 취지에) 동의하는 기업인이 자발적인 후원금을 냈는데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며 “돈 4000만원에 저의 직무적 양심을 팔아먹을 정도로 정치활동을 해 오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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