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4 주인공’ 인공지능, 지금부터 시작이다

옥기원 기자 2024. 1. 1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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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가지 열쇳말로 본 CES 결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시이에스(CES) 2024가 지난 12일(현지시간) 폐막했다. 전세계 150개국 4300개 기업, 13만 5천여명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았다. 사진은 시이에스가 열린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중앙홀 입구. 옥기원 기자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시이에스(CES) 2024가 지난 12일(현지시각) 막을 내렸다. 이번 시이에스는 “인간의 삶을 변화시킬 인공지능 기술의 향연”으로 요약할 수 있다. 디지털 기기 및 가전을 비롯해 이동수단, 건강, 교육, 환경 등 전 산업에 인공지능이 침투하면서 ‘인공지능 시대 원년을 열었다’는 평가다. 시이에스 기간 동안 인상 깊었던 지점을 정리했다.

일상 곳곳에 침투한 인공지능 

각 산업군을 막론하고 주요 참가 기업들은 인공지능 융합 제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집사 로봇 ‘볼리’와 로레알의 인공지능 피부 관리 애플리케이션, 벤츠의 차량용 인공지능 비서가 대표적이다. 기존 제품과 인공지능 결합으로 가정일을 줄이고, 피부나 건강을 관리하고, 인간의 이동과 안전을 돕는 청사진을 볼 수 있었다. 대회에 참가한 전 세계 4300개 기업 중 인공지능을 카테고리로 등록한 기업은 약 900개(약 21%)에 달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책임자인 경계현 디비아스솔루션(DS) 부문장은 올해 시이에스를 돌아본 뒤 15일 “대부분의 고객과의 대화 주제는 인공지능이었다. 인공지능 시대는 지금이 시작”이라고 뒤돌아봤다. 컴퓨터·스마트폰 같은 인공지능 디바이스뿐 아니라 기기 구동에 필요한 서버에 필요한 고대역폭 메모리 제조 기술도 진화하고 있어서,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올 것이라고 했다.

일본 전자업체 소니가 시이에스(CES) 2024 부스에 자율주행 차에 탑재할 반도체 기술을 담은 미래형 차량을 전시하고 있다. 옥기원 기자

산업 간 합종연횡

서로 다른 산업 간 합종연횡도 본격화했다. 일본의 정보기술 기업 소니는 자동차 기업 혼다와 손을 잡고 전기차 ‘아필라’를 전시했다. 혼다의 차체 제조 기술과 소니의 디스플레이 및 전장 관련 인포테인먼트 기술력이 결합한 제품으로 내년 상반기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테슬라와 스마트싱스 앱을 통해 전기차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의 협업을 발표했고, 엘지전자도 차량 자율주행과 오락환경, 습도 및 공기조절 등 가전 기술을 차량으로 확장한 ‘알파블’ 콘셉트 카를 전시했다. 미국의 대형마트 월마트도 마이크로소프트 오픈 에이아이(AI) 서비스를 융합해 소비자 목적에 맞게 다양한 상품을 추천하는 생성형 챗봇을 선보였다.

엘지(LG)전자가 시이에스(CES) 2024 부스 입구에 투명·무선 올레드 텔레비전 15개를 활용한 조형물을 설치한 가운데 관람객들이 영상을 관람하고 있다. 옥기원 기자

투명 TV 시대 개막

모든 전시장을 통틀어 가장 관람객들이 붐빈 곳은 엘지전자의 투명·무선 올레드 디스플레이 조형물이었다. 기존 검은색이 아닌 투명 브라운관에서 폭포수 영상이 쏟아져 내리는 장면은 화제를 모았다. 160인치대 대형 텔레비전을 들고나온 중국 기업과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다. 미국 매체 포브스(Forbes)는 “투명 올레드 텔레비전이 시이에스를 강타했다. LG만이 해낼 수 있는 기술”이라고 했다.

모빌리티의 진화

내연 기관차가 ‘달리는 가전’으로 진화하고 있었다. 690여곳의 모빌리티 기업 중 가장 큰 규모(6437㎡) 부스를 차린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를 전면에 내세웠다. 차량 구매 뒤에도 소프트웨어 성능과 기능을 업데이트해 늘 최신 상태를 유지하는 미래형 자동차 콘셉트였다. 내연기관 강자인 메르스데스-벤츠도 인공지능 음성 서비스와 고화질 인포그래픽을 통해 사용자의 운전을 돕는 기술 ‘엠비유엑스(MBUX) 가상 어시스턴트’를 공개했다.

중국 샤오펑의 자회사는 자동차에 헬리콥터 프로펠러를 부착한 수직이착륙기(eVTOL), 에이치디(HD)현대와 글로벌 농기계 업체 존디어는 각각 무인 굴착기와 무인 농기계를 선보여 항공, 건설, 농업 영역으로 모빌리티가 다양화하는 모습이다.

중국 샤오펑의 자회사인 샤오펑에어로에이치티(HT)가 미래 콘셉트 차인 전기 수직이착륙기를 시이에스(CES) 2024 부스에 전시했다. 연합뉴스

라스베이거스에서 중국 굴기

미-중 첨단 기술 경쟁 속 중국 기업들이 시이에스 무대에 귀환했다. 중국 참가 기업 수는 1100개로 전체의 4분의 1이 넘는다. 미 정부 규제를 받는 화웨이와 알리바바 등은 참가하지 않았지만, 티시엘(TCL)·하이센스 같은 기업이 참가해 초대형 텔레비전과 증강현실(AR) 기기, 전기차 디스플레이 등을 전시했다. 티시엘이 전시한 증강현실 스마트글라스의 경우 삼성, 엘지보다 출시가 빨랐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의 가장 큰 무기는 빠르게 기술을 차용해 제조 능력을 바탕으로 생산 단가를 줄여 가성비 높은 제품을 출시하는 데 있다. 기술력을 넘어서 상업화 측면에서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라스베이거스/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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