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몸에 3170억원을 태워?' 양대리그 사이영상 에이스 '배짱장사', 아직 아무도 손 안 잡았다

양정웅 기자 2024. 1. 1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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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블레이크 스넬. /AFPBBNews=뉴스1
블레이크 스넬.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MLB) 8년 차를 지났지만 아직 규정이닝을 채운 시즌이 1/4밖에 되지 않는 투수가 2억 달러(약 2642억 원) 넘는 금액을 원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바로 블레이크 스넬(32) 이야기다.

미국 매체 USA 투데이는 15일(한국시간) "사이영상 수상자인 스넬이 최소 2억 4000만 달러(약 317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원하고 있다"며 "이제 어떤 팀이 먼저 반응을 보일 지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드시리즈가 텍사스 레인저스의 승리로 끝난 후 2개월하고도 보름이 지났지만, 아직도 행선지를 찾지 못하고 있는 FA(프리에이전트) 선수들이 많다.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 다음'이라는 평가까지 듣던 외야수 코디 벨린저(29)를 포함해 특급 불펜 조시 헤이더(30), 공수겸장 3루수 맷 채프먼(31) 등이 아직도 계약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아직도 1억 달러(약 1321억 원)가 넘는 계약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시장 개장 초기 애런 놀라(31)가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7년 1억 7200만 달러(약 2272억 원)에 재계약한 것을 시작으로 오타니가 다저스와 북미 프로스포츠 역대 최고 규모인 10년 7억 달러(약 9226억원) 계약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어 아시아리그의 스타인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야마모토 요시노부(26·다저스)가 각각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492억 원), 12년 3억 2500만 달러(약 4293억 원)의 몸값을 받았다. 그리고 15일 기준 이 네 선수만이 총액 1억 달러를 넘겼다.

선발투수 중에서는 스넬과 조던 몽고메리(32), 클레이튼 커쇼(36) 등 '좌완 빅3'가 주목받는다. 이중에서 커쇼는 은퇴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다저스 잔류가 유력한 상황이어서 남은 건 스넬과 몽고메리다. 몽고메리는 빅리그 통산 38승 34패 평균자책점 3.68의 성적을 올렸다. 지난해 텍사스 이적 후 11경기에서 4승과 2.79의 평균자책점으로 호투했고, 휴스턴과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29로 잘 던지며 팀의 월드시리즈 제패에 발판이 됐다.

블레이크 스넬. /AFPBBNews=뉴스1
하지만 몽고메리는 월드시리즈 우승반지 외에는 내세울 만한 업적이 크게 없다. 그런 면에서 스넬이 더욱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그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이 선정한 FA 랭킹에서 오타니와 야마모토에 이은 전체 3위에 오를 정도였다. 같은 순위에서 몽고메리는 8위였다. 당시 MLB.com은 "스넬은 마지막 23번의 선발 등판에서 13승 3패 평균자책점 1.20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의 투수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스넬은 이미 리그 정상급 에이스로 오른 상황이다. 지난 2016년 탬파베이에서 데뷔한 스넬은 빅리그 통산 8시즌 동안 191경기에 등판해 71승 55패 평균자책점 3.20의 성적을 거뒀다. 992⅔이닝 동안 1223삼진을 잡아내며(9이닝당 11.1탈삼진)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다. 평균 시속 95마일(약 152.9km)의 패스트볼에 낙차 큰 커브를 주무기로 삼아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나 스넬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7명뿐인 양대리그 사이영상 수상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스넬에 앞서 게일로드 페리, 로저 클레멘스, 랜디 존슨, 페드로 마르티네스, 로이 할러데이, 맥스 슈어저만이 해냈는데, 현역 선수인 슈어저와 금지약물 사용 의혹이 있는 클레멘서를 제외한 선수들은 모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정도다.

블레이크 스넬. /AFPBBNews=뉴스1
탬파베이 시절인 2018년에는 180⅔이닝을 던지며 21승(1위) 5패 평균자책점 1.89(1위), 217탈삼진의 성적으로 1위 표 30장 중 17장을 획득, 저스틴 벌랜더(휴스턴)를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비록 소속팀 탬파베이는 시즌 90승 72패를 거두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스넬의 활약만큼은 빛났다.

이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이적 후 3번째 시즌인 지난해에는 180이닝 동안 234탈삼진을 잡아내며 14승 9패 평균자책점 2.25이라는 뛰어난 기록을 냈다. 조 머스그로브(어깨)와 다르빗슈 유(팔꿈치) 등 믿었던 선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스넬은 팀 내 유일한 규정이닝(162이닝) 투수로 로테이션을 지켰다. 이런 활약 속에 스넬은 1위 표 28장을 받으며 총점 204점을 기록, 로건 웹(샌프란시스코, 86점)과 잭 갤런(애리조나, 68점)을 제치고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차지했다.

이렇듯 남들은 한번 타기도 힘든 사이영상을 리그를 바꿔가면서 차지한 스넬이지만,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내구성'이다. 빅리그 데뷔 후 8시즌을 보낸 스넬은 지난해까지 규정이닝을 채운 적이 단 2번이었다. 그 두 시즌이 바로 사이영상을 차지한 해였다. 건강한 스넬은 리그 최고의 투수가 된다는 공식이 성립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많은 이닝을 소화한 해도 많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탬파베이 시절의 블레이크 스넬. /AFPBBNews=뉴스1
통산 기록을 자세히 보면, 첫 두 시즌은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면서 빅리그 기록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2017년에는 도합 173⅓이닝을 던지며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사이영상 시즌인 2018년에도 이미 어깨 피로 증세로 부상자 명단(IL)에 올랐고, 2019년 역시 두 차례 IL에 등재됐다. 오프너 전략을 앞세우는 등 선발투수들의 이닝 소화에 중요성을 두지 않는 탬파베이의 팀컬러까지 겹치며 스넬은 많은 이닝을 던지지 못했다.

샌디에이고 이적 후에도 2021년에는 부상과 제구 난조(9이닝당 4.8볼넷)로 128⅔이닝 소화에 그쳤고, 이듬해 역시 24경기에서 128이닝을 던졌다. 사이영상을 탄 2시즌을 빼면 130이닝 이상을 던진 해도 없었던 것이다.

이미 메이저리그에는 유리몸 선발투수에게 많은 돈을 안겨줬다가 큰 피해를 본 사례가 있었다. 워싱턴 내셔널스는 지난 2019시즌 종료 후 우완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6)에게 7년 2억 4500만 달러(약 3237억 원)라는 초대형 계약을 안겨줬다. 그 역시 이전 10시즌 동안 규정이닝을 소화한 게 4시즌에 불과했다. 하지만 건강할 땐 200이닝 이상을 던져줬고, 그해 월드시리즈 MVP에 오르며 창단 첫 우승의 주역이었기에 과감한 베팅을 했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AFPBBNews=뉴스1
그러나 계약이 시작된 후부터 거짓말처럼 스트라스버그는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계약 후 단 8경기, 31⅓이닝 투구에 그쳤다. 손목과 목 통증으로 첫 2년을 날린 그는 올해도 흉곽출구증후군으로 인해 스프링캠프 합류가 무산됐다. 그러나 일상생활을 하기도 어려운 몸 상태로 인해 스트라스버그는 결국 선수 생활을 마감하기로 했다. 다만 잔여연봉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은퇴가 취소됐고 아직 워싱턴의 40인 로스터에 들어있다.

물론 스넬에게는 스트라스버그처럼 선수생명을 걸 큰 부상은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닝 소화력이 떨어지는 투수를 거액을 주고 데려온다는 건, 아직 메이저리그 팀들에는 쉬운 선택은 아니다.

블레이크 스넬. /AFPBBNews=뉴스1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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