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 합병' 한미약품 오너일가 분쟁 점화…"경영 혁신" vs "경영권 목적"
장녀 임주현 사장 "유상증자 관련 법률자문 완료…기업 혁신 목적 양사 결합 시너지"
(서울=뉴스1) 김태환 기자 = 한미약품그룹과 OCI가 기업 결합을 추진하면서 고(故) 임성기 명예회장 자녀들간 갈등이 경영권 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임성기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경영권 분쟁 중 OCI가 참여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한 불법이란 주장이고, 임성기 회장의 아내인 송영숙 회장과 장녀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기업 안정과 혁신'을 위한 신주 발행의 경우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경영 혁신을 위한 선택이냐, 사적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으로 볼 것이냐가 이번 두 회사 결합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각 그룹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와 OCI홀딩스는 이달 12일 이사회 승인을 거쳐 구주양수 및 현물출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 방식의 양사간 통합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약을 보면 OCI홀딩스는 구주 양수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7703억원에 취득하고,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한다. 'OCI홀딩스→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등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양사 결합이 완료되면 지주회사인 OCI홀딩스는 각 그룹별 1명씩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 2명을 선임해 공동 이사회를 구성한다. OCI 이우현 회장과 한미 임주현 사장이 각자 대표를 맡아 각 분야를 운영하는 방안이다.
그런데 이 이사회 의결에 대해 임종윤 사장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 법적 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임종윤 사장 측이 제기하는 문제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의 의사 결정이 적법하냐다.
특히 OCI가 기업결합을 위해 한미사이언스의 신주를 인수하는 내용의 3자 배정 유상증자 안건의 결의 위법성이 핵심이다. 임종윤 사장 측은 이번 계약이 동생 임주현 사장간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임주현 사장 측이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하려고 하기 때문에 법적 효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상법상 기업은 신기술의 도입이나 재무구조의 개선 등 경영혁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3자에게 유상증자를 할 수 있다. 반면 경영권자가 사적인 목적으로 자신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우호세력인 제3자에게 유상증자를 실시한 경우 위법으로 보고 있다.
임종윤 사장은 우선 계약 진행을 막기 위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이어 소송을 진행해 이사회 의결의 위법성에 대한 판가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필요한 경우 차남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등과 연대해 임시주총을 열고 표대결에 나선다.
임종윤 사장은 최근 개인 회사인 코리그룹 SNS를 통해 "한미사이언스와 OCI 발표 관련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은 절차의 적법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 방식도 법률적 자문을 거친 상태다. 이번 기업 결합의 경우 거래 총괄 자문은 사모펀드 운용사인 라데팡스파트너스가 맡았고, 법률 자문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세종이 지원했다.
이들은 이번 기업 결합이 경영권 분쟁이라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기업 혁신을 위한 방안으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포함했다고 보고 있다. 사적 경영권 방어를 위한 것이 아니라 위법성 소지가 없다는 판단이다.
임주현 사장은 앞서 서면을 통해 "OCI그룹이 보유한 전문성과 큰 시장을 경험한 안목은 한미의 헬스케어 분야 전문성과 결합돼 세상에 없는 혁신을 만들어 낼 것이라 믿는다"며 기업 결합의 취지가 경영 혁신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미사이언스 측은 이사회 결정과정에서 임종윤 사장이 배제됐다는 주장에 대해 "이번 통합 절차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 사내이사이지만,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는 속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미사이언스 주식 중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지분율은 각각 11.66%, 10.2%다. 임종윤 사장은 9.91%, 임종훈 사장은 10.56%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 주요 주주로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12.15%를 보유하고 있다.
기업 통합 후에는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주식 27%로 최대 주주가 된다. 송영숙 회장은 상속세 납부와 증여 등으로 사실상 지분이 1% 미만, 임주현 사장은 약 2%대로 예상된다. 단, 이들은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해 OCI홀딩스 최대주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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