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규 “저질이네” 분노… 한인 세탁소 상대 500억원 ‘바지 소송’ 뭐길래

박선민 기자 2024. 1. 15.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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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미국의 한인 세탁소를 상대로 이뤄진 5400만달러 규모의 소송 소식을 듣고 "저질이네"라고 말하고 있는 방송인 장성규. /워크맨

일일 직업 체험을 콘셉트로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워크맨’에서 약 20년 전의 미국 한인 세탁소 ‘바지 소송’ 사건이 재조명됐다. ‘진상 손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세탁소 사장이 해당 사건을 언급하면서다.

실제로 당시 미국의 한 판사가 ‘800달러짜리 바지를 세탁소 측이 분실했다’는 이유로 한 한인 세탁소를 상대로 5400만달러(당시 환율로 약 500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었다. 세탁소 측이 바지값을 포함해 소정의 보상금을 함께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판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바지값의 5만배 넘는 금액의 소송을 건 것이다. 당시 이 사건은 법에 유능한 판사가 ‘약자’를 상대로 터무니없는 소송을 남발했다는 이유에서 국제적인 이목을 끌었던 바 있다. 판사는 결국 패소했고, 이후 복직에도 실패했다.

지난 12일 공개된 워크맨 영상에서 방송인 장성규는 일일 세탁소 아르바이트를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인 세탁소를 방문했다. 이곳은 약 30년전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브라이언 민씨가 운영하는 세탁소였다.

장성규는 한참 세탁소 일을 배우던 중, 민씨에게 ‘진상 손님’에 관해 물었다. 그러자 민씨는 주저하지 않고 20년전 ‘바지 소송’을 소환했다.

민씨는 “한 흑인 고객이 어느 세탁소에 바지를 하나 수선해달라고 가져왔다. 고객이 약속한 날짜에 바지가 사라졌는데, 하필 고객 직업이 판사였다”며 “당시 바지가 약 1000달러짜리여서 세탁소 주인이 1500달러로 물어주겠다고 했으나, 판사가 단칼에 거절했다”고 했다. 이후 판사는 세탁소 주인을 상대로 거액의 소송을 제기했다고 한다.

실제로 2005년 워싱턴시 행정법원의 로이 피어슨 판사가 재미 교포 정진남(62)씨가 운영하는 세탁소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세탁소 측이 자신이 임용 당일 입을 바지를 분실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정씨는 보상금을 포함해 1500달러 배상을 제시했지만, 피어슨 판사는 이를 거절했다.

이외에도 모든 보상안을 거절하던 피어슨 판사는 세탁소를 상대로 6700만달러짜리 소송을 걸었다. 사유는 매장에 붙여놓은 ‘만족 보장’ 홍보 문구를 지키지 않는 등 소비자보호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피어슨 판사 측은 “출근 첫날에 그 좋아하는 양복을 입을 수 없었다”며 “세탁소의 바지 분실로 정신적 고통과 불편함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배상금에는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금 200만달러, 자신이 다른 세탁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주말마다 자동차를 렌트하는 데 드는 비용 1만5000달러 등이 포함됐다. 피어슨 판사는 항소심 등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하며, 배상 요구 금액을 5400만달러로 낮춰 소송을 이어갔다.

2007년 6월 13일 소송에 패소한 피어슨 판사가 법정을 나서고 있다. /NBC

2년에 걸친 공방 끝에, 재판부는 결국 세탁소 사장 정씨 손을 들어 줬다. “‘만족 보장’이라는 말이 고객의 불합리한 요구까지 충족시키라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만족 보장’을 이의를 제기할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이 사건은 바지 하나를 분실했다는 이유로 판사가 일반인을 상대로 천문학적인 금액의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한국은 물론 국제적인 관심을 끌었다.

미국 법조인 사이에서는 피어슨 판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미국 최대 변호사 협회는 “이 나라의 민사 사법 제도가 남용된 부끄러운 사건”이라고 했고, 법률 정책 연합은 “소송 자체가 우스꽝스럽다”고 했다. 정씨 변호를 맡은 크리스 매닝은 승소 판결 이후 성명을 통해 “미국 재판부는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지만, 악의적인 소송은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했다.

정씨 측은 승소했지만, 소송에 든 막대한 비용과 스트레스 등을 이유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연을 전해들은 장성규는 “저질이네”라며 분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판사는 되게 존경받는 직업인데 그러면 뭐하냐, 사람이 안 됐다”고 했다. 민씨 역시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맞장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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