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마약사범 1년새 4배 늘어... 인천지검, 맞춤형 치료 프로그램 확대
인천에 살고 있는 A양(18)은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해 은둔 생활을 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힘든 시기를 보내다 결국 자퇴했고, 우울감 등을 해소하기 위해 매일 소주 2병을 마시고 자해도 했다. A양은 본인이 마른 체형이 아니어서 사람들이 역겨워 할 것이라는 생각에 마약류인 다이어트 약을 처방 없이 구매해 복용, 청소년 마약사범이 됐다.
A양은 인천지검과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인 인천참사랑병원이 함께하는 ‘청소년 마약류 투약사범 맞춤형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해 전문의 상담, 회복자 상담가와 집단 상담 등을 했다. 그는 여러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살을 빼야겠다는 강박적인 사고 및 스트레스가 있었다”는 속 얘기를 털어놨고, 이는 본인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지하는 계기가 됐다.
치료에 대한 의지를 보인 A양은 완전한 치료를 위해서는 알코올 뿐 아니라 모든 중독물질을 끊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 규칙적 생활패턴을 유지하면서 성공적으로 단약하고 있다. 또 앞으로 애니메이션 관련 일을 하기 위해 관련 분야도 공부하고 있다.
인천지역의 청소년 마약사범이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2022년에 비해 지난해에는 청소년 마약사범 수가 4배 이상 늘어나는 등 청소년들의 마약 확산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인천지검에 따르면 인천지역 청소년 마약사범은 지난 2018년 18명에서 2019년~2021년까지 40여명 수준을 유지하다 2022년에 72명, 지난해에는 329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지난해 청소년 마약사범 329명 중 다이어트약인 ‘디에타민(일명 나비약)’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거래해 적발된 인원이 251명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마약확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수사 외에도 호기심 등으로 마약류를 투약한 청소년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 및 청소년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마약 예방교육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에 따라 인천지검은 지난해 6월 대검찰청과 식약처 등이 서울권역에서 시행한 ‘사법-치료-채활 연계모델’ 시범사업에 발맞춰 인천참사랑병원과 함께 맞춤형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이 맞춤형 프로그램은 보호관찰소 선도조건부 기소유예를 기본으로, 중독전문가,정신과 전문의 등이 참여하는 전문가위원회가 대상자의 중독 수준 등을 판단한다. 이어 개인별 맞춤형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보호관찰소의 약물 모니터링까지 결합, 중독자의 온전한 사회 복귀와 재범 방지를 돕는다.
인천지검은 지난해 7월~9월 참사랑병원에 마약류 투약 청소년 6명의 치료 적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판별검사를 의뢰했다. 이어 치료가 적합한 것으로 판정된 4명에 대해 치료보호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했다. 나머지 2명은 판별검사를 하고 있다.
치료프로그램에서는 대상자들이 매주 정신과 전문의와 대면 상담을 해 심리치료 등을 하고, 자발적 동의 아래 마약류 10종에 대한 투약 여부 확인 소변검사를 한다. 또 회복 집단치료 등 모두 60시간의 프로그램과 양육할 힘을 키워주기 위한 부모 교육도 제공한다. 이 밖에 청소년들과 대면상담, 전화상담 등을 하는 집중상담도 한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맞춤형 치료 프로그램 외에도 인천시교육청과 협조해 다양한 청소년 예방교육도 하고 있다”며 “올해도 시교육청과 법무부 청소년 비행예방센터 등과 협력해 청소년 대상 마약 및 각종 중독 예방교육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세대인 청소년이 더이상 마약의 늪에 빠지지 않고,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복귀할 수 있도록 마약 중독 치료·재활 및 예방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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