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채, `옵티머스 사태` 중징계에도 연임설 계속되는 이유는

김경렬 2024. 1. 1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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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문책경고 중지 신청 인용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NH투자증권 제공>

옵티머스 사모펀드 판매로 중징계를 받은 정영채(60)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4연임 기로에 섰다. 일단 법원에서 지난 11일 정 사장의 '처분 중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금융위원회의 중징계(문책경고) 효력은 당분간 멈췄다. 당국의 처분대로라면 연임은 고사하고 자리에서 물러나야했는데, 법원에서 이를 막은 것이다. 다른 사모펀드 상품과 달리 정 대표가 징계를 받은 옵티머스는 사법부에서도 '사기' 상품이라고 확정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영채 사장은 오는 3월 1일로 임기가 끝난다. 정 사장은 NH투자증권 임원 중 가장 오랜 기간 재직하고 있다. 지난 2018년 3월 22일 취임해 3연임에 성공, 7년차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달 말 NH투자증권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정 사장의 4연임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은 상장사여서 주주가 임원을 선임한다. NH투자증권의 주요 주주는 작년 9월 말 기준 농협금융(56.82%), 국민연금(5.67%) 등이다. 여전히 금융그룹의 입장이 중요하지만 34.40% 지분을 보유한 소액주주 9만7442명의 입김도 무시할 수 없다.

연임과 관련해 정 사장은 지난 3일 '2024년 범금융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대주주가 결정하는 것이지 내게 결정권이 있는 게 아니다"며 "2년 전에 쉬고 싶다고 했지만, 지주의 뜻에 따라 책임을 다해왔다. 자리 욕심이 있으면 얼굴이 이렇게 환할 수 있겠냐"고 말한 바 있다.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 등과 구상권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NH투자증권은, CEO 중징계가 재판 과정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 불가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옵티머스 사태는 2017년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안전 자산에 투자한다는 명목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약 1조2000억원을 모았지만, 실제로는 부실채권에 투자해 5000억원 가량의 피해를 발생시킨 대형 사건이다.

라임펀드와 함께 수천억원 손실을 발생시킨 사모펀드 손실사건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특히 상품 설계 단계에서 문제가 없었던 라임이나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판매된 홍콩H지수 ELS와 달리, 옵티머스는 상품 설계 단계부터 판매까지 관계자가 모두 '사기'행위에 가담했다는 게 금융업계 중론이다.

작년 대법원에서도 옵티머스 상품의 하자를 인정하고 김재현(52)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에 40년형을 확정했다.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펀드에 담았는데, 보통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펀드에 담지 않는다. 공공기관 매출채권처럼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은 일반적으로 직접 매매하지 펀드로 담을 이유가 없다. 불필요한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상품이 왜 이렇게 설계됐냐"고 의심하는 실무자 사이에선, 판매과정에 문재인 전 정부의 유력 인사들과 옵티머스 관계자들이 연루됐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1차 제재를 거쳐 금융위원회는 작년 11월 정 사장에 대해 문책경고 중징계를 확정했다. 판매 매대에 옵티머스 펀드를 올린 결정권자가 정 사장이고, 실무진보다 가벼운 감독 책임만 물을 수 없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었다. 문책경고의 경우 중징계여서 직무정지보다는 낮지만 3년간 재취업이 제한된다.

하지만 중징계를 받고도 정 사장은 다른 금융사 임원들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정 사장은 자리를 지키면서 중징계중지 가처분을 신청,법원으로부터 인용결정을 받았다. 금융당국의 처분 효력이 잠정 중단된 만큼 본안소송 심리가 진행되는 2∼3년간 자리를 보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같은 날 라임 사모펀드 판매로 중징계 처분을 받은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KB금융지주 총괄부문장과 한국거래소 사외이사 자리를 내놨다. 이어 서울행정법원에 개인적으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라임펀드로 3개월 직무정지 중징계 취소 소송을 진행했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2022년 승소하고도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잘 이행했다고 증명할 경우 행정 소송에서 이길 때가 많다"면서도 "하지만 옵티머스의 경우 상품 설계부터 잘못된데다 소비자 피해가 막대해서 판매 결정자의 책임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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