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단 생태계 조성…핵심은 ‘산학협력’
[KBS 창원] [앵커]
산업단지가 오랜 시간 꾸준히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생태계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이건 창원국가산단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제조업 산단에 해당하는 말인데요.
다양한 주체가 협력해 인력 양성과 제품 개발을 해낼 수 있는 대표적인 예가 '산학협력'입니다.
창원국가산단 산학협력의 현실과 미래, 윤경재 기자가 짚어봅니다.
[리포트]
여기 연못이 있습니다.
물속에 큰 물고기가 있죠.
큰 물고기들만 있다고 해서 자연 연못이 지속할 수 없습니다.
작은 물고기, 곤충, 수초, 미생물 같은 것들이 먹이사슬을 이뤄야 하고요.
또 흙과 햇볕, 비도 있어야 영양분을 공급하면서 연못이 오래 유지될 수 있습니다.
산단도 똑같습니다.
대기업 몇 곳만 있다고 돌아가는 게 아니겠죠.
여기에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들이 있어야 하고요.
시시각각 변하는 산업 경향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공정 혁신도 필요합니다.
인재도 핵심입니다.
도로나 주택, 문화, 복지 같은 도시의 정주 여건도 뒷받침돼야 산단 생태계가 만들어집니다.
연삭기를 만들고 고치는 창원국가산단의 한 중소기업입니다.
기계를 만드는 '공작기계'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얼마나 정밀하게 기계를 '설계'하느냐인데요.
30대 이학근 대리는 이 회사의 핵심 설계자입니다.
경남대를 졸업하고 취업에 어려움을 겪던 시기가 있었는데, 5년 전 우연히 창원대 산학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기회를 잡았습니다.
[이학근/TSG 대리 : "취업하자마자 바로 저도 실무에 바로 투입이 되었는데, 보통 일반인들 설계 회사 가서 어떤 일을 하시는지 알 수가 없는데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되는지 그런 걸 알게 되었죠."]
로봇 연삭기 전문 설계자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회사는, 5년 전 때마침 산학협력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덕분에 이 대리 입사 전 미리 이 회사 업무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시킬 수 있었고, 입사 직후 업무를 맡길 수 있었습니다.
[강진업/TSG 이사 :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학교에서 현업 업무를 충분히 실습하고 오기 때문에 우리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금방 업무능력을 키울 수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아주 유리합니다."]
대학과 기업이 합을 맞춰 인력을 수혈한 이 사례처럼, 산학협력은 산단 생태계 조성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다만 창원은 아직 산학협력이 활성화돼 있지 않습니다.
주로 정부 지원 사업이 있을 때만 비정기적으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이마저 대부분 인턴십이나 채용 알선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선 사례처럼 정작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필요한 때에 수혈받기는 거의 불가능한 실정입니다.
창원대에서 산학협력을 담당하고 있는 윤상환 교수, 정부 지원 사업 공모가 이뤄지면 경남 지역 대학생·졸업생을 모아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윤 교수는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마다 산단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기업체를 돌면서 인력 수요를 알아본 뒤, 업무 특성에 맞춰 교육합니다.
윤 교수는 창원과 경남 산학협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상시적이지 않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윤상환/창원대 산학협력중점교수 : "졸업하더라도 중간 단계에서, 직접 본인의 적성에 맞는 일자리 구하기 전 단계에서라도 대학과 기업 또는 지자체가 협력해서 실제 기업 실무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그런 장기 교육 프로그램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전문가들은 기업과 학교뿐만 아니라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행정이 강한 추진·매개체가 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산단 맞춤형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상시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고,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겁니다.
노동계도 50년 동안 쌓은 숙련 기술이 사라지지 않도록 퇴직 노동자를 교육자로 키워낼 필요가 있고, 기업과 학교, 연구소도 개별 성과에 머무르지 말고 함께 인력 양성, 연구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기업과 행정, 대학과 연구기관, 노동계 등 다양한 주체들이 밀접하게 연결되는 것, 산단 생태계 조성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윤경재 기자 (econom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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