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꿈꾼 초콜릿 향 가득한 환상의 세계…영화 '웡카'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자극하기에 초콜릿은 더없이 좋은 소재다.
누구나 어릴 적 초콜릿을 감싼 은박지를 뜯는 순간의 설렘을 마음속 어딘가에 간직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폴 킹 감독의 신작 '웡카'는 초콜릿 향으로 가득한 동화 속 환상의 세계를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으로 펼쳐낸다. 관객은 두 시간 동안 달콤한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된다.
이 영화는 세계 최고의 초콜릿 공장주인 윌리 웡카가 전 세계에서 당첨된 다섯 명의 아이를 공장으로 초대하는 이야기를 그린 팀 버튼 감독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의 프리퀄(시간상 앞선 사건을 다룬 속편)에 해당한다. 무일푼의 소년 웡카가 자기만의 초콜릿 가게를 여는 과정을 그렸다는 점에서다.
프리퀄이라고는 하지만,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안 본 관객도 '웡카'를 즐기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소재만 같을 뿐, 별개의 이야기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웡카라는 캐릭터의 느낌도 사뭇 다르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웡카(조니 뎁 분)는 거대한 초콜릿 공장에서 은둔하는 의문의 사나이지만, 이번 영화의 웡카(티모테 샬라메)는 꿈 많은 순수한 소년이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속 웡카보다는 소년 찰리에 가까운 캐릭터다.
세상을 떠난 엄마로부터 초콜릿 제조 비법을 물려받은 웡카는 과자로 유명한 '달콤 백화점'에 세계 최고의 초콜릿 가게를 열겠다는 꿈을 품고 유럽의 어느 도시에 도착한다.
이곳의 초콜릿 시장을 꽉 쥐고 있는 슬러그워스, 피켈그루버, 프로드노즈 3인방이 웡카에게 위협을 느끼고 그를 제거하려고 한다. 국가와 종교 권력을 각각 대변하는 경찰과 신부도 3인방의 편이다.
설상가상으로 돈이 없는 웡카는 탐욕스러운 여관 주인 스크러빗 부인(올리비아 콜맨)의 속임수에 넘어가 세탁소에서 강제 노동을 하게 된다. 웡카는 이곳에서 만난 고아 소녀 누들(칼라 레인)의 도움을 받아 어려움을 헤쳐간다.
뮤지컬 영화이기도 한 '웡카'는 이야기의 중간중간 노래와 춤이 펼쳐진다. 노래와 춤은 어느 것 하나 빼놓기 아까울 만큼 아름답고 신난다.
특히 웡카와 누들이 동물원에 숨어들어 기린의 젖을 짜다가 부르는 듀엣은 그 아름다움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주제곡 '어 홀 뉴 월드'(A Whole New World)에 못지않다.
성당에 잠입하려고 하는 웡카가 그곳에 기린을 풀어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는 장면도 재미있다. 웡카가 엄마를 그리워하는 장면들은 감동을 준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마찬가지로 '웡카'도 영국 작가 로알드 달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킹 감독은 어릴 때 이 책의 표지가 닳을 만큼 탐독했다고 한다. 그가 '웡카'를 통해 유년기의 꿈을 재현해낸 셈이다.
'듄'(2021)과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 등으로 할리우드 최고 스타로 떠오른 샬라메는 이 영화에서 순수하면서도 엉뚱한 면을 가진 마법사 소년 웡카를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그는 노래와 춤을 직접 소화하며 가창력을 뽐낸다.
'웡카'에선 영국을 대표하는 배우 휴 그랜트가 웡카에게 앙심을 품고 초콜릿을 훔쳐 가는 난쟁이 움파 룸파로 등장해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한다. 얄미우면서도 귀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움파 룸파는 끊임없이 웃음을 자아낸다.
스크러빗 부인 역의 올리비아 콜맨은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2019)로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연기파 배우다. 누들을 연기한 칼라 레인은 오디션으로 선발한 신인이다.
'웡카'는 지난해 12월 북미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글로벌 박스오피스 2주 연속 1위에 오르는 등 흥행했다. 개봉한 지 한 달 만에 매출액이 '듄'을 뛰어넘어 샬라메의 최고 흥행작이 되기도 했다.
31일 개봉. 116분. 전체 관람가.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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