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 이상, 키움 이정후라고 해야할 것 같은데" 끝까지 영웅이었던, 키움에 보내는 이정후 마지막 인사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제 이름 앞에 키움 히어로즈라는 말을 붙이지 못하게 됐지만…."
그래도 이정후는 끝까지 영웅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입단 과정을 소개하는 브이로그 영상을 키움 히어로즈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계약이 성사된 순간의 환희도, 입단식을 앞둔 설렘도 모두 히어로즈 팬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21분 53초의 영상에 담겼다.
이정후는 지난달 13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와 최대 6년 1억 1300만 달러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거가 됐다. 메디컬테스트를 거쳐 16일 입단식에 참석한 뒤 19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 과정을 포스팅 비하인드 브이로그를 통해 공개했다. 친정팀 키움과 키움 팬들에게는 선물 같은 영상이다.
영상에서 이정후는 보라스코퍼레이션 선수들이 훈련하는 시설에서 운동하러 가는 과정부터 소개했다. 그는 "내일부터 협상을 한다. 기분이 이상하긴 하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며 "(한국의 인연이)많이 보고싶다. 형들도 보고싶고 동생들도 보고싶고 팬들도 보고싶다. 운동하는 모습 찍어도 될까. 팬들이 궁금해하지 않을까. 이런 모습을 궁금해하실 것 같다"며 카메라를 들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정후는 보라스코퍼레이션 티셔츠를 입고 카페에서 아침 식사를 하면서 "죽으러 가기 3분 전"이라며 걱정하면서도 "컨디션 좋다"며 여유를 보였다. 운동을 마친 뒤에는 함께 미국에 머물던 이종범 전 LG 코치와 골프를 치며 여가 시간을 보냈다. 이정후는 이종범 전 코치를 향해 렌즈를 돌리며 "저희 아버지다. 며칠 전에 할아버지가 되셨다"고 소개했다. 이정후의 여동생이자 이종범 전 코치의 딸, 그리고 고우석(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아내인 이가현 씨가 지난해 출산을 하면서 이종범일가에 가족이 한 명 더 생겼다.
샌프란시스코와 계약이 이뤄졌다는 연락을 받은 순간도 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이정후는 "실시간 아닌가. 영상 나갈 때는 팀이 정해진 상태니까 말해도 되는 것 아닌가. 미쳤다. 와…믿기지가 않는다"고 했다.
이정후는 소파에 드러누워있다가 카메라를 든 에이전트 이정문 씨가 '팬들에게 인사하자'고 말하자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지만 우리 히어로즈 팬분들, 팬들과 함께 즐겁게 7년 동안 야구했다. 팬들의 성원과 관심 덕분에 제가 지금 막 좋은 계약을 따낼 수 있었다. 이게 나갈 때 쯤이면 언론에도 알려지고 팬분들도 다들 아시겠지만 이제 키움 히어로즈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이적을 하게 됐다. 지금 전화를 받은 지 1분도 안 됐는데 반응을 찍겠다고 한다.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고 했다. 이정후는 중간중간 얼굴을 감싸쥐며 믿을 수 없다는 심정을 온 몸으로 표현했다.
또 "팬들 감사드리고 구단 프런트 직원들, 감독님 코치님, 동료들, 부모님 감사하다. 일단 너무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종범 전 코치는 이정후와 영상 통화에서 "축하한다. 가슴 떨린다. 고생했다"고 아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다음 장면은 메디컬테스트 준비로 이어진다. 이정후는 "급하게 샌프란시스코로 넘어오라는 말을 듣고, 메디컬테스트를 하기 위해 7시 11분 비행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로 넘어가야 한다. 정들었던 에어비앤비와 작별하고 공항으로 출발한다.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고 털어놨다.
메이저리거는 대우부터 확실히 달랐다. 어바인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하는 비행기부터 공항에서 탈 차량, 머물 숙소까지 모두 구단에서 제공했다. 운전기사가 먼저 오라클파크에 도착했으니 카메라를 꺼내라며 '센스'를 발휘했다.
숙소는 오라클파크 바로 건너편 '파크뷰'.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바로 홈구장 문이 기다리는 위치였다. 이정후는 "체이스필드 견학갔을 때 빼고 메이저리그 구장 보는 게 처음이다. 동양미래대학교에서 고척돔 정도 거리에 있다"며 야구 팬들이 바로 이해할 만한 비유를 하며 웃었다.
메디컬 테스트 결과를 받는 순간도 브이로그에 담았다. 이정후는 "오늘 하루 정말 길었다. 메디컬 테스트가 끝나고 호텔로 들어왔다. 결과는 한 시간 있으면 나온다고 한다"며 구단의 연락을 기다렸다.
이정문 씨를 통해 최종 결과를 받은 이정후는 트레이너와 영어 통화로 모든 과정이 끝났고 "이제 자이언츠 소속"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정후는 허리를 뒤로 꺾으며 "진짜 실시간이다. 진짜 실시간"이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다음 장면에서는 "키움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이적하게 된 이정후입니다. 제 이름 앞에 키움 히어로즈라는 말을 붙이지 못하게 됐지만 좋은 일로 그렇게 됐으니 팬들도 좋아하실 것 같다. 팬들도 저도 뿌듯한 일을 만들어 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히어로즈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다음은 입단식. 오렌지 타이를 한 이정후는 상기된 표정으로 입단식을 기다렸다. 이정후는 "작년 시상식 때 같은 브랜드의 버건디 타이를 했다. 이번에는 주황색 타이를 한다. 의미가 있다"며 "정장은 입어도 입어도 적응이 안 된다. 유니폼이 역시 편하다"고 했다. "핸섬?"으로 화제가 된 입단식을 마친 뒤에는 "기분이 이상하다.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입니다 라고 해야할 것 같은데 팀도 바뀌고 유니폼도 바뀌어서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귀국길에 오르면서도 이정후는 히어로즈에 대한 애정, 팬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았다. 그는 "3주 만에 다시 돌아간다. 일이 빨리 잘 진행돼서 기분 좋고, 생각보다 빨리 돌아가게 돼 기분 좋다. 계약 과정의 장면을 남기고 싶었는데 잘 찍었는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였다"고 인사했다. 키움은 "굿 럭 아워 히어로"라며 이정후의 성공을 기원했다.
이정후는 2017년 1차 지명으로 넥센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히어로즈 소속으로 7시즌을 보냈다. 데뷔 후 한 번도 3할 타율을 놓치지 않았고, 통산 884경기에서 무려 0.340의 높은 타율을 올렸다. 두 자릿수 홈런 시즌은 2020년 15개와 2022년 23개 단 2번 뿐이지만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남다른 능력에 주목해 1억 달러가 넘는 대형 계약을 안겼다.
키움도 대박이 났다. 이정후가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기 때문에 샌프란시스코는 키움에 포스팅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포스팅 비용 규정에 따르면 5000만 달러를 초과하는 계약일 경우 2500만 달러의 20%에 2500만 달러 초과분의 17.5%, 5000만 달러 초과분의 15%를 모두 더해 지급한다.
이정후는 1억1300만 달러로 5000만 달러를 초과하는 계약이다. 2500만 달러의 20%인 500만 달러, 2500만 달러의 초과분 2500만 달러의 17.5%인 437만5000달러, 5000만 달러의 초과분 6300만 달러의 15%인 945만 달러를 모두 더하면 1882만5000달러(약 247억원)가 된다. 키움은 이정후라는 대형 스타를 메이저리거로 키운 덕분에 247억원에 이르는 보상을 받게 됐다.
이정후는 본인의 포스팅 비용으로 키움이 계속해서 빅리거 사관학교의 명성을 이어 가길 바랐다. 그는 19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키움에 큰돈을 안긴 것과 관련해 "키움도 좋지 않을까 싶다"며 "선수들을 위해 더 많이 써줬으면 좋겠다. 더 많은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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