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부민원’은 뒷전, 방심위 공익제보만 편파 수사하는 경찰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15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사무실과 서버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이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 제보자를 확인하기 위한 강제 수사에 나선 것이다. 청부민원 의혹 당사자인 류 위원장에 대한 고발 건은 뒷전에 둔 채 류 위원장이 수사를 의뢰한 제보자 색출부터 발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순서부터 잘못된 것은 물론이고, 법으로 보호해야 할 공익제보자를 수사 대상으로 삼는 납득 못할 행태다. 정권 입맛에 맞춰 공권력을 휘두르는 선별·편파 수사가 아닐 수 없다.
청부민원 의혹의 본질은 류 위원장이 가족·지인을 동원해 가짜뉴스 심의 민원을 무더기로 넣고 이를 근거로 KBS·MBC·YTN 등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녹취록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를 중징계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명백한 ‘셀프 심의’이고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이다. 하지만 류 위원장은 사실 여부엔 입 닫은 채 민원인 개인정보 유출은 중대 범죄라며 감사·수사로 제보자를 엄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진상 규명이 우선인데 제보자를 범죄자로 몰아가는 데 급급한 건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경찰의 이번 압수수색은 류 위원장의 이런 몰염치한 행태를 편든 것이다.
청부민원 의혹이 제기된 후 방심위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 사안을 다루려는 회의는 여권 위원들 불참으로 무산됐다. 제보자 적발에 혈안이 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고, 의혹을 감추고 덮어 류 위원장 체제를 공고히 유지하기 위한 무리수만 잇따르는 상황이다. 최근엔 진상 규명과 공익제보자 색출 중지 논의를 요구해 온 야권 위원 2명의 해촉을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안건이 여권 위원 주도로 의결되기도 했다.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들을 몰아내고 보겠다는 발상이다. 투명·공정한 심의보다 방송 장악을 위해 일방 독주를 꾀하는 정부·여당의 언론관이 또다시 표출됐다.
경찰이 이런 기조에 부화뇌동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경찰 독립성·중립성 훼손은 두말할 나위 없고, 경찰이 권력 하수인으로 전락해 정부 맞춤형 ‘청부 수사’를 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이번 사태의 근원이 방심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임을 경찰도 속히 인식하기 바란다. 엄정한 수사로 진상을 규명할 대상은 공익제보자가 아니라 류희림 위원장 체제의 방심위다. 독단과 폭주로 비판언론 재갈물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방심위는 철저한 자성과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정부도 방심위 파행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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