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제3의 정치인 피습 막으려면 불편해도 경호·통제 받아들여야
[왜냐면] 김환목│신안산대 경호경찰행정학과 교수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부산에서 열성 지지자로 위장한 범인의 공격을 받아 생명을 잃을 뻔한 사건이 발생했다. 국내에서는 2006년 5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2015년 3월 마크 리퍼트 주한미대사 등 정치인에 대한 테러가 있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최근 들어 정치인에 대한 테러가 있었다. 2022년 7월 참의원 선거 유세장에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사제 총기에 의한 피습으로 목숨을 잃었다. 9개월 뒤인 지난해 4월 기시다 수상의 와키야마현 보궐선거 유세 중에 사제 폭탄 테러가 발생해 일본도 정치인 등 주요 요인에 대한 경호안전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했다.
이처럼 정치인의 정치활동 때 발생할 수 있는 테러에 대한 유일한 대책은 범인이 무기를 휴대하고 정치인, 즉 경호 대상자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고 통제하는 경호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에서 짐작해보면, 범인은 오랫동안 공격 대상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최적의 공격 시기와 장소를 검토하고 자신이 준비한 무기를 어떤 법으로 감춰서 피습이 가능한 거리까지 접근할 것인가를 연구하고 자기 학습을 했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신년행사에 대한 동선을 파악하고 미리 준비한 흉기는 손안에 감추고 머리에는 ‘내가 이재명이다’라고 적은 종이 왕관을 쓰고 열성 지지자인 것처럼 위장해 수행하던 당직자와 기자들 사이를 어렵지 않게 뚫고 공격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범인의 범행을 막기 위해서는 통제가 불가피하다. 여기서 문제는 경호의 통제가 정치인도, 유권자인 시민과 국민도 불편해하고 싫어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대통령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으려고 했던 노무현 대통령 재임 당시에 경호실도 노 대통령의 경호에 대한 불신을 없애려고 ‘그림자 경호’를 경호 방식으로 내세웠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장에서 경호 통제로 인한 국민 불편함을 최소화하면서 대통령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경호 기법을 적용한 경호 교육용 책자 ‘바람 소리도 놓치지 않는다’를 발간하기도 했다.
정치인 테러를 막을 수 있는 경호조직은 다음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경호환경에 위험요인과 취약요인을 정확하게 평가하고 분석할 수 있는 전문가가 경호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정치인이 참석하는 행사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테러 유형을 공격자 입장에서 분석하고 적절한 대책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한다. 언제 어떤 유형의 사람이 어느 종류의 무기로 공격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평가하고 적절한 통제 대책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근접 경호 기법과 이론으로 숙달된 경호원이 있어야 한다. 근접 경호는 경호대상자와 동행해 행사장에 도착하고 경호대상자 가까운 거리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격을 차단하고 경호대상자를 안전하게 방호하는 경호기법이다. 범행을 앞둔 범인의 흥분되고 긴장되고 불안한 눈빛과 어색한 행동을 찾아낼 수 있고, 공격 행위가 발생하면 자신의 몸을 최대한 확장해 범인의 공격을 막아내어 경호대상자를 방호하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는 즉각 조치를 조건반사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경호원은 “경호대상자를 위해 자기 자신이 표적이 되라”고 훈련받는다. 경호 대상 보호를 위해 희생할 수 있다는 직업적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셋째, 정치인과 시민 유권자 사이에 안전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열성·열혈 강성 지지자는 멀리서 보기만 해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고성을 지르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얼굴을 보고 손이라도 잡아보고 싶어 한다. 여유가 된다면 사진이라도 찍어 남기고 싶어 할 것이다. 이번 이 대표 사건에서도 나타났듯이 범인은 흉기를 사용해 공격이 유리한 위치까지 접근하려고 할 것이다. 공격 무기가 칼인 경우 손을 뻗어 찌를 수 있는 거리까지 접근할 것이고 근접경호원 측면에서는 칼을 든 손이 공격행위를 시작할 때 막고 차단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경호의 핵심은 통제이기 때문에 정치인이나 유권자와 시민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지나가는 통로를 막고 통행을 차단하고, 가방과 휴대한 물품을 꺼내서 확인해야 하는 검색을 하고, 정해진 구역과 좌석에 앉도록 하는 경호안전 조치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경호안전을 위한 통제를 국민과 정치인 경호대상자가 용납하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정치인의 테러라는 불미스러운 일은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인이 자유롭게 유권자와 국민을 접촉하고 만나서 자신의 정치 활동을 맘껏 펼칠 수 있는 4월 총선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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