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 킬체인 겨눈 북 IRBM 발사, 한반도가 위험하다
북한이 지난 14일 ‘고체연료를 이용한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시험발사했다’고 밝혔다. 비행거리를 놓고 한국(1000㎞), 일본(500㎞)의 정보 분석이 판이할 정도로 베일에 싸인 무기다. 군과 전문가들은 기동성이 뛰어난 고체연료를 음속의 10배가 넘는 미사일에 적용한 게 사실이라면, 킬체인 등 기존 미사일방어체계로 요격하기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미국 일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쟁으로 가려는 결심을 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한반도가 매우 위험한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고 선언한 뒤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다. 지난 5일엔 북한이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중단했던 서해 북방한계선(NLL) 주변 포사격을 재개해 인근 섬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북한의 사고와 논법에 정통한 로버트 칼린 전 미 국무부 정보분석관과 시그프리드 헤커 전 로스앨러모스 핵연구소장은 최근 공동기고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 30년간 추구한 대미관계 개선이라는 선택지를 포기한 상황에서 전쟁으로 가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을 수 있다며 “한반도 상황이 1950년 6월 초 이후 가장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상황의 심각성이 한국과 미국에서 보는 통상적 수준을 이미 뛰어넘었고, 한반도에 당장 국지적 충돌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런 평가가 어느 정도 사실에 부합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북한이 보란 듯이 실전배치용 핵무기를 늘려가고 있음에도 아무런 제약을 가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들이 남쪽 동포를 향해 그 무기를 쓸 수 있다고 공개 위협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처음 가보는 길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북한을 규탄하고 대비 태세를 철저히 하는 것은 기본이다. 한 국가의 정책이 거기에 그쳐선 안 된다. 그럼에도 정부 대응은 한·미·일 협력이라는 반복된 주문과 함께 ‘즉시, 강력하게, 끝까지’를 외치는 국방부의 강경 대응 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외교부·통일부가 북한 규탄 성명 외에 실질적으로 국민들을 안심시킬 방안을 남모르게 준비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새로 꾸려진 외교안보 참모진이 이념적 접근과 강 대 강 대결 일변도의 기존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보다 유연하고 입체적인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 방안을 만드는 데 착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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