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5강→감독에 야유' 이승엽 감독의 뼈아픈 반성, '문제의 그날' 실패서 얻은 교훈 [잠실 현장]

잠실=안호근 기자 2024. 1. 1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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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잠실=안호근 기자]
이승엽 두산 감독이 15일 구단 창단 기념식 이후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창단 기념식에서 새 시즌 각오를 전하는 이승엽 감독. /사진=두산 베어스
"지난해 10월 19일 창원(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패배를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프로 지도자로서 단번에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잡고 144경기를 치렀다. 그럼에도 홈 최종전에서 관중들의 야유를 받았고 다 잡은 것처럼 보였던 감독으로서 가을야구 데뷔전은 쓰라린 역전패로 막을 내렸다.

이승엽(48) 두산 감독은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창단 기념식에서 이 같이 말문을 열며 "그 패배를 가슴 속 깊이 새겼다. 이 기억이 2024년 도약의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40년이 넘는 KBO리그 역사에서 한 손가락에 꼽히는 최고의 타자다. KBO에서만 467홈런으로 압도적인 기록을 써냈다. 일본프로야구(NPB) 시절까지 합치면 626홈런에 달한다. 전설 그 자체다.

그러나 지도자 수업은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은퇴 후 KBO 홍보대사와 해설위원, 방송 출연 등에 전념했다. 지도자 경력이라고는 두산 감독으로 부임하기 직전까지는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 감독을 맡은 게 전부였다.

최강야구 감독으로 활약하던 이승엽. /사진=JTBC
지난 시즌을 앞두고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승엽 감독. /사진=두산 베어스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직전 시즌 9위로 추락했던 두산을 다시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그럼에도 일부 팬들은 홈 개막전에서 사령탑을 향해 야유를 쏟아냈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나섰던 저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9월 7연승과 3연승 등으로 무서운 기세를 뽐냈으나 이후 10월까지 18경기에서 5할 승률도 올리지 못하며 막판 순위 싸움에서 밀렸다. 3위 SSG 랜더스와 2.5경기, 4위 NC 다이노스와 1경기 차에 불과했기에 더욱 아쉬웠다. 그리고 창원에서 열린 NC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팬들이 야유를 퍼부은 이유가 종합적으로 나타났다.

당시 1~3회까지 매 이닝 득점하며 3-0으로 앞서가던 두산은 투수진의 붕괴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투수 교체 타이밍에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시즌 막판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낸 부분과도 맞닿아 있었다.

비시즌 활동기간을 바쁘게 보냈다. 공식적인 일정은 없었지만 구장에 나와 생각하는 시간을 보냈고 선수들은 물론이고 코칭스태프, 구단 직원들과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만큼 되새길 부분이 많았던 첫 시즌이었다.

행사 후 취재진과 만난 이 감독은 특히 와일드카드전에 대해 "마지막 10경기 정도에서 힘이 많이 떨어졌다. 그 연장선으로 와일드카드에서 승기를 잡고도 역전패했다. 거기서 시즌이 끝났기에 창원에서 패배가 더 아쉬웠다"며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판단미스가 나온 게 아쉬웠고 그래서 그 여운이 오래 갔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10월 19일 NC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패한 뒤 아쉬워하는 두산 선수들. /사진=두산 베어스
와일드카드 결정전 패배 후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이승엽 감독. /사진=두산 베어스
시즌 전반적으로도 스스로에게 합격점을 줄 수 없었다. "항상 아쉽다. 우승 말고는 만족할 감독이나 코치, 선수들이 있겠나. 시즌 때는 144경기가 굉장히 길게 느껴지지만 끝나보니까 아쉬움도 많고 시간이 빨리 지났다는 생각이 든다. 많이 아쉬운 한해였다"며 "올 시즌엔 지난해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 성적을 내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고 앞으로도 할 것이다. 지난해보다 더 좋은 경기력과 높은 순위에 오르도록 준비하는 시간을 거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창단 기념식에서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나부터 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지난해 경험을 했다. 당연히 밖에서 보는 분들의 평가가 정확하다. 좋았던 부분도 있지만 안 좋았던 부분도 있다. 부정적 평가를 뒤집으려면 모든 걸 바꿔야 한다"며 "코치진에도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선수들이 정말 좋은 퍼포먼스를 내도록 옆에서 많이 도와줄 것이다. 선수들은 아무 스트레스 없이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한다.

코치진도 물갈이됐다. 시즌을 마치고 고영민, 김주찬, 유재신 코치가 전임 김태형 감독을 따라 롯데 자이언츠로 떠났고 정재훈 코치는 러브콜을 받고 KIA 타이거즈로 향했다. 김우석 코치는 한화 이글스로, 정수성 코치와는 작별을 결정했다.

코칭스태프 충원에 신중을 기하던 두산은 박흥식 수석코치와 조인성·가득염 잔류·재활군 코치, 퓨처스(2군) 작전·주루 김동한 코치를 데려왔다. 김한수 코치를 수석에서 타격코치로, 고토 코치를 3루 코치(작전·주루)로 선임한 건 의외의 결정이었다.

이승엽 감독(오른쪽)과 김한수 코치.
이 감독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나간 분들도 있고 새로 온 코치도 있다. 신중을 기했다. 원래 수석코치였던 김한수 코치가 타격코치로 간 것도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한 결과였다. 지난해 타격이 부진했고 김한수 코치가 원래 타격코치를 오래하며 좋은 성과를 냈고 나도 제자로 있었다. 좋았던 기억을 하고 있어 보직이 변경됐다"며 "정수성 코치가 빠지며 3루 코치 자리가 비어 있어 일본에서도 수년간 경험이 있던 고토 코치가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좀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려면 3루 코치의 역할도 중요하다. 수석 코치에도 김한수 코치가 있지만 좌타자도 많기에 박흥식 코치도 타격에 대해서도 공유하면서 나아갈 수 있도록 신중하게 보직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2월 1일부터 한국과 정반대 기후인 호주 시드니에 캠프를 차리고 새 시즌을 준비한다. 투수진에선 지난해의 좋았던 기억을 이어가면서도 홈런왕의 팀답게 침체된 타선을 되살리는 게 급선무다. 이승엽 감독은 "투수들은 좋았다. 라울 알칸타라와 곽빈, 브랜든 와델, 김동주, 최승용 등이 로테이션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기술적으론 후반기에 힘이 많이 부쳤다. 올해는 여름 이후 진정한 승부처인 막판 20~30경기 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하겠다. 김택연도 봐야 한다"면서도 "투수들이 힘이 들었던 이유는 타선에서 제대로 돕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화끈한 야구를 하려면 타선에서 힘이 더 필요하다. 캠프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지난해 좋지 않았던 타격지표들을 전체적으로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 감독은 "팬들께는 끈질긴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많은 생각을 했다"며 "시즌에 돌입하기 전까지는 확실히 결정해서 개막에 돌입가려고 한다"고 스프링캠프를 기대케 했다.

이승엽 감독. /사진=뉴스1

잠실=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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