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빛으로 비췄을 뿐인데”…지긋지긋한 비만·당뇨 치료됐다고?

세브란스 내분비내과 연구팀 발표
십이지장에 내시경으로 빛 쬐면
당뇨쥐 몸무게·지방량 6~7% 감소

출처=픽사베이

십이지장에 빛을 쬐는 방식이 비만과 당뇨 등 대사질환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5일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정문재 소화기내과 교수와 구철룡 내분비내과 교수, 나건 가톨릭대학교 바이오메디컬화학공학과 교수 등은 내시경을 통한 빛 치료로 당뇨를 앓는 쥐의 몸무게와 지방량을 각각 7%, 6% 감소시켰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Biomaterials, IF 14.0)에 게재됐다.

비만대사 수술은 영양을 흡수하는 소장의 길을 바꾸거나 위를 줄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당뇨병과 비만에 대한 치료 효과가 매우 커서 미국뿐 아니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고도 비만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비만대사 수술 시행을 허가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1%도 부작용을 우려해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다.

비만대사 수술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덤핑증후군이다. 덤핑증후군은 소화 과정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구토, 어지러움, 식은땀 등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위 폐쇄, 영양실조 등도 부작용으로 꼽힌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 최근 내시경 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세브란스 연구팀은 내시경을 통한 광역동치료(PDT)가 비만, 당뇨 등 대사질환에 효과가 있는지 살펴봤다. PDT는 빛에 반응하는 광과민제(광감각제)에 특정 파장의 빛을 조사해 주변 세포를 사멸시키는 방법이다.

치료를 위해 조준하는 세포는 십이지장에 분포하는 ‘K세포’다. K세포는 위억제펩티드(GIP)를 분비해 대사질환을 악화시키는 반면 ‘L세포’는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을 분비해 혈당·체중·식욕을 감소시킨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K세포가 주로 분포하는 십이지장 내부에 광과민제를 주입한 후 특정 파장의 빚을 조사해 GIP 호르몬을 분비하는 K세포를 제거하고 L세포를 증식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내시경 광역동치료를 당뇨 쥐에게 적용했다. 그 결과 GIP 분비가 줄어 몸무게는 7%, 지방량은 6% 감소했다. 구 교수는 “이번 연구는 광역동치료를 통해 소장 대사질환에 관여하는 세포 비율을 변화시켜 최근 각광받고 있는 비만 치료 약제 대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광역동치료는 수술에 비해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다”며 “인체 적용을 위해 시술을 다양한 조건에서 테스트하는 추가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