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시선] 재래시장에 꽃피운 스타벅스
경동시장에 둥지를 튼 '스타벅스 경동1960점'은 개점 1년여 만에 MZ세대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명소로 최근 떠올랐다. 경동시장은 정부와 대기업들이 합심해서 시장 변신에 앞장서면서 화제가 됐다.
제기동역 버스정거장에서 내려서 '스타벅스 경동1960점'을 찾아가는 길은 마치 홍콩의 뒷골목처럼 미로와 같다. 각종 생고기 비린내가 풍기는 길거리 고깃점 골목길을 쭉 따라가야 한다.
초행인 경우 상인들에게 두세 번은 길을 물어야 할 정도로 생소하다. 노후한 건물 1층에 내걸린 스타벅스 간판을 발견하더라도 설마 여기가 맞을까 의구심을 떨구지 못한다. 다시금 시장 상인에게 "혹시 스타벅스가 있는 곳이 여기 정말 맞나요"라고 물으면, 곧바로 "맞아요. 그 허름한 건물 계단으로 3층까지 올라가면 돼요"라는 상인들의 답변이 돌아온다.
상인들은 입구를 찾지 못한 방문객에게 이미 익숙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길을 물었던 경동시장 상인 대부분은 가족 매장인 것처럼 자랑스러워했다.
재개발해야 할 것 같은 건물 계단을 올라 '스타벅스 경동1960점'에 들어서면 '세상에 어떻게 이런 허름한 시장 구석에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멋진 카페가 있을까'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LG전자와 협업한 화려한 대형 디스플레이가 손님을 먼저 맞이해 색다른 즐거움도 함께 주고 있다. 반전인 셈이다.
'스타벅스 경동1960점'은 기존 스타벅스 매장들의 입점 공식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다. 지난 2022년 12월 오픈한 '스타벅스 경동1960점'은 문을 닫은 지 오래된 경동극장 내부를 리모델링해서 대규모로 조성했다. 옛 극장 내부 골격을 그대로 유지해 마치 영화 세트장과 같은 이색적 공간으로 조성했다.
최근에는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입소문이 나면서 글로벌 관광지가 되고 있다. 스타벅스 경동1960점은 일본에서 '서울여행 시 꼭 가야 하는 핫플레이스'로 선정됐다. 고전적이면서 세련된 매장 콘셉트로 외국인 여행객의 발길까지 사로잡고 있다. 1970~1980년대 옛 추억을 그리는 소비자에게 현대식 서비스를 곁들여 제공하는 것이다.
경동시장처럼 우리나라의 전통시장이 전 세계에 통하는 사례는 또 있다. 세계적 음악상인 그래미상을 휩쓴 영국 가수 샘 스미스는 지난해 서울 광장시장을 찾아서 산낙지를 젓가락으로 먹는 모습을 SNS에 올리면서 화제가 됐다.
서툰 젓가락질로 인해 꿈틀거리는 산낙지를 연신 접시에 떨어트리는 모습에 전 세계 네티즌들이 관심을 보였다. 샘 스미스는 손으로 '낙지 탕탕이'를 집어 먹었지만 만족감을 보였다. 그리고 서울을 사랑하며 꼭 다시 돌아오겠다는 애정을 드러냈다. 샘 스미스의 광장시장 방문 이후 그를 따라 하는 소위 '샘지순례'라는 말도 생겼다.
최근 한밤중에 광장시장을 찾게 되면 전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외국인들이 한국의 야식을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같은 전통시장의 기적은 어찌 보면 유튜브와 틱톡 세대의 홍보효과가 컸다. 이색적인 것을 찾는 MZ세대들까지 전통시장을 찾게 만들고 있다.
다만 눈에 띄는 아쉬운 점은 여전히 있다. 개식용금지법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일부 전통시장에는 개고기 간판이 버젓이 내걸려 있다. 많이 개선됐지만 전통시장의 화장실 청결도는 아직 아쉽다. 일부 전통시장 상인들의 바가지 상술도 문제다. 침체 이후 전통시장에 찾아온 한 줄기 희망의 빛을 스스로 가로막는 오류는 범하지 말았으면 한다.
rainma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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